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호/교육탑]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의 한 걸음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교육기본법에서는 교육과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올해 1월 선거 연령이 만18세로 하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을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해석하여 중고등학생 대상 모의선거교육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그리고 이달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국민경선 참여 보장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행위 가능이 그 내용이다. 이에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나아가 교원의 정치적 권리,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교원의 국민경선 참여 보장,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실현 기대돼
현행 「정당법」 제22조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은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은 「정당법」에 따라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당내 경선의 선거인도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공무원과 교사는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 경선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정당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에 관여하지 못하는 선거권은 반쪽짜리 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개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공무원과 교원이 선거운동을 못해도 선거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당내 경선 참여는 하지 못해도 국민경선 참여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은 “교사도 일반시민이다. 교육활동 등 근무시간 내에서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 되고, 근무시간 외에는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학교 바깥에서 교사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현직 교사들도 교원의 정치적 권리 실현이 늦게 이루어졌음을 지적하며, 법 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 대화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송원석 교사는 “헌법에 따라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교사들도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도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정치적 권리를 교사도 누려야 한다. 교사이기 때문에 특정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무원과 교원도 기본권의 주체이기에,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권 확보에 이바지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목적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겠으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참여 배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교사를 포함하여 사회적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교사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교원의 국민경선 참여 가능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한 걸음이다.
◇ 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 실제적인 민주시민성 함양 기대돼
민주주의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는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는 교육의 목적에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여 대표자를 뽑아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선거는 정치적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소통을 거쳐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학생이 하루아침에 잘 수행해내기에는 어렵다. 그렇기에 법과 제도에 대한 이론적 학습보다는 지속적이고 체험적인 선거 교육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은 교과시간,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 등에서 학교장 재량 하에 실시되고 있다. A교사는 “학교 내 대표자를 뽑는 선거를 직접 체험하고, 창체 시간에는 학생들이 직접 자치기구를 구성하며 자치 활동을 한다. 교과시간에는 선거와 관련한 이론적 내용을 가르친다”며 일반적으로 학교 선거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학교 자치에만 그치고, 나아가 우리 지역,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참여가 부족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현재 선거교육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 목적으로 실시하는 학교 내 모의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로 보지 않도록 여론조사 예외 규정에 ‘교육’을 추가한다. 학교에서 실제 정당, 후보자 또는 후보자의 공약 등을 토대로 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모의선거 준비, 모의투표·모의개표와 그 결과의 발표, 그 밖에 모의선거와 관련한 토론 등 교육상의 행위(이하 ‘모의선거교육행위’)는 ‘공무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로 보지 아니하되, 다만 이 경우 학생에게 특정 정당, 후보자 또는 후보자의 공약 등에 관하여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공무원이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 규정에 모의선거교육행위를 제외하는 단서조항을 신설한다. 송원석 교사는 “학교에서의 모의선거교육이 이루어지면 학생들은 유권자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시민의식과 책임의식을 배우고, 기성세대의 사회를 이해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또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며 모의선거교육의 기대점에 대해 설명했다. 개정안을 통해, 실제적인 선거교육의 실현과 주체적이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 우려와 기대 속, 발전하는 민주사회를 향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개정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교사가 학생에게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어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질 것이다’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야당 등의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려가 두려워 민주시민교육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송원석 교사는 “학교 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법 개정이 된다면 이후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점차 해결해나가야 한다”라며 민주시민교육의 점진적이고 참여적인 실현 방안을 밝혔다. 곽노현 이사장은 ▲학교 교육과정 내 민주시민 역량 강화 ▲학생 인권 친화적인 생활지도교육 실시 ▲학생자치 실질적 강화라는 학교 교육 활동과 밀착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민주시민교육 방향의 키워드는 ‘참여’였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도 미래지향적 교육정책의 중심이 ‘학생주체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등장을 발판 삼아, 학생들의 실제적인 체험과 주체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민주시민교육의 실현을 기대해본다. 또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교사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기보다는, 교사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