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호/독자의 시선] 죽은 것들 사이로
홍수미 (화학교육·18) 학우
2021-02-15 한국교원대신문
죽은 것들 사이로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계절이 되면
나를 감추었던 이파리들은 모두 시들어 저문다
살갗을 저미는 바람이 불 때면
부끄러움을 감추었던 것들은 속절없이 흩날린다
다 떠나고 난 앙상한 가지를 보았다
형편없었다
아물지 않은 엽흔이 온 몸에 가득했다
내 눈에는 바스락거리는 죽은 것들밖에 보이지 않아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내 속은 깊은 곳부터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데
우습게도 깊게 뿌리박힌 두 다리가 야속했다
차라리 누군가가 내 밑동을 베어갔으면 싶었다
찬바람은 여전히 매섭게 불어
내가 울던 그 자리, 허물이 가득한 그 곳을 스쳐지나갔다
바스락거리는 죽은 것들 사이로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살갗을 저미는 바람에 나는 그저 울 뿐이었는데
썩은 것들 사이로부터 푸르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작은 푸른 것들에 마음을 뺏겨버린 나는
살아가기로,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