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호/기획] 한 학생의 성장의 여정을 함께, 특수교육을 들여다보다

2021-02-15     이희진 기자, 김지원 기자

2019430일 교육부의 승인으로 올해 우리학교에 특수교육과가 신설된다. 철학적 기초와 전문적인 지식을 겸양한 특수교사, 특수교육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유능한 연구자가 자라날 텃밭이 준비되었다. 예비 특수교육자들과 함께 학문의 꽃을 피워나가기에 앞서, 특수교육의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고자 한다.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나는 특수교사입니다 - 청주 성신학교의 특수교육 이야기

사진 / 청주성신학교 제공

장애의 정도가 중증인 학생의 경우, 경증인 학생과 달리 일반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장애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특수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유치원부터 고등, 전공과정까지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청주성신학교를 방문해보았다. 한상훈 교감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수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며, 특수교사의 자질과 미래 특수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청주 성신학교 교감 한상훈입니다. 특수교육 초등을 전공했고 처음에 정신지체 학교에서 시작해서 교직 경력은 31년 됐습니다. 청주성신학교는 정신지체 자폐 학교로 인가를 받은 학교예요. 발달장애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어서 성신학교에 분포되어있는 학생들은 정서, 자폐, 그 다음에 행동장애 이렇게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Q. 일반학급 교사와 다르게 특수교사에게 더 요구되는 역량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학교 선생님들도 교육에 대한 소신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지만 특히 특수학교에서 재직하는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교사라기보다도 소명의식이 분명히 있어야 해요. 그리고 특수학교 교사는 장애 학생들, 장애 영역들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히 있어야 해요.

 

Q.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처음에 새 학년이 되면 담임교사, 보건교사, 학교 관리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개별화교육운영협의회가 열립니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을 관찰하는 기간을 새 학기에 가져요. 그래서 그 기간이 지나면 학부모 요구 조사를 진행해서 학부모님들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서 아이들에게 지도를 해줬으면 하는지 요구를 파악해요. 그 내용을 저희들이 감안을 해서 개별화 교육 계획을 세워요. 이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위해 개별화교육운영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해서 개별화 교육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Q. 현재 이루어지는 특수교육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전공과까지 끝나고 나면 학부모님들이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공과를 못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전공과를 졸업한 친구들도 학령기가 끝나면 더 갈 데가 없는 거예요. 특수교육이 끝나면 사회에 나가지 못하고 결국엔 집에 있는 거죠. 특수교육에 대한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게 없다는 거예요. 있어도 굉장히 국한되어 있어요. 장애인들이 생산적인 취업상태로 나가도록 도와주면서 보수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도 존재하지만 이런 곳은 지적능력이 능력이 우수한 친구들만 한정적으로 갈 수 있어요. 특수교육이 사회교육으로 확대가 되지 않고 정부의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는 거죠. 그래서 재활 시설 같은 곳에서 학령기가 끝난 장애인들을 수용해주지 못하면서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계속 생기니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Q. 특수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겪었던 경험 중 보람을 느꼈던 순간,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는 인지능력이 부족해서 자기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선생님 이름을 모르는 친구들도 허다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전혀 모를 것이라고 생각을 한 학생이 저한테 한상훈 선생님!” 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일상적으로 장애학생들이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감동이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내가 주는 만큼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변화해요. 그래서 꾸준한 지도 끝에 학생들이 좋은 쪽으로 변화했을 때도 참 뿌듯하죠.

어려운 점은 지금 같은 경우에 장애가 중복화, 중증화되어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지체장애라면 이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지체장애, 발달장애, 거기에 시각장애까지 있는 친구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이 굉장히 어려워요. , 아이들의 공격성도 점점 심해져요.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고 하기도 하고 칼을 들고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 제압을 하다 교사가 다치기도 하고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해요.

 

Q. 올해 우리학교에 특수교육과가 신설됩니다. 새롭게 신설될 특수교육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학생들에게는, 특수교육은 책임의식을 필요로 해요. 그래서 단순히 직업을 갖기 위해 교사를 선택하지 말고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특수교육은 이론적인 것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장애에는 정말 행동 특성이 각양각색이거든요. 그래서 큰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귀찮을 수 있지만, 학교 다니면서 봉사활동도 많이 나가서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해요.

학교 측에는, 만약에 실습을 나가게 된다면 실습을 나오기 전에 학생들하고 교생 선생님들이랑 래포 형성이 되어야 하잖아요. 서로가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성신학교는 실습 나오기 전년도에 교육봉사를 나오도록 하는 규정을 짓고 있어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오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개인이 하는 경우 쉽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교육봉사를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도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특수교육의 길을 들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공문 한번 띄워주고 하면서 지원이 들어가면 훨씬 수월하겠죠.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우리 - 부산 모라초등학교의 통합교육 이야기

교직 과목 특수교육학개론을 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지금 특수교육 현장에는 통합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강조의 바탕에는 아동의 장애를 결함으로 보지 않고 단지 하나의 차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다. 그 시선을 같이 하고자, 교육부 주관 ‘2020년 장애학생 통합교육 실천 성과 공유회에 소개된 부산 모라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특수교사 황진영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합교육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자.

 

Q. 부산 모라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과의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교육부 특수교육연차보고서(2020) 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72% 이상의 학생들이 통합교육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합니다. 모라초등학교의 경우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특수학급에서 분리교육 받는 시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의를 통해 통합교육과 최대한 연계하는 내용으로 지도할 수 있게 개선했습니다. 특히 통합교육 활성화를 위해 특별히 배치된 통합교육지원교사를 중심으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교수팀을 구성했습니다. 구성한 팀에서는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통합교육 적용이 적합한 교과를 중심으로 통합학급당 주당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협력교수로 통합교육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의 교육활동 전반에도 통합교육의 요소를 가미하여 계획하고 실천했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 이해 및 장애 공감 추천도서를 활용하여 독서종합발표 대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운동회 종목에 장애인스포츠 종목을 변형하거나, 학예발표회 프로그램에 특수교육대상학생과 함께 팀을 구성하여 발표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 이해 및 통합교육의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Q. 통합교육에서는 여러 전문가가 함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라초등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는 협력교수 절차 ‘PAIR 모델은 무엇인가요?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력교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협의가 있어야 하고, 협의와 수업준비를 위한 시간 투자가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협력교수를 위한 사전협의, 실행, 사후협의 등의 절차를 지키면서 협력교사 간의 협력교수 준비시간도 절약하는 등 학교 실정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적절한 협력교수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모라초에 적합한 협력교수 모형을 구안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PAIR 모델입니다.

 

사진 / 모라초등학교 제공

수업에선 ‘PAIR 모델을 수업지도안 프레임으로 구안하여 준비-계획-실행-평가의 절차에 따라 협력수업에 적용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협력교수학습 지도안 일부 예시
교수학습 자료수정 예시

 

Q. 통합학급에서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모라초등학교는 학년별 1~2개의 학급으로 구성된 소규모 학교입니다. 학급 친구들의 구성원이 6년간 변화가 없을 확률이 높고 중학교 진학도 같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합학급의 수용적 분위기 조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조기개입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이전 통합학급 담임과 협력교수팀을 미리 구성하고 특수교육대상학생과 통합학급 학생들의 면밀한 분석으로 학년 초에 적용할 통합학급 적응 기간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2주간 실시하였습니다. 통합학급 적응 기간에 학급에서 지켜야 할 약속, 자리 배치, 11역할을 정하고 특히 또래 도우미 학생선정과 역할을 학생들과 함께 결정하여 학생참여중심 통합학급 운영을 기틀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친교 놀이를 다양하게 하여 놀이 속에서 협력을 체험하고 서로 친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통합학급을 대상으로 특수교사의 장애이해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서로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먼저 만들어나간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라초등학교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모두 중증장애도, 특별한 문제행동이 없어서 그런지 일반학생들과 마찰 없이 즐겁게 서로 협력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Q.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을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나 통합학급 담임교사, 그 외 교과전담 교사들은 일반학생만 지도하는 선생님들에 비해서 학습지도나 생활지도에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통합학급 담임교사는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해 경력이 짧은 교사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합교육 내실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교수 구현 시간의 증가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통합학급 담임의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학교와 같은 특수목적과 과제가 없는 학교에서는 수많은 긍정적 교육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제 실행에 옮겨지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협력교수를 자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참여교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에는 반드시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특수교사가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 나아가 비율에 따라 특수교사의 수를 더 많이 배치하여 협력교수 팀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인적자원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다양한 개선방안이 크게 보면 각 교실에서 방치되거나 소외되고 있는 부적응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통합교육의 방향이 결국 한 명의 학생도 소홀하게 관리하지 않는 보편적 학습설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특수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겪었던 경험 중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특수교사라고 소개를 하면 열에 아홉은 고생 많다.”, “어려운 일 하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러나 저는 특수교사만큼 행복한 직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학생 한명 한명이 성장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학급에 학생 수를 6(초등학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6명에 대한 시간표를 작성하여 각 시간대로 나누면 한 시간에 2~4명 정도의 학생과 수업을 하게 되기 때문에 소수의 학생에게 집중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3~4년 동안 그 학생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 큰 기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만난 학생들에게 학기마다 사진앨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선물해주었는데 마치 아기의 성장앨범을 만드는 부모의 마음처럼 각 학생의 성장이 기쁘고 흐뭇하게 느껴집니다. 둘째, 함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수교사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실무원, 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협력해서 학생을 지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한 명의 학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함께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협력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통합지원교사로서 일반교사와 함께 협력하여 수업을 진행했을 때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개별수업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다양한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을 체험한 경험이 있습니다. 서서히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을 학급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며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편견이 해소되어 가는 것을 경험하고, 함께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느낀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