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호/사회탑] 학자금 상환 부담으로 개인회생까지 … 빚 수렁에 빠진 20대
사회 진출 전부터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 위한 제도적 개혁 필요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20대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했다. 청년들을 개인회생까지 몰고 간 데는 학자금 대출의 영향이 컸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이행기청년 평균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5~29세 청년의 경우 전체 부채에서 학자금 대출이 79.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렇게 사회 진출 전부터 대학에서 빚을 지고 오는 청년들은 개인회생에 이르기 쉽다.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해 다시 사기업에서 대출을 받아 빚으로 빚을 막는, 일명 ‘빚 수렁’에 빠져 결국 개인회생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 청년 부채 부담의 원인을 분석하고, 청년들의 부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 개인만의 위기 아냐
학자금 대출 연체자 신규 발생이 4년 사이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10월 12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학자금 대출 연체자 신규 발생이 2015년 4000명에서 2019년 1만 5000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상반기에만 2019년의 절반 이상인 1만 1000명을 찍었다. 한편, 빚에 못 견뎌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대도 늘었다. 10월 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말 기준 2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9년 말보다 21% 증가했다. 심지어 전 연령대가 감소하는 가운데 20대만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청년 개인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2020년 6월 기준 학자금 대출 연체 누적액은 총 418억원에 달한다. 학자금 대출의 재원이 세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곧 418억원의 국고를 고스란히 잃는 것이 된다. 또한, 20대 개인회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노동인구의 손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간사는 “일찍이 파산신청을 경험한 20대들이 마음건강을 잃고 무기력해진다면 이는 곧 생산적인 노동인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생산성과 경험을 겸비한 노동인구를 얻지 못한다면 구직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 청년들이 빚 갚지 못하는 이유, ‘취업난’과 ‘높은 금리’
그렇다면 최근 5년간 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은 무엇일까. 조희원 간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취업난을 꼽았다. 21일 통계청에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청년층(15세~29세)의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5000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업자 수 감소 폭의 경우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8000명이 감소했다. 취업을 못해서 재정 원이 없다 보니 청년들은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고자 해도 갚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취업난만을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2010년부터 재학 중 상환 부담이 있는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외에도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부 청년들은 취업 후부터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상환 기간을 취업 후로 유예하더라도 청년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도 재학 기간과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이자가 계속해서 누적된다. 게다가 학자금 대출은 이자도 적지 않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사업은 일반상환 대출과 취업후상환 대출 모두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항상 높았다. 2020년 11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인 반면 한국장학재단 두 학자금 대출의 금리는 1.85%다. 취업후상환 대출을 받더라도, 재학 및 취업 준비 기간 동안 기준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한 이자가 누적되기 때문에 청년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을 상환 중인 회사원 Y씨는 “국가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원이 세금인데 왜 굳이 학자금 대출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높게 고수하는지 모르겠다”라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 청년들의 ‘빚 수렁’ 막기 위해 ‘무이자 학자금 대출’과 ‘반값 등록금’ 실현해야
청년참여연대는 현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제도와 고지서상 반값 등록금 실현을 제시한다. 조희원 간사는 “실제로 일부 지자체와 기업에서는 이미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물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은 재원이 세금이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도 덜 하다”라며 무이자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희원 간사는 또한 “청년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학자금 자체도 낮아질 필요가 있다”라며 반값 등록금의 실질적 실현을 주장했다. 이어, “저번 박근혜 정부에서 실현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일부 학생들만 수혜 받는 국가장학금을 반값 등록금이라고 표현한 것뿐이다”라며, 국가장학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지서 금액상에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원 간사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제도, 반값 등록금 실현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여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대학을 떠나 사회에 막 도약하는 우리 청년들이 행복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학자금 제도 개선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