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호/기획] 다른 시선으로 - ③독거노인의 발자국을 따라 가다

2021-02-15     홍윤재 기자, 정예인 기자

세월이 들어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일이다. 몸이 노쇠해지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외면하고 싶지만, 천천히 삶에 스며든다. 스며드는 자연의 흐름을 마주하는 과정은 존엄하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엄이 바래진 채, 불안정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끝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 다른 시선으로에서는 독거노인의 시선이 되어 삶과 사회를 바라본다.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시선들을 이야기한다.

 

독거노인, 하면 떠오르는 현실들

노인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신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하지만, 우리는 독거노인이라고 했을 때 자연스러운 변화 이외의 것들을 떠올린다. 피보호자, 약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자. 독거노인과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가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독거노인의 생활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활상의 어려움을 물었을 때 노인독거가구 중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9.6%이었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노인부부가구의 응답률인 56.9%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 자식 혹은 배우자와 함께 살지 않는 독거노인의 대다수는 다른 노인 가구에 비해 생활상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생활상 어려움으로 아플 때의 간호(34.6%) 심리적 불안감·외로움(21.4%) 경제적 불안감(13.4%) 일상생활 문제·처리(9.5%)를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이슈 앤드 포커스 독거노인 실태조사 노년기 독거 현황과 정책적 대응 전략(2015)’에 따르면, 경제적 문제를 겪는 독거노인은 75.9%에 달했다. 이때 경제적인 문제란, 저소득 문제, 주거 불안정 문제, 경제활동 미참여 3가지를 일컫는다. 2014년 기준 독거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은 14.6%, 다른 노인 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또한 독거노인의 대다수인 77.3%가 미취업 상태였고, 노인독거가구의 53.6%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가구소득을 받고 있었다. YWCA 은학의 집 조윤 방문 요양 사회복지사는 독거노인이 나라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한 달 동안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제대로 된 밥을 먹거나 겨울철 따뜻한 옷을 사 입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시는 분도 있고, 초반에 식량을 채워 넣다가 이후에는 식단 3개로 2주를 버티시는 분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설명하였다. 이와 더불어, “요즘 같은 때는 복지관이 문을 닫아서 무료급식을 이용하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언급하였다.

이런 생활상 어려움과 더불어, 독거노인이 특정 지원을 받을 때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들이 어려움을 한층 더한다. 노인요양기관 등에서 지원이 필요한 독거노인을 발굴하지 않는 이상, 독거노인이 국가 지원을 신청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는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독거노인에게 복지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조윤 방문 요양 사회복지사는 복지의 사각지대와 관련해서, 자녀가 부양의 부담 때문에 독거노인을 기초 수급자로 신청하고 지원을 받는 경우를 언급하였다. 반면 부양할 수 있는 자녀가 없는, 완전히 혼자인 노인은 신청 방법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지원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사가 대신 신청할 때도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고, 기다리다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 지원 기준은 명확한 게 당연하지만, 신청하는 방법이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원에서 소외되는 독거노인은 상당수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에 발표한 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에 따르면, 2012년부터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지만,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돌봄 사각지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의 수는 2018년 기준 641천 명 정도인 데 반해, 실제로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대상자는 24만 명뿐이었다.

 

집에 가만히 있는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생계 문제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인간관계, 자아실현에서 오는 성취감 등의 정서적 요인이다. 독거노인은 빵을 갖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관계도 헐거워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965세 이상 고령자 중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74.5%였다. 74.9%를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0.5% 하락한 수치다. 또한 고령자의 사회관계망은 13세 이상 인구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며, 고령자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회관계망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통계청 사회조사의 노인실태조사 추이(2011~2018)’에서도 65세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친구, 이웃과 연락, 왕래빈도가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가족 중심의 전통적 가족 관계 망에서 핵가족으로 가구의 형태가 변화하고, 고령화, 비혼 현상이 심화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기 힘들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주시 독거노인통합지원센터 이민영 팀장은 독거노인들이 우울감과 고독감을 겪고 있는 현실을 말했다. 이민영 팀장은 노인들이 평소 아무 것도 안 한다.”, “집에 가만히 있는다.”, “병원 다녀왔다.” 등의 문장으로 자신의 일상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가족관계 단절, 무연고 노인의 경우는 물론 가족이 있어도 매일의 일상을 같이 할 수 없어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는 매우 단조로워졌다. 가족과 함께 수 없는 노인들은 그동안 지인과의 만남, 경로당에서의 생활 등으로 사회관계를 이어나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마저도 단절된 상황이다.

독거노인의 고독과 우울감은 삶의 질뿐 아니라 삶 그 자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의 노인 자살의 원인과 현황에 따르면 자살충동 경험 노인이 응답한 자살 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적/정신적 질환 및 장애가 각각 34%33.2%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건, 외로움과 고독이었다.

 

()에 갇힌 인()

이렇듯, 독거노인들이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에서 그친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들의 어려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함께 해결해나갈 수 없다. 기존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독거노인의 어려운 현실만이 아니다. 그러한 현실을 독거노인이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다.

독거노인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노동의 기회이다. 노동은 생계유지 역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본인의 가치를 발견하는 자아실현의 기회로도 역할한다. 또한 일터는 노동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장이기도 하다.

조윤 방문 요양 사회복지사 역시 거동이 가능하거나 인지가 좋은 노인들은 노인일자리사업을 연계해드린다. 노인도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건강해지기도 한다며 노인 취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사업에 대해 잘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고령이라는 이유로, 혹은 소식을 전할 때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수고로움 때문에 노인을 받아주지 않는 기관도 많다고 한계를 밝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2018)’에 따르면, 고용·노동 분야에서 노인이 경험하는 어려움 중, 나이 제한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6%를 차지하였다.

노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는 개인의 능력, 기업체의 상황 등 여러 요인이 있으나 사회의 고정관념도 한 축을 담당한다. 임정숙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교수와 정순돌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노인은 나이를 빌미로 대접받길 원한다.’, ‘노인은 고루하고 보수적이다.’, ‘노인은 젊은 사람들에게 권위적이다.’ 등 총 28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 문항을 통해 노인 낙인 척도를 측정한 결과(2019), 청장년집단이 높은 노인 낙인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차별에 대한 노인의 경험(2010)’에 따르면 차별피해 경험 탐색을 위한 심층 면담에서 소통부재로 고립감을 느낌’, ‘부정적 이미지로 거부당함’, ‘방치되어 두려움을 느낌’, ‘무시하는 태도로 자존감이 저하됨’, ‘지나친 통제로 존재감이 약하됨등의 답변을 얻었다. 이와 같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고령층들의 노화에 대한 불안과 우울증을 더욱 부추긴다.

조윤 사회복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인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회들이 배제된다. 충분히 건강해서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데, 어르신이니까 이런 일은 어려울 거야, 이런 인식들 때문에 많은 기회가 박탈된다.”라고 밝혔다. 노인의 모습 중 노()에만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로부터 피어난 고정관념과 편견들은 노인을, 그리고 그 편견을 가진 당사자의 시각마저 가둔다. 노인은 고루하다는 편견, 실제론 그렇지 않음에도 나이가 들었으니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 노인을 능동적 존재가 아닌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로 바라보는 편견은 그들에게서 자아 실현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만남과 마음이 어우러지는 노인 지원

  • 노인맞춤돌봄서비스 : 청주시 독거노인통합지원센터에서는 현재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 노인을 위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지원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생활지원사가 직접 노인을 방문하여 안전과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드리거나 노인의 단계별 과정에 적합한 인지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상 대화로 노인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노인의 상황 및 여건과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파악하는 것, 이를 통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노인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제한되자, 2020년부터는 비대면 서비스로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마음 잇는 손편지' : 심리적·정서적 안정 및 고독감 해소를 위해 청주시 독거노인통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1·3세대 편지쓰기, 충북여자고등학교 편지쓰기 활동팀과 은둔 성향의 노인, 무연고 노인, 우울감이 있는 노인, 글쓰기를 좋아하는 노인들이 손편지를 주고받는다. 이민영 팀장은 어르신들께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신 편지를 보며 여고생들의 코끝을 시큰거리게도 한다이에 학생들은 용돈으로 구입한 손난로, 파스, 마스크 등 자그마한 선물을 동봉하여 편지글에 담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은 손편지를 쓰며 옛 감성에 젖어 젊은 시절이 생각이 난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하시기도 한다고 활동 풍경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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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삶으로서, 온전한 주체로서

생활고를 겪으며 삶을 걱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 이는 우리 사회 독거노인들의 현실이다. 차가운 방에서 온종일을 보내고, 끼니를 거르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생활을 유지하는 독거노인들의 모습은 오늘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한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있지만 사각지대가 현저하다. 생활 전반에서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사람과 연결될 기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거노인의 현실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보다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동정받아 마땅하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자립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의 삶이라고 하면 슬프고, 암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모습이 아직 사회엔 존재한다. 청주시 독거노인통합지원센터 이민영 팀장은 대가족 시대의 독거노인이라면 사회적 시각에서는 동정이나 연민, 불쌍함,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일어내지만, 현대의 독거노인은 현재 청년층인 나, 중장년층인 나의 앞으로의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외로움과 쓸쓸함의 독거이미지보다는, 삶의 형태가 바뀐 것이라는 사고를 했으면 한다. 그렇기에 독거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삶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과정 중 하나의 삶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해 대비하고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독거노인에 대한 인식을 말했다.

이처럼,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아니다. 독거노인의 삶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들이 활발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와 지원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에서 독거노인을 보고 있다면, 고개를 돌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한 주체로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