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승인제 형태의 대자보 관리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학내에도 학생들이 주도하는 시국선언 자보들이 게시됐다. 이러한 자보들은 주로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인 인문관 뒤 게시판과 생활관 식당 앞 게시판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도교육원이 관리하는 식당 게시판에 붙은 일부 대자보의 경우 사전에 승인 도장을 받았음에도 학생지원과에 재 승인을 받으라는 요청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의 학우는 “자보를 사도교육원 승인을 받고 게시했으나, 이후 담당 직원이 전화로 근로생의 실수로 도장을 찍은 것 이라며 이런 내용과 관련해서는 학생지원과에 가서 승인을 받으라고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사도교육원에게 문의한 결과 시국선언 자보가 게시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학생지원과(이하 학지과)에서 관련 자보들을 학지과로 직접 와서 승인받도록 하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교내 게시물 및 현수막 관리 지침에는 교내에 설치된 게시판의 경우 그 근처의 건물에서 관리하도록 명시돼 있다. 따라서 식당 앞 게시판의 경우 본래 사도교육원에서 관리를 해왔고, 이번 자보 역시 마찬가지로 사도교육원 자율로 승인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학지과 관계자는 “혹여나 학생들이 내용과 관련해 학교측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게 될 것을 우려해 사도교육원에 미리 연락한 것이지 내용의 검열이나 불허의 목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게시물과 현수막 관리 지침이 생긴 것은 2012년, 현수막 게시대와 게시판을 추가 설치하면서이다. 그 이전까지 현수막을 포함한 자보들은 학교 곳곳에 게시됐고, 과정에 있어서 학교 측의 승인 절차는 없었다. 총무과 관계자는 “2012년 이전까지 학교 내 현수막들은 나무에 무분별하게 걸리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안 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해당 관리 지침을 만든 것도 이러한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한 이유였지 내용의 검열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시물의 승인제와 관련, 일각에서는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학교 커뮤니티 ‘청람광장’을 통해 학교로부터 자보 게시를 제지당한 경험을 묻는 게시글에 익명의 학생은 “재작년 총장 집무실 비용 전용을 규탄하는 자보 붙이려다가 이런 내용은 사정상 허가해줄 수 없다면서 반려되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 게시물의 관리는 대부분 학생들의 자율적인 관리로 이뤄진다. 충북대의 경우 게시판의 관리를 각 대학 학생회에 위임했고, 고려대의 경우 건물 내 게시판은 학교에서 관리하지만 교외 게시판의 경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교내에서 유지되는 게시물을 승인제로 관련하는 지침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학생지원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현행 지침으로 인해 정말 불편함을 겪고 있고, 학생회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온다면 언제든지 관련 조항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