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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지금, 여성혐오를 마주할 시간(1)

하주현 기자l승인2016.11.07l수정2016.11.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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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에서 여성혐오에 대한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어느 대학의 남학생 카카오톡 채팅방에서의 성희롱 사건과 강의실 안에서의 교수의 여성혐오적 발언이 문제로 드러나는 것에 더해 두 주 전엔 “문단_내_성폭력”을 비롯해 ‘대학, 교회, 운동계, 문화예술계, 가족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다양한 집단에서의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의 양상이 폭로됐다. 온라인에서는 SNS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과 칼럼니스트들 역시 여성혐오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관련 시위도 기사에서 종종 마주할 수 있다. 여성혐오 논의는 자연스럽게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서점에선 ‘페미니즘 저서’를 따로 모아 소개하며 마케팅에 힘을 쓰고 있으며 대학 내의 페미니즘 모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한편 여성혐오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금은 여성상위시대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남성이 겪는 역차별과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책임과 압박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여성과 남성의 어려움을 같은 무게로 다뤄야 공정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올 한 해 특히 뜨거운 감자였던 ‘여성혐오’를 주제로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여성혐오의 의미와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심화된 배경을 찾고, 우리학교 안의 여성혐오의 면면을 짚는다.

 

◇ ‘여성혐오’가 뭐기에
‘혐오’라는 단어의 중심적 의미에만 기초하면, 언뜻 여성혐오란 여성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각종 매체에서 사용되는 ‘여성혐오’는 영어 단어 미소지니(misogyny)의 번역어로, 부정적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 ‘mis-’와 여성을 뜻하는 어근 ‘gyn’의 파생어로서, 여성을 증오(hate)하는 것뿐 아니라 여성성을 부정하는 다양한 행위 양상을 광범위하게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학자들은 여성혐오를 ‘여성에 대한 멸시를 의미하여, 여자를 성적 도구로만 생각하고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에만 반응하는 것(우에노 치즈코, 2012:12-13)’, '여성에 대한 증오, 멸시를 말하는 동시에 여성을 남성의 소유, 이용이나 착취, 혹은 학대의 대상으로 환원하는 것이며, 전사회적으로 퍼져있는 것(Adams & Fuller, 2006; 939)’, ‘여성에 대한 증오 뿐 아니라, 이미 몸에 깊이 밴 여성에 대한 편견(Mclean & Maalsen, 2013)'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활동가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현실에 대해 이름 붙일 언어가 필요해서 생긴 것이 ‘여성혐오’라는 용어”라고 말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여러 억압을 성폭력, 성차별이라고 지칭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과 같은 문화적 현상을 표현할 마땅한 언어가 부재한 상황에서 ‘여성혐오’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혐오’라는 표현을 불편해하는 입장에 대해선 “여성혐오가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본인 행동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여성학 강사 정희진 씨는 미소지니가 여성혐오로 번역되면서 본뜻이 왜곡되었다며 ‘여성혐오처럼 논쟁적인 단어가 직역된 것은 문제’라고 봤다. 혐오라는 단어의 어감이 너무 강력해 남성들로 하여금 혐오를 방어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갖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내가 얼마나 여자를 좋아하는데요.”, “우리 엄마는 독재자예요. 아버지도 꼼짝 못해요. 우리나라처럼 여성의 지위가 높은 나라가 없어요.”와 같이 일부 남성들이 여성혐오에 대한 전형적인 반론을 펴는 것을 두고 정희진은 남성들이 이성애 제도, 가정에서 여성의 성역할 노동,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여성상위’로 착각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희진의 낯선 사이]혐오는 대칭적이지 않다, 경향신문, 2016.06.12.)

◇ 현대 한국의 여성혐오, 그 배경은?
오늘날 한국의 여성혐오는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시작되고 심화되었을까. 이소희 활동가는 IMF 이후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진 상황에 더해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이 있었던 것에 주목한다. “고용불안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군가산점제가 폐지되며 남성은 자신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이 무너진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의 설명에 따르면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 이후부터 된장녀, 김치녀, 꼴페미년 등 여성을 폄하하는 언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됐고, ‘이게 다 여자 때문’이라고 이야기되는 문화가 파급됐다. <여성혐오가 어쨌다구?>의 저자 윤보라 역시 한국의 경제위기, 무한경쟁 속에서 가시화되는 여성들의 사회적 성취로 인해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심화되었고, ‘남성이 가지고 있어야 할 마땅한 자원을 여성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가져간다’는 여성혐오 정서가 힘을 얻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는 것도 남성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군가산점제 폐지의 이면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경제구조가 앞서 자리했다. IMF 직후인 1998년,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편집위원 황금회는 본인의 글 ‘경제위기와 가부장제’에서 “최근 한국 사회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실추된 가장의 권리를 살리고 여성이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전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해 노동시장으로부터 여성을 퇴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황금희(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편집위원) (1998. 6) [일하는 여성 40호]). 실제 IMF 이후 사무직, 전문직, 생산직을 막론하고 한 업종에서 전문성을 가지며 종사해온 여성들이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혹은 장기 근속했다는 이유로 해고 대상이 됐으며 기업의 노동시장이 남성 위주로 개편됐다. 그 결과 여성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리게 됐고, 공무원 선발 과정에 존재하던 군가산점제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게 된 것이다.

◇ 논란의 중심 ‘메갈리아’와 여성혐오 담론의 폭발
한국의 여성운동은 가깝게는 조선시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조선시대 말기와 일제 강점기의 여성계몽과 민족해방운동, 해방 이후의 대중계몽활동과 민주화운동, 90년대 이후의 사이버 여성운동과 호주제폐지, 군축 운동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 페미니즘은 어느 시대에 잠깐 나타나거나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그리고 최근 메르스 전염 파동 때 생긴 디씨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의 ‘메-’와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 등장하는 국가 ‘이갈리아’를 합성해 만든 ‘메갈리아’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생긴 뒤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역시 커졌다.
메갈리아는 성차별적인 말이나 행동을 반대로 뒤집어 보여줌으로써 그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논증 및 설득 전략으로서 ‘미러링’을 사용했다. 그동안 무절제한 소비로 사치를 일삼으며 서구문화를 추종하는 여성을 칭하는 ’된장녀‘와 여성은 남성의 돈을 밝히고 남성을 경제력으로 평가하며 남성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한다고 규정하는 단어인 ’김치녀‘(김수아, 허다운, 2014.)에 대응한 ’김치남‘과 ’한남충(한국남자+츙蟲)‘, 이상적인 여성의 몸매 비율을 뜻하는 ‘36-24-36’ 등 여성의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지표들에 대응해 한국 남성의 음경 길이를 비웃은 ‘6.9’, '여자와 북어는 팰수록 맛이 난다'는 속담에서 유래해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뜻의 '삼일한'에 대응해 만든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한다’는 의미의 ‘숨쉴한’ 등이 그 예다.
이밖에 남초 사이트에서 공중화장실과 침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게시글과 댓글로 나눠가져가는 모습, 남초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성 직장상사의 커피에 체중 증가제를 타서 먹였다는 글,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과 아동 성애글을 올리면 ‘택배로 보내줘라’, ‘3만원이면 되냐’ 등 댓글로 성희롱을 하는 모습을 미러링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메갈리아의 미러링에는 지나치게 과격하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많은 남성들은 “범죄 행위에 범죄로 대응하는 것은 미러링이 될 수 없으며 본인들이 욕하는 집단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뿐”이라며 미러링과 메갈리아를 비판했다. 한편 이소희 활동가는 “미러링이 그동안 여성이 온라인에서, 현실 상황에서 겪었던 혐오에 대한 공감과 인지를 할 수 있게 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장단이 있긴 하지만 일정한 의미성을 두고 있다”고 봤다. 여성들은 줄곧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시대에 적합한 표현과 언어로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왔는데 최근 등장한 메갈리아의 언어 역시 현 상황에 부합하는 언어로서 작용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지지와 공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 여성 교수에게 가해지는 성차별과 여성혐오
교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아이가 있는 경우, 여성은 가사·육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최새은(가정교육) 교수는 “일·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가진 여성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을 하는데 (대학원생과 같은) 학생 맘(mom)은 사각지대에 있다”며 교수를 준비하는 여성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최새은 교수는 “부부가 함께 육아와 가사를 분담하고자 노력하는 경우는 많이 봤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여건 상 여성이 가족 의례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은 가시적으로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용인력으로 느껴지곤 한다”고 말했다. 또 “정교수가 되는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테뉴어를 받기 전까지 출산을 늦추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진(교육학) 교수는 ‘알파걸’과 같이 사실상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성이 여자들한테 바라는 환상을 의미하는 단어를 들며 “전문직이라고 하더라도 남성들이며 우리사회에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교수 사회와 같은 공식적인 공간에선 그게 드러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혐오는 문화적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시선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적용되는 공간에서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 사회에선 여성의 낮은 교수 임용률과 같은 전통적인 성차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계명대학교 김혜순 교수의 연구(여자 교수가 당면하는 성차별적 대학일상에 대한 문제제기-남녀공학대학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04.)에 따르면 대학의 보직교수 자리나 각종 위원회, 학과장의 성비는 그 대학의 성차별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학교 교수사회 안에서의 성평등에 대한 질문에 정광순(초등교육) 교수는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며 “최근 2-3년 사이에 여성교수도 많이 임용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양성평등채용 목표제’에 따라 공공기관은 여성 직원의 채용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야 하는데 우리대학은 올해 27.6%, 2017년 28.1%, 2018년 28.6%까지 여성교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타 국립대학의 여성교원 비율이 15% 안팎인 것에 비해 높은 수치인데 이는 우리대학이 남성교수를 주로 뽑는 공과대학이 없고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우리 학우들의 인식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은 어떨까.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여학우 49명과 남학우 5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1부터 5까지(1에 가까울수록 여성상위, 5에 가까울수록 남성상위)의 지표로 한국의 성평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 여성은 응답자의 12.3%(1-8.2%, 2-4.1%)가 한국을 여성상위사회라고 보았다. 평등(3)하다는 선택지에 응답한 비율은 6.1%였으며 남성상위사회에 가깝다는 응답은 총 81.6%(4-65.3%, 5-16.3%)로 가장 많았다. 한편 남성 응답자의 경우 한국사회를 여성상위사회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34%(1-16%, 2-14%)였고, 평등(3)하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22%였다. 한편 한국 사회를 남성상위사회라고 인식한 비율은 48%(4-30%, 5-18%)인 것으로 나타나 남학우의 경우 여학우보다 한국사회를 여성상위사회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많으며 한국사회를 평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4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 중 교수의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제스처를 경험했느냐는 질문엔, 여성의 경우 44.9%(다수 있었다-4.1%, 약간 있었다-40.8%)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32.7%가 잘 모르겠다, 22.4%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56%의 응답자가 강의 중 교수의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2%를 차지했다.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목격했다는 비율은 24%(다수 있었다-6%, 약간 있었다-16%)를 차지했다.
한편 우리학교의 성평등 정도를 1부터 5까지의 지표(1에 가까울수록 여성상위, 5에 가까울수록 남성상위)로 묻는 질문에 여학우는 12.3%가 여성상위(1-8.2%, 2-4.1%)라고 응답했으며, 가장 많은 46.9%가 평등(3), 40.8%(4-38.8%, 5-2%)가 남성상위라고 응답했다. 이는 여학우의 81.6%가 한국사회를 남성상위에 가깝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남학우의 경우 43.1%(1-19.6%, 2-23.5%)가 여성상위, 35.3%가 평등(3), 11.6%(4-15.7, 5-5.9%)가 남성상위에 가깝다고 응답해 남학우는 한국 사회보다 우리학교가 더 여성상위 사회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에 인용된 저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수아·허다운(2014),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혜숙(2004), ‘여자 교수가 당면하는 성차별적 대학일상에 대한 문제제기 - 남녀공학대학을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2호,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5~40쪽.
황금희(1998), ‘경제위기와 가부장제’, 『일하는 여성』 40호, 한국여성노동자회.
Adams, T. M., & Fuller, D. B. (2006). The words have changed but the ideology remains the same: Misogynistic lyrics in rap music. Journal of Black Studies, 36, 938~957.
Mclean, J. & Maalsen. S.(2013) Destroying the Joint and Dying of Shame? A Geography of Revitalised Feminism in Social Media and Beyond. Geographical Research . 51(3), 243~256.
우에노 치즈코(2010).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은행나무.


하주현 기자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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