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컬쳐노트] 가타카

2016-11-22     김승연 기자

당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엇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전일까, 노력일까. ‘가까운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영화 속 세상에서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마음만 먹으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명, 건강, 지능을 설정한 ‘적격자’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자연수정을 통해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근시와 정신질환의 가능성이 있으며 30살까지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고 ‘부적격자’로 분류된다.
빈센트의 꿈은 우주를 비행하는 것이지만 ‘부적격자’로 낙인 찍혔기 때문에 우주항공 회사인 가타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부로 일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브로커를 통해 제롬 모로우라는 적격자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제롬 모로우로 탈바꿈한 그는 가타카에서 요원으로 일하게 되고 부단한 노력 끝에 타이탄으로 가는 우주선 탑승자로 선발된다.
하지만 우주비행 일주일 전, 감독관이 살해되고 경찰은 범인을 찾는 수사에 돌입한다. 복도에서 자신의 속눈썹이 발견되어 부적격자라는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지만 진짜 범인이 잡히면서 문제는 해결된다. 우여곡절 끝에 빈센트는 우주선에 오르고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그의 우주비행의 꿈을 이룬다.
태어나자마자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산다면 어떨까.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모습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나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를 떠오르게 한다. 개봉 당시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지금 발전해 가는 과학의 모습을 보면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따지는 틀 속에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난 절대 되돌아갈 힘을 남겨둔 채 도전하지 않거든”. 적격자로 태어난 동생 안톤이 "어떻게 자신을 이겼냐"고 묻자 빈센트는 이렇게 답했다. 우월한 유전자에 대항해 ‘한계’라고 생각했던 벽을 넘어 꿈을 이루는 정신력의 승리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인간에게는 유전적인 요소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내재해 있음을, 그로 인해 인간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어려움을 이겨내 왔음을 다시금 느낀다.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노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