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호/사설] 미래세대의 온라인 플랫폼

2021-03-15     한국교원대신문

대부분의 박물관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장기간 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202011월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새로운 박물관을 개관한다. 가상공간인 닌텐도 비디오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모두의 박물관(Museum of Everyone, 이하 MoE)’을 설립한 것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박물관의 개관 소식은 다소 유치해 보이거나 반짝하는 이벤트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 MoE의 개관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이나 그 밖의 학술적 자료를 보관하고 진열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시설이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현재 세계의 문화예술기관들은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홈페이지와 SNS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고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VR, AR 등 현실모방 기술과 5G, Cloud와 같은 미디어 기술의 발달을 접목하여 교육 기관으로서 박물관의 역할은 보다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MoE는 보다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여 준다. MoE의 설립 목표는 디지털 가상세계에 대한 관객들의 접근성과 문해력을 키우고,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문화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이는 전통적인 박물관의 기능과는 다른 지점이다. 말하자면, 가상세계 그 자체의 현실을 보여 주는 측면이 두드러진다. MoE(닌텐도가 있어야 하지만) 관람객이 어디에서나 24시간 접속해 전시를 감상하고 그 안에 제시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전시기획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박물관의 공공성과 교육 기능이라는 본래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이다. 더불어 MoE의 이러한 시도는 언택트 시대에 박물관에 방문한다는 것, 그리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직접 전시를 감상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사실 팬데믹을 계기로 한 온라인 이벤트는 MoE만의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미국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Joe Biden)은 또 다른 가상의 플랫폼 안에서 선거운동을 시도했고, 같은 해 국내에서는 청와대가 사상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일종의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여 이 가상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한편, 올해 학교에 모여 이전과 같은 졸업식을 할 수 없었던 국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가상공간 속에서 학교를 만들어 사이버 졸업식을 진행했고, 국내의 한 대학도 통신사와 협업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입학식을 치렀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사용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기보다는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삶에 서서히 녹아든 것이다. 우리는 SNS, E-commerce, 게임, 아바타 등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세계의 단편들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고, 메타버스는 이러한 모든 종류의 온라인 가상 플랫폼을 포괄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같은 이유로 메타버스를 기존 SNS와 다를 바 없는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 수단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2억 명이 넘는 각 플랫폼의 가입자 수와 기존 SNS의 접속 시간을 앞서는 사용 빈도로 미루어 보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Z세대들에게 이 새로운 공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사교의 공간이자 게임, 쇼핑, 공연 관람 등 일상에 걸친 모든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하는 세계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아니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와 이를 소비하는 세대에 대한 이해이다. 1987년 월드와이드웹(www)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삶에 인터넷은 필수적인 환경이다. 영화관 수준의 고화질 영화도 순식간에 내 손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 자체는 더 이상 이슈도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첨부된 이메일 하나를 보내기 위해 전화선을 이용해 수십 분씩 기다려야 했던 것이 불과 20년 전 이야기인데 말이다.

기성세대가 30년 전 인터넷을 접하면서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던 방식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진보하는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탄생하는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와 플랫폼은 다양하게, 빠른 속도로 출시되고 있으며, Z세대,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아무 장벽 없이 이러한 개념과 속도, 변화를 물 흐르듯 받아들인다. 오늘날 지식과 정보는 수평적이고 그 양은 방대하다. 이제는 올바른, 필요한 정보를 필터링하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지켜져야 할 윤리 의식이나 저작권 등 기존의 기준으로는 이 새로운 플랫폼을, 혹은 세계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 또한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방법으로 함께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한 전격적인 비대면 교육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래사회 미래교육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새로운 매체와 문화를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수 있고 이러한 교육의 효용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는 미래사회에서 학교라는 물리적/비물리적 공간과 이에 따른 교육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