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호/기자의 일기] 다양성을 존중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를 향하여
입시가 끝난 후,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몰아서 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이 출연하셔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고요와 정적을 깨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해요.”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후, 개인주의의 필요성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았습니다.
◇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인주의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막연한 오해 중 하나는 ‘개인주의자는 이기적이다’입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듯이, 평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혼동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하지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문유석 판사의 책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구분했습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모두 개인의 이익에 중점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의 여부가 구분점이 됩니다. 이기주의는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인 태도로 나타나지만, 개인주의는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는 관용이 수반된 개념’입니다. 즉, 개인주의는 마냥 삭막하고 무정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자유가 소중하듯 타인의 자유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 개인의 소속을 강요하는 한국의 집단문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힘든 개념이긴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서양에 비해 한국은 집단주의 성향이 우세합니다. 권위주의적인 집단문화나 군대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재에도 우리 삶의 곳곳에서 한국식 집단주의에서 비롯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인과의 관계나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눈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밥 한번 먹자’라는 의례적인 언행을 통해서도 한국인들이 얼마나 교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영하 작가는 대중교통이나 공연장을 이용할 때 여럿이서 온 사람들이 혼자인 사람에게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개인의 고독과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라고 표현했습니다. 문화적 관점에서 집단주의는 나의 행동을 결정할 때 나를 둘러싼 이들을 좀 더 고려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집단주의는 개인의 본질적인 특성이나 성격을 고려하고 존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각자가 행복한 공동체 사회를 위해
그럼에도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망을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죠. 하지만 가끔은 내가 속해있는 집단이 내게 과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의식중에 집단적인 흐름에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맞춰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서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인화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 욕망에 솔직해지면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입니다. 개인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과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양한 개인이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행복한 공동체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