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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청람문학상 시 가작 - 김진, '청춘의 서(書)'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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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서(書)

김진(국어교육)

 

스물하나가 아니라 스물이라 부르고 싶었다

 

풋내가 나지 않는 남자라면 그의 카라에

얼굴을 부비고 교태라도 부리고 싶었다

선홍의 입술을 노회한 음지에도 갖다 댈

어둡고 분명한 치기가 있었다

 

때로는 어머니의 비린 젖 냄새와

기억나지 않는 태고의 축축한 아기집이

그리워져 다리를 모았다 벌려보곤 했다

좁은 선로에 머리를 박아보기도 했다

 

간극은 부유하며 벌어져갔다

 

잡혀 온 창녀처럼 우는 밤이 많아졌다

온몸의 점막이 젖고 헐어 터질 것 같았다

혹은 내 영혼이 바싹 마른 장미처럼

물증도 없이 건조하게 바스러질 것 같았다

 

꿈속에선 벌거벗은 처녀나무가 가시를 돋아냈다

 

가시를 싸안으면 박히는 자리마다

둥근 핏방울처럼 맺히던 석류

석류는 붉은 입을 쩌억 벌리더니

곧 터져 흐르며 온몸을 적셔갔다

나는 붉은 몸을 한 채 미친년처럼 뛰어다녔다

 

쌓인 연료를 태우듯 글을 써야 했다

진행과 퇴행의 간극 속 깊은 수렁에

침전물처럼 가라앉는 말들을

건져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담배를 물었다 쓰린 공기가 파고들어야

짓누르는 혼란이 폐부를 틀고 빠져나갔다

외롭고 막연했기에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청춘이란 이름을 앓으면 병구완할 어른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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