[452호/사설] 코로나 19로 인한 스트레스, 봄과 함께 걷는 즐거움으로 이겨 내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병사들의 질병 사례가 높다는 사실을 눈여겨본 정신의학자 캐논이 1918년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 모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극복하는 개인은 건강한 삶을 살고, 이를 이겨 내지 못하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개인은 질병에 걸려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려 결국에는 질병에 걸릴 가능성으로 직결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병들면 몸도 병든다는 옛말이 있는가 싶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변화 없는 삶에 긴장을 가져다주어 바람직한 건강 효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 스트레스(distress)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부정적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및 활동 등을 통한 증가된 긍정적 스트레스로서 부정적 스트레스를 상쇄하는 시도가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질병이라는 영어단어 ‘disease’를 가만히 살펴보면 ‘dis’ + ‘ease’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어원적으로 병이란 ‘편안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편안하지 않은 상태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오래전 철자에 담은 고대 현인들의 지혜에 놀랍기도 하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건강은 지나친 부정적 스트레스가 없는 ‘편안(ease)'의 상태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아론 안토노브스키는 그의 저서인 ‘건강, 스트레스와 극복(Health, Stress and Coping)’에서‘살루토제네시스(Salutogenesis: 건강의 기원, 건강생성)’란 개념을 도입하여, 건강과 질병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생각에서 벗어나 질병과 건강을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건강은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다 편안한 상태로의 이동을 위한 노력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들어 빈번히 들을 수 있는 ‘건강한 암환자’라는 용어도 살루토제네시스로 설명되는바, 암이란 중병에도 마음의 편안을 유지하면 그 또한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오히려 암에 걸렸다고 비통과 우울에 빠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로 인해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19와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봄이 왔다. 아직은 활발한 활동에 제한이 있지만,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봄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느끼기를 제안한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연이어 피어나는 봄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걷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혼자도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이 최고의 약이라고 말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리케리온에서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고 사색하는 방식으로 교육하여 후세에 이들을‘소요학파(逍遙學派)’라고 명명하였다.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하루 8시간 이상 걸었다고 한다. 걸으면서 사색도 즐기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자신을 철학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했다고 말한다. 한국교원대학교는 우리나라 어떤 대학교보다 정원이 아름답고,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는 수려한 산책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우리 한국교원대학교의 가족들이 교정을 산보하면서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를 싹 씻어 버리고,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를 뛰어넘는 한국교원대학교의 ‘소요학파’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