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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호] 블랙리스트와 문화예술

황인수 기자l승인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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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일보에서 익명의 관계자의 신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최초로 보도되었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에 의해 그 존재가 확인된 이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 명단에 올라와 있다. 정부가 지금껏 주장해온 ‘종북주의자’등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면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기대치가 낮은 작금의 상황에서는 “원래 이 정부가 그렇지”라며 그냥 설렁설렁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제외하면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대다수가 상대편 대선 후보 지지자 혹은 야당 정치인 지지자였기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서 문화예술인들 중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재제를 가하려는 모습은 보면서 히틀러와 나치를 희화화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본 히틀러의 대응과 대비된다. 그는 영화를 보고 화내거나 검열하려고 하기 보단 수작이라면서 감탄했다고 한다. 물론 히틀러 자신이 예술가였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비판보다 예술성에 집중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히틀러의 그 모습만큼은 - 히틀러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 지금 정부처럼 정부를 희화화하고 비판한 예술 작품을 보면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정치범수용소인 굴라크에 끌려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위대한 작품을 쓴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위대한 작가는 그의 나라에서 제2의 정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 볼일 없는 작가라면 몰라도 어떤 정권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처럼 정부는 자신들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문화예술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문화예술인은 아니지만, 중국 역사상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당 태종은 왕세자 시절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위징에게 황제가 되고 나서 벼슬을 내렸으며, 징기스 칸 역시 적측의 장수였던 제베의 화살을 맞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어도 후에 전쟁에서 패한 제베가 잡혀오자 자신의 부하로 삼았다. 그리고 이 둘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끊임없이 간언하면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했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정부 역시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을 포용한다면 그들 역시 위징과 제베처럼 국가를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 ‘그랜드파더’의 기광(박근형 분)은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 반대 시위에 참여한 친구와 술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시위에 열심히 참여하는 거야?” “우리가 힘들게 만들어 논 것들을 젊은 놈들이 부수려고 하는데 시위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겠어? 베트콩 같은 적들이야, 적”. 친구의 대사처럼 정부는 아마 자신들을 비판하는 예술인을 ‘체제를 무너트리고 대한민국을 혼란하게 만들려는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러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진짜 적은 정부에서 비판의 귀를 막는 태도일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그렇게 해야 한다’는 예술인으로써의 일종의 사회 참여 의식이다. 정부는 싫은 사람 명단을 적는 것에 시간을 보내기 보단 문화예술인을 통해서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치에 맞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행태는 후안무치하고 안하무인의 태도인 것이다. “글세, 내 생각에 적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친구의 대답에 덧붙인 박근형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황인수 기자  hi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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