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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시] 묵호에서 동해 도계 태백 고한 사북을 지나 예미 영월 쌍용 제천을 향하는 추석날 기차

최원구(국어교육08)l승인2013.11.25l수정2015.04.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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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오늘만 같으라, 다음엔 언제 오느냐, 가는 길에 손주 배고플까 싸주신 곶감을 씹으며
운동화에 추리닝 바지, 모자 눌러쓰고 창가 자리에 쭈그러져서는
엄마 속도 모르고 빽빽 울어대는,
이제 엄마 맘마 옹알이나 할까 싶은 갓난애 울음소리에 짜증을 낼까 하다가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건너편 자리 아기 엄마 얼굴에
갓난애는 몰라주는 엄마 속을 나라도 알아줘야지 하며 돌아누워 노래나 듣자 하는데
등이 굽으신 할머니가 옆자리에 앉으시는 것을
행여나 불편하실까 움츠려 비켜드렸더니, 웃으며 편히 있으시라 하시기에,
손주뻘 되는 처지에 존대가 송구스럽기 그지없어 아, 예 하였다.

이름 낯선 간이역을 지나치며
묵호에서 동해 도계 태백 고한 사북을 지나
예미 영월 쌍용 제천을 향하는 기차는
산굽이를 돌아 계곡을 건너, 바다가 먼 어느 동네를 지나는데,
할머니는 문득 예가 쌍용이라는 곳이에요, 하신다.

어찌 답을 할지 몰라 또 아, 예 하였더니, 오십년 전 꽃다운 나이에 시집 와서 사는 동네라며,
옛날엔 저 쪽 먼 산굽이를 따라 크게 돌던 기찻길로 기차가 다녔는데,
옛날에 왜인들이 우리 사람을 부려 지은 것이라 하신다.

그 말이 너무 크고 무거워 괜히 죄스런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옆을 돌아보았더니,
말을 잇지 않으셔도 할머니 눈이 주름만큼이나 깊으시어,
손주뻘 되는 처지에 존대 받기 뿐 아니라 괜스레 더 송구스런 마음이 생기는데,
할머니는 조심해 가시라며 굽은 몸을 일으키신다.

스피커는 우리 열차 잠시 후 쌍용, 쌍용역에 도착하니, 잊은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시라 하는데
할머니는 말 한 마디를 옆자리에 남기고 가신 듯만 하여 객실 문을 한참이나 바라보지만

한참이나 사람들을 실어내린 기차는
어찌 할 바를 몰라 죄송스레 아, 예 하던 짐짝을 싣고
먼 산굽이 이제는 쓰지 않는 기찻길이 보이는 철교를 건너며,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제천, 제천역에 도착한다 하였다

 


최원구(국어교육08)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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