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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지금, 여기 청소년

김서영 기자l승인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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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20만 명의 시민이 국민을 우롱한 비선실세와 그의 꼭두각시에 대한 단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시민들이 연대했을 때 어떤 위력이 생길 수 있는지 모두 함께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청소년들도 이 시간에 힘을 실었다. 단순히 집회 인원의 증가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만의 독특한 시각을 담은 피켓을 들고 다니거나, 다음 집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차비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적극성을 띠는 청소년은 책임의식을 가진 악의 없는 다수의 어른들로부터 “미래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 “어른들이 지켜주겠다.”와 같은 말을 듣곤 한다.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이러한 말들은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는커녕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말들 속에서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 미성숙한 존재로 대상화된다.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동료 사회 구성원임을 간과했거나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이어 ‘어른들’은 “우리가 해결할 테니 너희는 너희의 본분인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로 쐐기를 박는다. 사회 불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공부일 텐데, 저 언술에 담긴 청소년들에게 요구되는 ‘공부’란 입시준비에 다름 아니다.
상급학교를 진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적 의미가 강한 암기 위주의 공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학습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주어진 내용을 수용하고 그대로 암기하는 데에 익숙하게 만들 뿐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이는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뿐더러,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미래세대로 자라나는 것 또한 저해한다. 현 제도 속에서 청소년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은 청소년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님이 분명하다. 
 어른이 할 일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을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강요되는 ‘공부’의 방식을 수정하고 그 속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의 입을 막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동료 사회 구성원으로서 청소년들을 존중할 때 그들은 비로소 밝은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김서영 기자  takeoff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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