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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역량강화 교육의 그늘, 전인적인 인간교육으로 밝혀야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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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역량’이라는 용어가 유난히 애용되는 것 같다. 개인의 구직서나 자기소개서는 물론이거니와 작은 회사나 거대한 기업, 나아가 국가 수준에 이르기까지, 역량은 개인이나 집단을 막론하고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능력’이자 ‘경쟁력’으로 널리 강조되는 덕목이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유능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경쟁력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해서일 것이다.

교육 현장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육 현장이야말로 다른 어느 곳보다 ‘역량강화’를 내세우는 주요한 장(場)이 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작년 9월 15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의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정의하고 이러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초ㆍ중등교육을 통해 모든 학습자가 길러야 할 필수적인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의사소통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공동체 역량을 명시하고, 이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17개 교과가 각각의 교과역량을 개발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총론과 각론 차원에서 개발 확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각 교과에 대한 성취 및 평가기준을 개발 중에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개발 수행을 완수할 계획이라 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소 막연하게 제시되었던 역량 개념은, 이제 ‘미래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교육 현장 곳곳에서 현실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른바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규정한 핵심역량이 국가 교육과정의 비전과 방향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역량강화 교육이 학교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려는 이 시점에서 ‘역량’ 개념 출현의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 맥락을 날카롭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의 경쟁체제 속에서 출현한 ‘역량’은 주어진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책무를 수행하는 업무수행능력으로부터 도출된 개념이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업무수행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개인의 ‘성공적인’ 삶에 필요한 핵심역량과 교육성과의 지표에 대한 담론을 활성화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 바로 ‘역량’이다.

의사소통 역량이나 창의적 사고 역량 등이 21세기의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기업 논리나 직업훈련의 목표가 보편적인 학교교육의 원리와 목적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량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그 기반에 두고 업무수행의 성공 여부와 성취결과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보니, 수행이나 성취의 결과를 산술적으로 표준화하고 계량적으로 측정·비교하는 방법이 이른바 ‘과학적인’ 지표인 양 개발되고 있고, 이 표준화된 지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교육 자체의 목표와 지향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표준이나 지표는 교육의 목적이나 이념이 될 수 없다. 교육의 이념인 전인적인 인격도야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적인 책임의식, 윤리적인 실천능력, 인류에 대한 연대의식을 어떻게 표준화하여 비교·측정할 수 있겠는가? 계량화하거나 지표화하기 힘든 인성의 다양한 면모는 의미 있는 역량이나 능력이 아니란 말인가? 경쟁적인 비교 우위를 점하는 능력을 유일한 역량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현실에 직면하여 교육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들이다.

무릇 교육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조응이 경제적 효율성과 수량화된 성취목표에 무작정 순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수량화할 수 없는 인본주의적 가치와 경제적 효용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인격의 성장이 역량강화 교육의 그늘에 가려져 망각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원양성교육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대학이 교직실무 교육이나 전문교과지식 교육을 넘어 전인적인 인간교육이라는 교육의 이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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