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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호] 두려움을 걷어내면, 그 아래엔 모두 같은 사랑이지(2)

우리학교 레즈비언·게이 학우의 이야기 박은송 기자l승인2016.10.24l수정2016.10.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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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학교 레즈비언 학우의 이야기

Q.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중학교 2학년 때, 저랑 진짜 친한 여자애가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서로 분위기가 묘했어요. 그래서 그때 ‘내가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저는 그러한 감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았을 때 혼란스러워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남자도 만나고 여자도 만나보면서 확실히 남자를 만날 때와 여자를 만날 때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남자가 저를 안거나 만지면 짜증나고 정이 떨어져서 이건 아니다 싶었죠. 

Q. 가족에게 알렸나요?
부모님께는 얼마 전에 저의 성적 지향에 대해 알렸어요.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말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통해서 아셨어요. 어머니께는 단둘이 점심을 먹다가 얘기했어요. “나 사귀는 사람 생겼어. 근데 여자야”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표정이 확 굳으면서 “뭐라고? 뭐라 그랬어? 여자애를 만나다고?”라며 계속 되물었어요. 더군다나 저희 어머니는 기독교신자이시다 보니 더 이해를 못 하세요. 여자를 왜 사귀는지 계속 물으시더라고요. 어머니는 저에게 왜 그렇게 비정상적인 길을 택했냐고, 왜 굳이 그런 힘든 길을 걸으려고 하는지 물으셨죠. 저는 그게 왜 비정상인 거냐고, 비정상 아니라고 답했어요. 어머니께서는 그 식사에서 수저조차 들지 않으셨어요.
그날 저녁 어머니와 다시 이야기를 했어요. 어머니는 계속 안 하면 되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주면 안 되냐는 식으로 말을 하셨어요. 하지만 그건 제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죠. 어머니는 “너는 엄마의 하나뿐인 딸이고 엄마가 너 하나 때문에 살아온 거 너도 알잖아. 넌 엄마의 하나뿐이고 나 자신보다 소중한 딸이야. 지금도 이 모든 것이 꿈같고 믿고 싶지 않아. 지금이라도 사실이 아니고 장난이라고 말해주면 좋겠어. 네가 노력하면 안 되겠어? 너 포기하면 엄마는 살 수가 없어. 세상사람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평생 그렇게 숨기면서 둘이서만 행복하다면서 위안 삼으며 살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러니까 엄마한테 말하는 거잖아. 세상사람 다 몰라도 엄마만큼은 알아줬으면 해서 말하는 거잖아”라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오열하셨어요. 엄마는 끝까지 “엄마는 너를 믿고 기다릴게. 네가 평범한 선택을 하기를”이라고 말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그러겠다고 말씀드렸었죠. 
(엄마에게 하는 말: 엄마는 항상 “엄마 꿈은 네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야”라고 말했지? 엄마 나 지금 제일 행복하다. 나 태어나서 이렇게 행복한 적 별로 없는 것 같아.)
아버지는 이해는 못하셨지만 언제나 네 편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만 연애한답시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등 네 본분을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해서 아버지가 많이 달래주었어요. 아버지가 중재적인 역할을 담당하시고 계세요.

Q. 첫 커밍아웃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대학 와서 만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서 주변에 자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서는 자랑 할 수 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겨도 걔한테는 말해도 될 것 같은,  나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는 친구에게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어요. “나 사실 여자 좋아한다고. 나 지금 여자친구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우와 진짜? 축하해. 연애를 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데 네가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너무 행복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친구가 그렇게 받아들여줘서 너무 고마웠죠. 그게 제 첫 커밍아웃이었어요. 

Q. 평소 성소수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이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개선되고 나아지면 좋을까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한국 사회가 아직 보수적이니까요. 성소수자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지 않아도 돼요. 다만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정신병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여기고 고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만이라도 줄어든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우리학교에도 성소수자 모임이 있다고 들었어요. 인원 모집은 순조로이 이뤄졌고, 모임이 있기 전부터 동성애자들끼리 서로 알고 지냈나요?
BB(청람광장)를 통해 성소수자 오픈채팅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 또한 그 글을 보고 들어갔고요. 저희들만 알 수 있는 문제를 통해 성소수자들을 걸렀고요. 저희들을 ‘아웃팅’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하신 분도 계셨었죠. 저도 처음에는 모임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 분들이 좋으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너무 좋아요. 지금은 모임을 통해 서로 소통하교 교류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모임이 있기 전에는 서로 전혀 몰랐어요. 짐작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으니까요.

Q. 벽장 속에서 나오고 있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 또한 레즈비언이지만 다른 성소수자들을 보면 신기했어요. 하지만 제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게이와 양성애자가 있었어요. 생각보다 성소수자 분들이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성소수자가 아닌 분들도 자기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면 좋겠어요.

◇ 우리학교 게이 학우의 이야기

성소수자의 교원대라이프
교원대처럼 좁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는 성소수자라는 것이 상당히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서울의 대학들처럼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도 불가능하고 말 그대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에 성소수자라는 소문이 나면 후폭풍이 두렵기도 하고요. 다만, 교사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깊고 상식적인 친구들이 많아서 제 기준으로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잘 받아들여준 사람만 있었어요. 뭐 저는 못해봤지만... CC(네, 그 캠퍼스커플 맞습니다)도 종종 봤고, 이쪽에서 나름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일반적인 종합대학 수준에 비해서 그렇게 처지는(?) 편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그동안 이런 저런 인연으로 교원대 내에서 성소수자들을 자주 접해봤습니다. 몇몇 과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과에 그런 친구를 1~2명씩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레즈는 거의 모르고, 또 제가 모르는 이쪽 사람들이 더 많겠죠. 네, 그렇습니다. 성소수자는 당신의 선배, 후배, 동기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종종 돌아다니는 유머 짤(?)로 홍석천의 ‘게이는 당신의 가족, 형제, 친구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사실 쉽게 웃어넘길 수 있을 만한 가벼운 말이 아니에요. 누가 봐도 성소수자의 티가 나는 사람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게이다(게이 레이더, 게이들끼리 같은 게이를 알아본다는 은어)를 총동원해도 다른 게이나 레즈를 알아보기 힘들 때가 많거든요. 일반인 분들은 무심코 관련된 이야기(꼭 비하나 부정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를 하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주변 친구들은 내색하나 못하고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교사와 성소수자
요즘은 LGBT(게이, 레즈, 양성애, 성전환)을 넘어서 AIQ(성적지향 비자각, 남녀한몸, 무성애)까지 성적 지향이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어쩌면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최근에야 부각된 것 일수도 있겠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적 담론에 대해서 교사 지망생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어려운 주제가 될 겁니다. 앞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들 중에서 성적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70년대식의 ‘교회나 병원 가서 치료 받아라’라는 말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 어떻게든 성소수자인척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분탕치려고 하다가 쌍욕하고 튀었던 그대여, 그럴 노력과 시간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함께 걸어가기
제 주변에서는 ‘나 게이야’를 외치는 수준으로 까고(?) 다니는 사람, 많은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사람, 소수의 친구들에게만 커밍아웃을 한사람, 같은 성소수자들만 만나는 사람 등 다양한 수준의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말 안 해서 저조차 모르는 성소수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혹시 주변에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혹은 앞으로 받을 상황이) 생긴다면, 너무 부담스러워 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성정체성이 소문나서 자살하는 사람도 수두룩한 우리나라인데, 커밍아웃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신을 정말 신뢰할 수 있고,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게이나 레즈가 싫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쌓아왔음에도 커밍아웃 하나에 인간관계를 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요. ㅠㅠ 성소수자들은 그런 위험부담까지 져가면서 당신과 더 진실한 관계를 쌓아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 친구가 사람으로서 마음에 든다면 그냥 한마디 툭 던져주세요. ‘그거 하나 말하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렸어’ (필자가 친구에게 들은 말. 내가 몇 년 친구인데 너가 남자 좋아하는지도 몰랐겠니 라는 말과 함께... ㄷㄷ)
커밍아웃 한 사람이 싫다. 혹은 나는 성소수자가 싫은데 누가 게이인지, 레즈인지 알아버렸다. 그렇다면 싫어하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제3자에게 ‘아웃팅’은 하지 말아주세요. 심지어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분들도 실수로 종종 저지르시는 일인데, 이게 되게 심각한 거거든요. 원치 않는 성적 지향 공개는 그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하고 배려해주세요. 특히 교원대의 많은 분들이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건 잘 알겠지만, 누구누구가 게이라더라 레즈라더라 하는 이야기는 사적으로라도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도 제3자의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요...(가령 게이들끼리 모여도, 그 자리에 없는 ㅇㅇ이를 가리키면서 걔도 게이야! 라는 말 절대 안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비에도 두어 번 글이 올라갔는데, 성소수자 친목모임이 하나 있어요. 교원대 성소수자 분들 혼자 놀지 마시고 같이 놀아요! 10명 안되는 인원인데, 게이도 있고 레즈도 있고 종종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웃고 지냅니다. 모 만화처럼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런 거 아니니까요! ㅋ 언제든지 들어오세요. (언제 없어질지 몰라요) 

100% 익명이면 쓰고픈 별의별 말 다 쓰겠지만, 그 모임 친구들이 제가 쓴걸 알고 있어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다들 이성이든 동성이든 좋은 연애, 사랑하세요!


박은송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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