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호/기획] 다른 시선으로 - ②미혼모의 떨리는 숨결을 따라가다

2020-11-30     김지원, 김금비 기자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이름은 여전히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지난 10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신생아를 20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었다. 이 사건은 논란이 되며 많은 사회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우리는 비난에 앞서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차가운 시선과 차별, 불합리한 대우, 접근이 어려운 복지 정책 등.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선택을 부추겼을 것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결심한 순간, 그들은 수많은 벽에 마주한다. 연재기획 다른 시선으로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미혼모의 시선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작은 생명, ‘낳을 용기를 갖기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미혼모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감격과 기쁨보다도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미혼모 7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신기 및 출산 후 미혼모 생활실태조사’(이하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와 형제자매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80.4%로 나타났다. 실제로 임신 사실에 대한 통보로 인해 가족과 단절되기도 한다. 가족과의 단절은 그들의 의식주에 걸친 일상생활을 무너뜨린다. 특히 주거환경을 통해 안정된 거주지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미혼모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임신 당시 머물렀던 주거환경을 묻는 설문에서 전체 741명 중 찜질방은 15%, 모텔/여관은 18.9%, 고시원은 8%로 나타났다. 40.9%의 미혼모가 임신 중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연령이 어린 10, 20대에서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임신을 하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병원 방문도 그들에게는 쉽지 않다. 모성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8주 이전 초진을 한 경우가 2015년 기준 미혼모는 51.4%, 전국 기혼여성은 98.5%로 나타났다. 미혼여성의 저조한 병원 방문의 원인에 대한 물음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오영나 대표는 미혼모는 임신에 대한 인지가 늦고 현실 부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출산할 때까지 한 번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자택 출산도 빈번하다라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병원비를 부담하기 힘든 경제적 상황, 병원에서 받을 부정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이 마땅히 제공받아야 할 의료서비스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열악한 출산 환경과 복지 소외, ‘기를 용기가져보지만

거주지를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혹은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품었던 작은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임신에 대한 인지가 늦은 경우, 혹은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에는 출산 당시에도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 출산할 여력이 되지 않아 집에서 혼자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실태조사에서 시행한 심층 면접에서 한 미혼모는, 병원비가 부족하여 소독약, 가위, 담요, 실 등을 준비해서 탯줄을 잘라 집에서 혼자 출산을 했다고 답변했다. 오영나 대표는 올해만 해도 자택 출산을 5건 보았다.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많고 혼자 아이를 낳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의료비가 없어서 병원에서 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말하며 출산 당시에 미혼모가 처해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설명하였다.

산후조리 역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 직후와 출산 후 1년에 미혼모의 건강 상태를 자가 진단하는 설문에서 나쁘다라고 답한 비율이 40%를 웃돌았다. 또한 임신기간과 산후 기간 우울증을 겪는 미혼모의 비율이 모두 60%를 넘어선 것을 통해, 미혼모가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 후 몸을 추스르고 안정을 회복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혼자 오롯이 해내야 하는 일들로 양어깨가 너무나 무겁다. 우리나라 복지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기관을 방문하여 신청서를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영나 대표는 미혼모는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혼자인 경우가 많다. 출산을 하고 몸을 추스르고 하는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시간 안에 여러 가지 복지 지원을 신청해야 하고 신생아도 돌봐야 하니 너무 버거운 상황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찾아가는 서비스와 같은 미혼모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미혼모의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복지가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복지 서비스 접근의 물리적 제한성뿐만 아니라 미혼모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미혼모 741명 중 51%가 정보 제공, 복지 정책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와 구청에 방문한다고 답하였다. 하지만 관공서 직원이나 공무원이 미혼모 지원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변경된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영나 대표는 스물두 살 이었던 어린 미혼모의 사례인데, 수입이 끊긴 상황이어서 긴급복지지원법으로 생계비를 지원을 받으러 가자 대상이 아니라며 동주민센터에서 돌려보냈다. 이러한 비슷한 사례가 한 달에 몇 번씩 민원이 제기된다라며 복지 서비스의 접근성이 비단 물리적인 측면의 문제만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이 동주민센터인데 직원들의 숙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되돌림을 받고 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라며 관공서 직원들의 미흡한 정보 숙지에 대해 지적하였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도움이 절실한 미혼모의 경우 국가의 복지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이 연속된다면 더욱 위축되고 좌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복지 서비스 접근성에 대해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지 정책이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이처럼 접근의 물리적 제한성이나 정보전달의 문제로 인해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면 진정한 복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이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점검하고 사각지대를 살피는 것까지가 국가의 보호이며, 소외 없는 단단한 안전막이다.

 

기를 용기내디뎠지만, ‘홀로부담을 감내하는 현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간신히 몸을 추스른다고 해도, 자라나는 아이를 키우는 여정에서 다시 고비를 마주한다. 미혼모가 아이를 기르면서 맞닥뜨리는 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한 미혼모의 비율은 61.6%에 달했다. 출산과 양육으로 학업이나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잦고, 육아를 병행하며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들어 부업, 단기 아르바이트 등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육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을 한 미혼모는 47.4%였다. 그중 27.9%는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온전히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담에, ‘미혼모라는 이름이 꼬리표가 되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복지 사각지대의 발생이다. 지원이 필요해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현행 규정상 2인 가구 기준 부모의 나이가 만 25세 이상인 한부모 가족이 양육비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52%1555,830원 미만이어야 한다. 미혼모 긴급생계지원을 받으려면 전기료 또는 월세가 미납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도움이 절실해도 지원받지 못하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생계마저 토해내야 한다. 벼랑 끝까지 몰린 이들은, 결국 아이를 안고 베이비박스로 향하기도 한다. 주민센터에서 미혼모 지원 제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홍보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오영나 대표는 미혼모 지원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주민센터에서는 홍보하지 않는데, 현행 제도를 잘 활용해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미혼모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지자체에서 정책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알려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친부의 양육비 부담문제다. 2010년 여성가족부의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27명 중 58.0%가 친부에게 자녀 양육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친부에게 바라는 아버지의 역할로는 자녀양육비 지급이 38.4%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가정은 80%에 육박했다.

민법상 미혼모는 친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청구 후 지급받은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으면 3번의 감치 처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처벌도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친부에 대한 미혼모의 인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8%는 친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34.4%아이 친부와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양육 책임을 저버린 친부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오영나 대표는 양육비를 국가에서 지급하고 구상권을 청구해서 비양육자에게 받도록 하는 제도인 양육비 재지급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혼모는 친부가 양육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양육비 청구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친부의 양육비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미혼모의 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선행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청소년, 엄마로 산다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미혼모는 2761명이고 그중 24살 이하 청소년은 1,743명으로 8.4%이다. 청소년 미혼모는 성인 미혼모에 비하여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애가 애를 낳았다는 등 싸늘하거나 딱한 시선을 받는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영역에서 여러 문제를 겪는다. 임신·출산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관계 단절을 겪기도 하고, 그에 따른 정서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임신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가는 것,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와 미혼모 지원을 신청하는 것도 주위 시선 때문에 어렵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산후조리도 없이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일자리도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에게는 버겁다. 2019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청소년 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315명 중 61%는 무직 상태였는데, 그 이유로 자녀를 직접 양육하고 싶어서(32.6%)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서(30.6%) 등을 꼽았다. 청소년은 사회에서 보호받을 존재지만, 청소년 미혼모들은 오히려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다른 문제들보다 학업 중단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은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학교 징계나 학부모 항의로 인해, 가족의 권유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학업을 중단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위탁형 대안학교가 있지만, 학교를 그만둔 경우 학적을 회복하는 행정 수속이 쉽지 않고, 원래 다니던 학교와 위탁형 대안학교의 지역이 다르면 학업이 인정되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위탁형 대안학교를 다니지 못해 교육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미혼모는 청소년이자 어머니라는 두 역할을 수행하기에 성인 미혼모보다 더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다. 이들에게 집중하여 지원을 늘리고, 안전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나아가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교육이 실행되어야 한다. 청소년 미혼모는 성인 미혼모에 비해 출산율이 높다. 하지만 이들은 임신을 원해서 선택한 게 아니다. 피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2018년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서 청소년 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4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피임률은 58.3%에 불과했다. 오영나 대표는 청소년들이 성관계로 인해 언제든지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성교육은 임신이 되는 과정을 가르칠 뿐 양육과 책임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임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포함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성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는 성교육을 강화하고 한 축에서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이며, 양면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의 실수가 아닌 용기 있는 결정에 주목해야한다

임신을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출산을 하고 양육을 하는 과정에서 미혼모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용기를 낸다. 하지만 어렵게 가진 용기에 비해 우리 사회는 아직 그들에게 차갑고 무심하다. 왜 미혼모는 가족과 지인,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떨어야 하고, 직장에서의 해고를 감수해야 하며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피임을 잘 했어야지미혼모임을 밝히면 누군가 한 마디씩 거들곤 하는 흔한 말이다. 미혼모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이러한 시선과 말은 그들의 용기 있는 결정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들의 실수를 탓하고 나무란다.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그들은 그 결심만으로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생명이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슬로건이다. 미혼모는 낙태하지 않고 입양 보내지 않고 아이를 선택했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은 것, 혼전 임신이 아니라 그들의 책임 있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주목하는 것. 사회 인식의 개선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더 나아가 미혼모를 향한 비난의 화살과 불합리한 대우의 기저에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태도가 숨어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란하고 평범한 가족이라고 여겨지는 가족 구성은 그저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정상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손가락을 치켜드는 우리 사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미혼모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한국교원대신문의 다른 시선으로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