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호/사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불가 … 소년법은 악법?
청소년 범죄, 처벌을 넘어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 필요해
지난 1월 22일, 경기도 의정부 경전철에서 중학생 두 명이 노인을 폭행한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노인을 폭행한 중학생들은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들은 1)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소년범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거나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소년법은 정말 악법일까?
◇ 소년법의 목적은 ‘처벌’만이 아니다
소년법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보호처분’이다. 사람들이 보호처분에 가지는 이미지는 대게 ‘관대한’ 처벌이다. 초점이 어긋났다. 서울남부 2)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는 “소년법은 아이들을 관대하게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남기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다. 법체계가 굉장히 잘 이야기해준다”고 설명한다.
촉법소년은 만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은 받을 수 없지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절도나 폭행을 성인이 저지르는 범죄와 같은 선상에 두고 본다면 오히려 많은 소년이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그냥 풀려난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지 않고 보호처분 결정이 내려진 소년에게는 형사처벌과 달리 교육을 받고 성행이 개선될 기회가 주어진다.
보호처분 중 ▲1호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5호 보호관찰은 소년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어 ‘사회 내 처분’이라 불리고, ▲6호 아동복지시설 등 위탁 ▲7호 치료시설 위탁 ▲8호, 9호, 10호 소년원 송치는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강제되어 ‘시설 내 처분’이라 불린다. 이중 사회 내 처분은 한 개만 부과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 부과하기도 한다. 시설 내 처분도 일반 교도소와는 달리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성인 범죄자들에 그대로 노출되는 교도소와는 달리 재범 예방이 효과적인 편이다. 보호처분은 정해진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성행 개선 여부를 확인해 미진하면 보호처분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정되면 변경할 수 없는 형사처벌과 또 다르다.
◇ 소년법을 악용한다?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영악해진 소년들이 소년법을 악용한다는 점과 청소년 범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점을 근거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서울남부 청소년꿈키움센터는 “(소년법을 악용하는) 그런 아이는 실제로는 일부라고 생각한다. 센터에서 본 아이들은 그저 배고프니까 편의점에서 뭘 먹자고 삼각김밥 몇 개를 가방에 넣어서 오는 아이들 같은 경우다.”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에 관해서도 “우발적 비행은 소년 비행의 요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충동적이라는 말이다.”라며 대부분 청소년이 계획적으로 소년법을 악용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범죄도 실제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대검찰청의 ‘10년 동안 범죄발생 및 범죄자 특성 추이’에서 전체범죄의 연령별 3)발생비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소년범죄자(만 18세 이하)의 발생비는 ▲2010년 933.6 ▲2013년 875.1 ▲2016년 810.6 ▲2019년 780.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대부분 소년범이 소년법을 악용한다는 것도, 청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언론에서 보도하는 흉악한 소년범죄를 보고 분노한 우리들의 착각이다.
◇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냐 유지냐
소년법 폐지가 아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여론도 거세다. 지난 2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사 미성년자의 기준을 기존의 만 14세가 아닌 만 12세로 하향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인하나 처벌 강화에는 부정적인 편이다. 부경대학교 김혁 교수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 조정할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생략)… 현행 연령 체계 하에서도 소년법에 따른 형사제재가 가능하므로 형사 미성년자의 촉법행위에 대한 형법 및 소년법의 사회보호기능 역시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형사책임연령과 소년법 개정 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2019)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과 폐지가 논의됐지만, 결국 회기 내에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적이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청소년 전문가는 청소년 범죄가 소년법상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남부 청소년꿈키움센터는 “바뀌어야 할 부분들은 범죄가 발생하고 나서 그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들이다. 사후 대응보다는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문제 행동을 예방하는 선제 대응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며 “(청소년이) 문제 행동을 저지르게 되면 가정, 학교, 사회 환경 등이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에 다각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주목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처벌이 아니다. 처벌을 넘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 촉법소년: 만 10세 이상 ~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 미성년자. 형사 미성년자는 범법행위를 해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2) 청소년꿈키움센터: 학교폭력이나 법원에 소년 보호 재판을 앞둔 상담조사대상자에게 상담조사와 비행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법무부 산하기관
3) 발생비: 인구 10만 명당 발생 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