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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지식인의 의무

박주환 기자l승인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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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백남기 농민이 선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발포한 물대포를 맞은 뒤 수술을 받고 혼수상태로 317일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분명 물대포를 앞세운 도 넘은 공권력의 사용이 그의 사인인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도 구성되었는데, 위원장이었던 이윤성 교수는 “나라면 외인사라고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대한의사협회측도 백남기 농민의 직접사인이 심폐정지가 아니며 병사로 기록된 것도 옳지 않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선하 교수는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과연 지식인의 입장에 서 있는 그는 왜 자신의 지식을 배반하려 하는 것일까.

지식인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특수한 지식을 다루며 그 지식으로 특수한 역할을 해내곤 한다. 그런 능력이 있는 만큼 사회에서 그들에게 요구하는 책임은 막중하다. 즉, 전문가는 그가 가진 능력과 힘을 인식하고 보다 정직하고 정의롭게 행동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나 오해로 그릇된 판단을 할 수는 있으나, 이번 사건처럼 일반인이 보더라도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사건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이를 끝까지 고집하는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 역할을 하는 지식인은 분명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는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떠오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당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은 서울대학교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수배자인 박종운의 소재를 알기 위한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치안본부 대공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으로 강제 연행됐다. 그리고 다음 날 경찰은 조사 받던 박종철이 자기압박에 의해 충격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종철의 부검의였던 오연상이 “고문치사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증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 발표 후 5일 만에 박종철의 사망원인이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였고 고문에 가담한 사람은 수사경관 2명이라고 재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숨진 박종철을 최초로 검안했던 황적준 박사가 “‘박종철은 쇼크사가 아니라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의 부검소견서가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요청으로 ‘외상없음’으로 조작됐다”는 증언을 했고, 그 이후 사건은 낱낱이 파헤쳐져 결국 고문치사의 은폐․조작에 관련했던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비롯한 다수의 경찰간부가 구속됨으로써 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황적준 박사나 백선하 교수는 모두 전문가로서 사건에 가장 가까이 있었다. 또한 사건 발생과정 상에 공권력의 지나친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도 동일하다. 다만 두 사람 간의 차이점은 외압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인 자신의 책무에 충실했는지 여부이다. 백선하 교수가 누군가로부터 명령 또는 부탁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는 특검을 하느니 부검을 하느니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대립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망에 대한 의문을 가장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은 입을 닫고 있을 뿐이다. 이제 와서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그의 죽음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한 농민과 그 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은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백선하 교수가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책무에 떳떳한 판단을 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박주환 기자  noah4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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