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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평범하기 참 어렵죠?

한건호 기자l승인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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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467호에 실린 기사 ‘정의의 파수꾼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 기사에서는 ‘메갈리아’와 ‘워마드’에 분노하는 이유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접근하여, 남성들의 분노가 격화된 시점을 인터넷상에서 남성의 성기에 대한 언급이 나온 시점으로 분석했다. 이어 해당 기사엔 데이터 분석에 오류가 있다 지적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고, 결국엔 남성독자들의 ‘시사IN 절독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웹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페미니즘’의 탈을 쓴 채 ‘일베’와 같거나 혹은 ‘일베’보다 저급한 행동을 보이는 것 같은데, 이 사회의 진보라 불리는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이 이 ‘저급한 행동’에 진지한 의미부여를 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성’들이 가장 낯설어 하는 부분이다. 평범함을 함부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분노하는 남성들은 정말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상식적이고, 진보적이고, 정의롭고, 사실에 충실하다는 자의식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에게 논란이 된 기사 시사인의 ‘분석 결과’는 시사IN 절독 운동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남성들이 분노한 이유는 분명 그와 다른 도덕적인 명분에 근거한다.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남성들의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도 여성들이 밤거리를 늦게 혼자 다니지 못하는 사회를 고쳐나가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왜 ‘일베와 같은’ 행동으로 사회를 고쳐나가려 하는 것인가”, “좀 더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 아닌가”. ‘페미니즘’이나 ‘미러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일종의 ‘비방’에 불과한 게시글이 어떻게 페미니즘의 모체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평범한 남성’들은 자신들을 강력하게 일베 이용자와 구분하며, 자신들의 여성혐오의 혐의를 부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상정한 평범함 속엔 이미 여성혐오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일베’와 ‘소라넷’이 큰 논란이 됐던 시점, 여성들이 ‘몰카’ 걱정에 공중화장실을 들어가지 못하던 때, 우리들은 과연 이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앞장서서 나섰는가 아니면 자신은 절대 ‘일베’와 ‘소라넷’ 회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급급했는가. ‘일베’와 ‘소라넷’ 회원이 아니기만 하면 ‘평범한’ 남성이라 안도하는 것이 평범함 속의 여성혐오에 면죄부를 부여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애초에 평범한 남성들의 비판 대상은 여성이 아닌 ‘일베’로 상징되는 비윤리적, 반인륜적 행동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일베와 자신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모든 남성을 통틀어 ‘한남충’이라 호명한 메갈의 목소리가 마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비방을 일삼던 일베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남성들의 반인륜에 대한 분노는 애초에 수많은 ‘평범한’ 여성들의 메갈 참여를 단순히 여성들의 ‘일베화’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우리사회 여성들의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나타난 페미니즘의 모습이다. 메르스 갤러리의 남성을 향한 욕설, 비방 글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위기의식을 사회에 표출하는 하나의 매체로 선택된 것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미러링과 페미니즘의 이름표가 붙기 전 ‘비방글’들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며 비판을 가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들은 도덕성을 배제한 페미니즘을 이미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그리고 ‘대학 단톡방 성희롱‘사건에서 경험적으로 강요받았다. 그들을 향한 도덕적 비판은 결국 지금까지 여성혐오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탓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것이다.

평범함을 강조하며 메갈을 비판하는 남성들은 메갈에 동참한 여성들 역시 자신과 같이 ‘평범한’ 여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상식적이고, 진보적이고, 정의롭고, 사실에 충실하다는 강한 자의식을 갖고 있다면, 그에 동참한 여성들 역시 상식적이고, 진보적이고, 정의롭고, 사실에 충실한 자들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너희의 페미니즘은 틀렸어’라고 주장하는 것에서부터 성평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들이 그토록 내세운 ‘평범함’은 오늘 우리 옆 ‘평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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