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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지금, 여성혐오를 마주할 시간(2)

여성혐오 좌담회 "페미니즘으로 양성 모두의 억압을 깰 수 있길" 하주현 기자l승인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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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를 더 깊게 듣고자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서는 패널들이 바라보고 겪어온 여성혐오의 구체적인 양상과 해결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참여해주신 패널은 다음과 같습니다. 권용덕(독어교육·13), 김도훈(영어교육·13), 박형규(기술교육·15), 황서연(일반사회교육·15) 

한국교원대신문(이하 한): 먼저 여성혐오, misogyny의 정의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여성을 멸시, 비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숭배, 우상화하는 것’을 여성혐오라고 지칭하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긴 하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다. 숭배와 우상화는 혐오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데 왜 여성을 숭배하는 것까지도 ‘여성혐오’라고 할까?
황서연(이하 황): (누군가) “나는 여우를 좋아해서 여우로 만든 목도리를 사고 싶어”라고 말할 때 이 사람은 진짜 여우를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나. 번역이 ‘혐오’로 되어서 그렇지 영어 misogyny의 개념은 다르다. 어떤 개인들을 집단화, 범주화해서 한 뭉텅이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혐오다.
한: 본인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 그로써 여성혐오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혼자서 깨닫기는 힘든 것 같다. 자신이 여성혐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아셨나?
권용덕(이하 권): 작년에 ‘메갈’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느냐”면서 메갈을 극렬하게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근데 거기서(메갈에서) (여성의 서사를) 얘기하는 거다. 일방적인 권력관계에서 여성이 무시를 받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내가 속한 학과 특성 상 여성이 월등히 많아 여성과 남성의 상황이 뒤바뀐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역시 (상대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편 여성혐오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남성들의 ‘쿨한 문화’. 실습에서 느끼는 건데 남학생들이 내신을 상대적으로 잘 못 챙긴다. 노트 필기를 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나 시험 전 날 pc방에 갔다 왔어”가 멋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대학에서도 시험 전날 “어제 형이 불러서 술 마시고 오늘 아침에 해장국 먹고 왔어”가 멋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김도훈(이하 김): 그런가? 일반화하긴 어려울 것 같다. 모든 남성이 그렇진 않다.
박형규(이하 박): 이런 것도 있다. 나는 영화를 혼자 보러가서 울면 쾌적한 기분이 드는데 사회에선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방에서 운다.
황: 언젠가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옆에 앉은 커플 중 남자가 너무 많이 울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너가 울면 쪽팔리게 내가 뭐가 돼”라고 하더라.
권: 학생 때 어떤 남자애가 영화보고 우는 것을 보고 주위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다.
박: 내가 그랬다.
한: 지금 말하신 것들을 ‘맨박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성에 갇힌 남성들. 우에노 치즈코의 책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선 ‘자기 마누라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게 무슨 남자냐’는 말이 여성혐오와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단순히 아랫도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닌,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고 폄하하고 공유하는 것’을 음담패설이라고도 하더라.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해도 샌님이라는 시선이 가해졌을 것 같다.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자에게도 피해가 되었던 경험들이 더 있나?
황: 예전에 전형적인 토의를 하는 동아리에 들었었다. 열심히 활동하는 부원은 전부 남자, 그리고 최소 13학번 이상의 선배들이었다. 그래도 동아리에 오래 있다가 중책을 맡게 되었는데 나이도 어린 데다 여성이기 때문에 내 말에 잘 따르지 않아 힘들었다. 그래도 더욱 실수 없이 일을 하려고 밤을 새가며 노력했다. 정말 힘들게 노력했고 사무적인 일은 내가 다 했는데 나중에 대표로 동연회의에 나간 건 함께 중책을 맡았던, 군대를 다녀오신 분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또 나는 오빠라는 단어를 못 쓰는데 동아리 술자리에서 어떤 선배가 나에게 “왜 오빠라는 말을 못하냐”며 자신에게 오빠라고 말해보라고 했다. 오빠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굉장히 수치스러웠다. 나는 맨박스에 갇혀있었다. 치마도 잘 안 입고.
한: 여성도 맨박스에 갇힐 수 있구나. ‘오빠라고 해봐’라고 말한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김: ‘오빠’라는 단어에서 위계가 확인된다. 선배라는 단어도 있지만 ‘오빠’가 더 맨박스를 자극하고, 여성이 남성에 종속된다는 느낌이 딱 오기에 심리적인 만족감이 있는 듯하다. 그 남자선배도 그게 큰 문제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으면 안 되는 건데 이해가 안 된다.

한: 대중문화 얘기로 넘어가보자. 지난 번 ‘프로듀스101’의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문제가 꽤 제기됐었다. 아이돌 산업이 내포하고 있는 여성혐오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황: 나는 충격적이었던 게 101명을 모두 세워놓고 팔을 한 명씩 잡아보고 (두껍다 싶은 연습생을) 잡아 빼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중학생도 있었는데, 먹는 걸 참아야하는 나이가 아닌데 아이돌 의상을 입었을 테 핏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고 까이고….
한: 그런데 ‘아이돌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돈 감수해야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말이 틀린 말인가? 단지 아이돌 산업이라는 분야에서 기인하는 특색은 아닐까?
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육성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특징은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서 보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객체로 본다는 데 있다. 마치 (사람이 아닌) 잘 익은 과일을 골라잡는 것 같은….
한: 남자아이돌과 여자아이돌이 소비되는 방식에 차이도 있을까?
황: 댓글로 ‘누구 내꺼야, 누구 남편, 누구 부인…’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시청자 또는 팬들이 아이돌을) 잠재적 연애상대로 보는 건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여자아이돌은 더 상품화된다는 느낌이 있다. 팔꿈치가 까마면 안 되고, 허벅지 근육이 갈라지면 안 되고, 발목이 두꺼우면 안 된다.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파헤쳐진다.
권: 주로 남자아이돌은 숭배의 대상이라는 느낌이고, 여성아이돌은 평가의 대상이라는 느낌이다. 이게 다른 것 같다.
황: 여성 팬을 타깃으로 하는 (남성)아이돌은 ‘사랑해, 그래 고마워’하는 느낌인데 남성 팬을 타깃으로 하는 (여성)아이돌은 ’날 사랑해줘‘라는 구애의 느낌이 강하다.

한: 야동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동에서도 여성혐오를 찾을 수 있을까? 문제가 된다면 무엇일까?
황: 카메라의 프레임이 문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야동의 종류는 소라넷 등의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는 몰카다. 몰카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행위임에도 많이 유통된다. 한편 (배우와 계약하고) 정식으로 찍은 동영상일지라도 몰카의 프레임으로 찍는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야동엔 “일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라서 좋네요”라는 댓글이 달린다.
한: 몰카가 범죄라는 인식보단 그런 프레임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구나.
황: 일본야동도 많이 소비되는데 거기서 여성은 종속적으로 가만히만 있다. 강간과 다를 바 없는 거다. 반면 서양 야동은 여성이 더 주체적이다.
한: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황: 남성의 권력욕과 독점욕을 충족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처음에는 강간을 했지만 결국엔 나의 테크닉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게 될 것이다, 나에게 복종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 그냥 개인의 취향이라면? 복종하는 여성을 선호하는 것도 여성혐오라고 할 수 있나?
김: 그렇다. 모두 내리찍는 것, 상하관계에 기인하는 것 아닌가. 원인을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인류의) 유전자에 들어있어서 그런 건지, 인류의 역사가 계속 그래 왔기 때문인지…. 사람도 동물이니까 남자가 힘이 세다는 생물학적인 위계로 (상하관계 만들기를) 정당화하려는 것 같다.
황: 생물학적인, 동물적인 이유라고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처럼 갓난아기를 키우는데 뒤바뀐 상황이라고 해보자. 아빠가 엄마에게 존댓말 하는 드라마만 보여주고, 남자에게는 구슬, 인형 같은 것을 주고 여자는 강하게 커야한다고 주입하면서 키웠을 때 15세 정도에 야동을 보여준다면 여성들은 지금의 (여성이 소극적으로 그려지는) 야동이 아닌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야동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인 듯하다. 성관계를 맺는 두 사람이 서로를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는 프레임이 야동의 문제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한: 반대로 남성이 받는 차별과 남성혐오엔 무엇이 있을까? 또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는 동치 될 수 있을까?
김: 사회적인 걸 봤을 때 남혐과 여혐이 서로 동치 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든 것 같다. 이건 당사자의 문제다. 남녀 모두 ‘나도 불편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다. 동물처럼 살자는 것도 아니고. 남혐이 있다면 여혐을 말하는 사람들의 입을 닫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용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 사회·경제적으로 남성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말하자면?
권: 아무래도 긴 노동시간이라던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어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가족부양의 부담도 남성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황: 그런 것 같다. 교양수업시간에 여성혐오를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는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교수님이 어떤 남학생에게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니 그 학생이 “서른 중반은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집도 있고 차도 있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권: 이 또한 여성보다 뛰어나야한다는 맨박스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고, 자신이 육중한 황금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김: 남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전까진 여성들이 기를 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진 (남성이 성공하기에) 사회적으로 용이한 구조였는데 점점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게 되어서 남자가 밀리는 것이다.
한: 사회적으로 남성에게 가해지는 의무나 부담이 줄면 여성혐오로 엇나가지 않는다는 건가?
김: 그렇다. 여혐이라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게 출발점일 듯하다.
권: 나는 페미니즘에 그저 동조하고 (남성으로서) 죄의식으로 느끼고 반성하는 것 자체는 훌륭한 일이지만 남성의 목소리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보다 (남성들만의) 담론이 없는 것 같다.
김: 그동안 남성은 기득권이었기 때문에 그럴(남성만의 담론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한: 남성연대와 같이 남성 입장을 말하는 집단이 있긴 하지 않나?
황: 남성연대는 여성을 비난하는 것으로 화살을 돌리기 때문에 (여성이) 귀를 기울이기 않았던 것 같다. (여성에게) “너는 페미니즘 공부한다고 하면서 군대이야기는 왜 안 해?”라고 화살을 돌리곤 하는데, 군대는 (여성이 아닌) 국가가 보내는 것이다.

한: 페미니즘이 남성의 부담과 여성들의 억울함도 줄이기 위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황: 그럴 수 있다. 페미니즘의 목표는 기본적으로는 인간해방이다. ‘남성은 강해야한다, 여성은 약해야한다는 억압’. 이건 벗어던지는 방법밖에 없다. 페미니즘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하고 (억압에서 함께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런(서로가 자유롭게 평등한) 환경을 위해 이것저것 바꿔도 보고, 어떤 단어를 쓰지 말아도 보고…. 이런 것을 계속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한: 미러링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러링은 여성과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황: 여성에게는 통쾌한, 속이 트이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인지 못했던 걸 갑자기 확 트이게 보이게 해주니까. 내 경우 남동생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답답한 게 있었는데 그 이유를 풀어주는 언어들이 막 쏟아졌으니….
한: ‘한남충, 김치남, 6.9, 삼초한, 소추소심…’과 같은 단어에 불쾌해 하는 남성이 많다.
김: 안 불편할 수 없다. 근데 안 불편하면 잘못 만든 거다. 어떻게 보면 고마운 지점도 있다. 당사자성이 큰 문제에 있어서 와닿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 효과적이니까. 근데 슬픈 얘기일 수도 있는 게 그게 남자들한테 별 영향이 없다. 아무리 과격하게 말을 해도 인터넷에서 기분 나쁘고 마는 거지 않나. 근데 여자들한텐 그게 삶의 현실이다. 인터넷에서 한남충이니 뭐니 해도 지금까진 남자가 살기 편한 세상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막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저렇게도 말을 하는 구나. 왜 저렇게 말하지?’(웃음) 그래서 그 미러링의 진원지를 찾아가보면, 그동안 남자들이 이렇게 해서 여자들을 불편하게 했구나, 그런 걸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말하면서도 내가 되게 온건한 편인 것 같다.
한: 넥슨 사태, 시사인 사태 때 남성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이토록 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김: 그 사람들은 위협을 느낀 것 같다. 기득권에 대한 위협.
권: 정의에 대한 위협이 아닐까. 시사인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적이고 민주당 지지하고, 그렇다. 자신이 정의롭고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너 여혐하는 나쁜 놈이야’라고 하니까 참을 수 없는 거다. 본인들로서는 공격을 처음 받은 것이고 그래서 당황했을 것이다.

한: 여성이 화장을 하고 단장을 하는 것에도 여성혐오가 스며들어 있을까? ‘안경 쓴 신부’의 이미지를 접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성별에 따라 외적으로 요구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권: 정말 안경 쓴 신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황: 뉴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여자 앵커는 풀메이크업 하고 젊은 사람이지만 남자 앵커들은 나이가 들었고 안경을 끼고 있다.
김: 그런데 화장하는 것, 꾸미는 것은 자기만족 아닌가? 여성의 욕망일 수 있다.
한: 여자 혼자서 만들어낸 욕망일까? 욕망의 근원으로 올라가 본다면 어떨까?
황: 나는 대학에 와서 항상 화장을 하고 다니는데 고등학교 때는 모범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무시를 많이 받았다.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수능 끝나곤 염색에, 화장에, 렌즈를 끼고 교복을 줄여 입었다. 선생님이 너무 예뻐졌다고 말씀해주셨다. 충격적이었다. 나를 못생겼다고 싫어하셨던 선생님인데. 대학 와서도 매일 풀메이크업 하고 다니다가 늦게 일어나서 화장을 안 하고 나가면 ‘엄마 왔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화장을 안 할 수가 없다. 입술 색깔도 안 어울린다고 많이 말해서 맞춰서 화장한다.
한: 여성으로서 기대되는 만큼 꾸미지 않으면 ‘무시’를 하는 외부의 시선과 태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는 말씀이셨다.
김: 생각해보면 여자들끼리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서로의 타자화 된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황: 머리 색깔과 입술이 달라졌다고 변하는 태도들이 싫다. 나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이 아닌 인형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여성에게 임신중단권(낙태권)을 허하지 않는 것도 여성혐오라고 할 수 있을까.
황: 그렇다. 미혼모라는 단어는 있는데 남자는 명칭이 없지 않나. 여성은 낙태를 하면 낙인이 찍히고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학생이라면 강제퇴학을 당한다. 반면 남성은 어떤 낙인에서도 자유롭다.
한: 임신중단은 여성에게 어떤 부담이 되나?
황: 임신중단권은 여성에게 생존의 문제다. 인생이 달라진다. 낙태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부터(어려움이 있고) 가정에서 그 딸(미혼모)을 버리는 경우가 있고 (미혼모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사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정상적인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미혼모라는 낙인이 평생 간다. 서로 성행위를 하고 싶을 수 있다. 성행위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완전한 피임법은 없다. 철저히 피임을 하더라도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여자는 그 순간(임신을 한 순간)부터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철저히 피임을 하더라도 임신을 하게 된다면 사실상 불법으로 위험한 낙태수술을 받는 것과 아이를 낳아 낙인 속에 사는 것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다.

한: 어렸을 적, 학창시절에도 여성혐오가 있었을 것 같다.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
황: 중학교가 공학이었는데 여학생들은 하얀색 양말을 신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교복 안에는 흰 티가 아니라 민소매티를 입어야 했다. 흰 티를 입으면 날라리 같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다른 학교는 민소매티 입으면 비춰서 야해 보인다고 잡았다. 비치면 왜 안 된다는 건지. (여성의 옷차림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김: 여성분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진짜 문제 있는 것 같다. 정말 모른다 남자들은.
권: 실습하면서 이야기 나오는 건데 뭐만 있으면 “여자 쌤들 화장 너무 진하게 하고 오시면 안 된다”고 한다. 치마도 짧게 입지 말라 하고…. 여성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많다.
황: 나는 여고에 다녔는데 교훈이 성실, ‘순결’, 봉사였다. 교화(校花)는 순결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백합이었다. 남학교에 순결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한: 브라끈이 보이거나 비치면 “끈 보인다, 끈 비친다”고 하고, 브라를 안 입으면 안 입은 대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비슷한 예 같다.
김: 이슬람교적 발상과 비슷한 거다. 한국남자들이 이슬람교 미개하다고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브라끈….

한: 많은 얘기를 했다. 앞으로 여성과 남성 각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황: 서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잘 모르겠어’라고 하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구나. 그래서 넌 그 때 어떤 감정이 들었어?’와 같은. 박근혜 시위를 할 때 ‘언니 이제 끝났어’라는 구호에 대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프로불편러라고 하기보다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를 생각해보았으면….
김: 이 문제는 애초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것 같다.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무조건 아닌 것 같아’라고 하려니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정말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얘기 들은 것 중에 몰랐던 게 많았다. 남자들의 몫이 확실히 큰 것 같다. 최소한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들어보니 일리 있는 말들이 많았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력할 수 있고 또 그 정도 수준이 된다. 지금은 그 문턱에 서 있는 것 같으니 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나는 오늘 처음 듣는 단어들이 많았다. 그동안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서 말을 못했다.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의 입장을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 맨박스를 부수기 위해서 그리고 남성이 해방되기 위해서 여성의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남성이) 어떤 페미니즘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남성의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고생하셨다. 감사드린다.


하주현 기자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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