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호/사회칼럼]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감춰져 있을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정책팀장 박종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K방역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만남, 행사는 물론이고 가족모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우리는 ‘조금만 버티면 예전처럼 맘껏 활동할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이미 우리의 삶의 형태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기두기가 진행되면서 ‘언택트’,‘비대면’문화는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과 택배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일회용 쓰레기와 포장재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존에 저렴한 가격, 편리성을 이유로 다량의 일회용품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감염 우려라는 명목까지 추가되어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카페와 일반음식점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는 과도하게 허용되었고, 매일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까지 추가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의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올해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종이류는 29.3%, 비닐류는 11.1%, 플라스틱류는 15.6%로 증가했다. 이렇게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도 문제지만 쓰레기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코로나 19로 국제유가는 폭락했고 침체된 경제는 재활용 단가를 추락시겼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재활용 수거 업체들의 수거 거부 사태가 전국 뿐 아니라 청주에서도 일어났다.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인한 ‘쓰레기 대란’이 언제 다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우리가 사용한 쓰레기가 100% 재활용 된다면 걱정 없겠지만 결국 쓰레기 처리방식은 소각과 매립이다.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재활용을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쓰레기의 ‘양’이다. 우리나라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세계 최고이고 이는 미국보다 7배나 많은 수준이다. 국토 면적은 좁고 개발로 인해 쓸 수 있는 땅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쓰레기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성 쓰레기산을 비롯해 전국에 120만톤의 쓰레기가 아직도 방치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 업체가 필리핀으로 쓰레기를 불법 수출한 사건이 알려져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반면 우리나라 시멘트 업체들이 일본의 석탄재 폐기물을 수입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쓰레기는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처리방식 또한 정의롭지 못하다. 잘사는 나라에서 못사는 나라로,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쓰레기가 옮겨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0.88%인데 청주시에서 처리하는 쓰레기는 19%에 달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보고 있다. 환경부가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정도로 쓰레기 소각장이 몰려있는 청주시 북이면 지역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의 결과물인 쓰레기는 누군가의 고통을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그럼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두 잘 처리 됐겠지’라고 믿었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제2, 제3의 쓰레기 대란이 다시 오기 전에 쓰레기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 매립장도 소각장도 이미 포화 상태이다. 새로운 매립장도 소각장도 환영하는 지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물건을 소비할 때 느낀 즐거움에 잘 버리는 책임을 더해야 한다. 덜 쓰고, 오래 쓰고, 다시 쓰고, 잘 버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당연하다. 더불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쓰레기를 양산시키는 생산‧소비시스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분노해야 한다. 기업이 쓰레기 없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감시해야 기업이 바뀐다. 기업과 시민이 함께 노력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저녁에 버린 쓰레기가 아침에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쓰레기가 없어진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일회용품은 거절하고 배달은 지양하고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휴대하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분리배출은 정확히 지금부터 행동하자!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