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호/사회탑] 아동학대 대응, 가해자 처벌 넘어 '피해아동 보호' 주목해야

2021-03-15     김민성 기자

서울시 양천구 아동학대 살인사건 가해자의 1차 재판이 열린 지 어느덧 2달이 지나간다.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보다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짐에 따라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하였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신설된 아동학대 살인죄는 여론만을 고려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더 이상의 아이들이 별이 되지 않기 위해, 튼튼한 보호 속에서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양천구 아동학대 살인사건 이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한 아이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어 있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내상을 지니고 있었다. 사망 이전에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으나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또한, 검찰에 혐의없음불기소 의견을 송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의문을 일으켰다. 이에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과 아동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정인이 법)’17일과 226일 두 단계에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 17일에 이루어진 개정에서는 수사 권한을 보장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였다. 응급조치를 취하기 위해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가해자의 주거지나 자동차 등에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는 동시에, 신고를 받았을 때는 즉시 조사 또는 수사 착수를 의무화하였다. 두 번째 개정에서는 형량 증가에 주목하여, 아동학대 살해죄가 추가되었다. 기존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했다면, 신설된 아동학대 살해죄는 법정형 하한을 2년 높여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높이고 추가적인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게 되었다.

32,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 아동의 경우, 해당 보호자가 어린이집의 CCTV 영상원본을 신속하게 열람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법안에서 아동학대 대응인력 교육대상에 사법경찰관리를 추가하여 전문인력 육성에 힘쓰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열악한 학대피해아동쉼터, 학교가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행정적, 입법적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대피해아동쉼터 사업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만 18세 미만의 학대 피해 아동이 심리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경우 원 가정으로부터 분리되어 가는 곳이다. 2017년에도 설치 계획이 있었던 만큼 쉼터에 대한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그에 비해 현재의 쉼터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SBS 끝까지 턴다보도에 의하면,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종사자 한 명이 5~7명의 아이를 주말과 밤낮 가리지 않고 돌본다. 평균 월급은 세금을 제외하고 180만 원에 불과하다. 쉼터가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쉼터 퇴거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 쉼터 종사자의 평균 근속시간이 13개월밖에 안 되어 노동력 확보도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76개소의 쉼터를 올해 105개소로, 29개소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쉼터에 대한 예산, 노동력 등 실질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 아동학대 예방 예산의 경우 전체 예산의 70%가량이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과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에서 온다. 매년 예산이 일정하지 못한 데다 예산 집행기관(보건복지부)과 조달기관이 다른 상황이다 보니, 장기적인 예산 계획 수립이 어렵다.

현 상황에 대해 전교조 이상우 교권기획국장은 학교와 같은 협력 기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신고만 의무일 뿐, 이후의 정보교류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는 아동학대 의무신고 기관으로서 신고의 의무는 지니지만 신고 이후에 결과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혹은 학교에 아동학대 피해 학생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 “학교에서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방과후학교 돌봄교실의 우선순위를 주거나 심리치료와 교육을 위한 예산을 미리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아동학대의 재발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관찰이 쉬워진다.”라고 말하며 학교가 쉼터를 보완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했다. 이어, “학교가 이러한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수사기관 측에서) 학교에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개인정보의 보호 또한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나 보호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부분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아동복지법 차원에서의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위한 여건 마련을 강조했다.

 

즉시 분리, 횟수가 아닌 알맞은 조치 고민해야

현재 논란이 되는 즉시 분리에 대해 이상우 교권기획국장은 즉시 분리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즉시 분리도 판단을 잘해야 한다. 사례들을 모아서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시켜야 하고 상담가, 경찰, 의사분 중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박사급의 전문가를 섭외해서 아이들이 더 안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시 분리를 위한 횟수를 정하는 것보다 사례에 알맞은 조치에 집중하고, 조치 판단을 위한 전문인력과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덧붙여, 이상우 교권기획국장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잘한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피해 아동에 대해 지역공동체에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역설하였다.

가해자에 대한 심판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 피해 아동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고 개개인이 피해 아동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튼튼한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