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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바라보는 시선

하주현 기자l승인2016.09.12l수정2016.09.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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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or)란 종교적 신념이나 강한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을 거부하는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의 양심이란 ‘자기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을 뜻하는데, 이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평가와 관계없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양심 개념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일상에서 쓰일 때 ‘다른 사람이 평가하기에도 참 좋은 마음’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고, 그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는 ‘선량한 마음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로 오해되어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는 한국에서 이들은 ‘군대 가기 싫어서 선량한 마음을 핑계 대는 병역 기피자’로 인식되기 쉽다.

현재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와 일부 타 종교 신자, 그리고 드물게 어떠한 종교적 이유도 지니지 않은 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군대는 누가 가냐’는 우려와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의문,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엄중한 사법절차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병역을 거부하고 다른 형식의 복무를 할 수 있길 바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원표 씨 인터뷰
이원표 씨는 2004년 8월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그해 11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금은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일터가 있는 건물 1층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병역거부 선언을 하며 평생 평화 활동가로 살 것을 다짐했다고 들었다. 대학 시절 총학생회 활동 중에 이라크 파병을 바라보며 전쟁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상황과 본인의 변화는 어땠나?
A. 2001년 총학생회 부회장 임기가 끝날 즈음 9·11 테러가 발생했다. 영화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난 것을 뉴스 화면으로 보니 무서웠다. 그 뒤로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일어나 그곳의 아이들이 죽는 것을 보며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를 생각했다. 미국의 침략행위가 테러의 발단이 된 것인데 결국 죽는 사람들은 테러를 지휘하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도 미국의 고위 인사도 아닌 미국의 흑인과 히스패닉계 병사들, 아프간이나 이라크의 어린아이들, 난민들이다. 그때 전쟁에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살생 행위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또 그 뒤로 서희(아프가니스탄), 제마(아프간), 자이툰(이라크) 부대 파병 등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입영을 거부해야겠다는 결심이 구체화되었다.

Q. 그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병역 거부에 대한 결심을 굳게 한 것 같다. 
A. 맞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들이 응축돼 발생했고, 그런 환경이 나를 들쑤셨다. 일련을 사건들을 접하며 공부를 많이 했고,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살상 무기의 위력은 매체에서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구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무기들이 너무 많다. 고대에는 전쟁이 일어나면 보통은 죽기보다 흩어지기 때문에 끔찍하긴 해도 많은 사람이 죽진 않았다. 그러나 현대는 전투가 일어나면 몰살이다. 또 적어도 고대에는 사람이 서로를 대면하며 감정이 오갈 수 있었을 텐데, 현대 전투에서는 병사들이 전차 안에 앉아서 게임하듯 버튼을 누르고 목표물을 조준하며 전투를 한다. 심지어 그 전차 안에는 오락실에서 들을 법한 경쾌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을 쉽게 죽이지 못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커지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이다.

Q. 양심적 병역거부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그 사람의 양심을 어떻게 알아차리느냐’와 ‘그렇게 모두의 양심을 존중하면 군사력이 떨어진다’인 듯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어떤 나라에 살면서 그곳의 공동체를 위해 일정 기간 봉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군대도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니 사회복무의 한 형태다. 하지만 개인이 사회복무의 종류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재능을 이용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시켜줘야 한다. 국방과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국력은 탱크 몇 대, 군인 몇 사람 같은 군사 수치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북한을 강한 나라라고 이야기하지 않듯이.
국력과 방위력을 기르고, 전쟁이 발생한 뒤 빠르게 복구할 수 있기 위해서도 군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획일화되어있다. 또 나는 군대가 더 좋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군대에 가겠느냐’ 라는 말 이면에는 군대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사회복무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청년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군대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Q. 사람들 다수가 이원표 씨처럼 평화주의에 깊이 공감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된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군대에 남아서 나라를 지켜야 하지 않나?
A.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게 되면 군대가 없어질 것이다’하는 걱정은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가 총을 내려놓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 우리나라의 치안이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좋은 편인데 그 이유는 치안력이 강해서, 경찰력이 더 훌륭해서가 아니라 무기소지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이 군사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일이 무기로 무장하는 것보다 평화에 더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

Q. 우리는 북한과 대치중인데 이 상황에서 무기를 다 내려놓으면 어쩌나?
A. 김정은이 정말 공격을 퍼붓기로 한다면, 우리나라가 어떤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어도 퍼부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무기를 퍼붓지 않을 것이다.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은 남, 북 두 국가만의 전쟁이 될 수 없기에 우리나라가 군사를 증감하는 것이 전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합일점을 잘 구축하는 게 안보에 더욱 도움이 된다. 사드를 배치하면 한·미·일과 북·러·중으로 팀이 나뉘고, 북한은 다른 방도를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를 적국으로만 상정하게 된다. 무기 증축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Q.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되 장비정비병, 영농사병, 전달병, 세탁병과 같이 군 영내에서 복무를 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그것도 사회복무의 여러 형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이다. 병역거부자들도 다양한 층위로 나뉘는데, 나처럼 사회복무제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약간은 아나키스트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행동을 강제하는 것 자체를 제도로 두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입영은 할 수 있지만 집총만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체 복무제를 할 때 다양한 층위를 세세히 고려해 다양한 복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예전에 만났던 국제단체에 속한 한 독일 활동가에게 ‘당신은 대체 복무를 했는지’ 물어봤다. 그는 “지금 대외적으로 국제 평화포럼에 참여하고 하는 것이 대체 복무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제 활동까지도 사회 복무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징병제 국가에서는 이처럼 대체 복무의 선택지를 넓게 둔다.

Q. 징병제를 유지하며 그 안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과 모병제로 이행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A. ‘우리나라 군사 제도가 어떤 식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답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라고 말은 하지만··· 직업 군인제(모병제)가 무조건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징병제 사회에서는 국가의 전쟁행위가 직간접적으로 시민들과 연관돼 시민들이 전쟁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징병제 기간에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적인 반전운동이 일어났다. 반면 모병제로의 전환 뒤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땐 그렇지 않았다. 제도로서 징병제를 유지함으로써 전쟁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한편, 사실상의 징병제 폐지국인 독일처럼 다양한 사회복무의 길을 열어두고, 복무기간 역시 줄이는 게 어떨까 한다.

Q. 지금껏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2번 있었고, 앞으로 한 번 더 남았다. 이번엔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나?
A. 이 영역에서 사법적인 판단은 다 끝났다고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는 것은 판단이 난 상황이다. 하지만 판결 자체는 판사 개개인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리 무죄 판례가 많이 쌓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따르는 판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입법이 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국교회연합 김훈 장로 서면 인터뷰
1.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방이라는 공익적 가치보다는 개인 양심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 중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보는 견해도 물론 존중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었지만 국가라는 공동체성을 무시해서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하는 것은 계란과 닭의 논쟁과 같아서 어느 것이 먼저냐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분단 조국의 현실 때문에 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고라도 병역의 의무를 다한 사람들, 그리고 그 의무를 다하려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종교적 양심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안보와 개인의 인권이 충돌했을 때 개인의 인권을 우선시하는 제도와 장치로 인해 국가는 존립하기 어렵게 되면 결국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은 누가 어떻게 지킬 수 있겠습니까.

 2.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3년, 4년 등 그 기간이 일반 병역 기간보다 1.5~2배  가량 길고, 노인 장애인 아동 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힘이 드는 사회복지 업무를 배정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선, 이런 조건이라면 많이들 우려하듯 청년들 모두가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체복무란 군대에 가는 대신 그와 상응하는 국가적 봉사 또는 의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군대 복무기간 2년보다 1.5배 내지 2년으로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대신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헌법 제20조 ①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자신의 종교자유 신념에 따라 종교를 선택할 자유가 있듯이 국가는 또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국민에게 법에 정한 규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법이 정한 규제를 받는 것을 선택했기에 대체복무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군대 복무가 어려운 분들을 제외하고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무란 있을 수 없다. 국방의 의무는 국가방위를 위한 목적 안에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집총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이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 징집 자체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입대 후에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비전투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국가에 선처를 요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3. 기독교에서도 평화와 사랑을 핵심 교리로 하는데 여호와의 증인들과 달리 기독교 신자들이 병역의무를 수용하고 철저히 이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독교는 평화와 사랑을 핵심 교리로 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평화와 사랑은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인류에 주신 선물이지 내가 내 힘으로 만들고 지키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는 내세를 믿는 종교인데 여호와의 증인과 안식교 등 기독교의 이단들은 천국을 이 땅, 현세에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들은 성경에 어느 한 구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데 능하다. 교리에 따라 전쟁에 나가지 않고 집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주신 평화와 사랑이 파괴될 지라도 자신은 성경에 명시된 어느 한 구절을 지키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기독교인은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생존하는 동안 하나님이 인류 모두에게 주신 평화와 사랑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 국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존중하는 것이다.

3.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1) 윤광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15) 제도가 잘 확립되면 병역 기피자들이나 징병대상자들이나 윈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피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서 병역자들에게 쓰이도록 하는 식으로...
(2) 성시백 (한국외대 몽골어과 16)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한다. 개인의 종교나 사상 등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휴전상황이나 개인의 사상의 진실성을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성준호 (교원대 초등교육 16)양심적 병역 거부는 반대한다. 악용될 소지가 너무 큰 것 같다. 말 그대로 양심상 병역거부를 하는 것인데 양심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닐 뿐더러 양심상 병역 거부가 허락되면 고위급 자제들은 모두 양심을 판단하는 시험관에게 돈을 줘가며 병역을 기피할 것 같다. 양심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모호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반대한다!
(4) 이현한 (영남대 심리학과 15)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같이 일반인들과 크게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은 군대에 갔을 때 문제나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오히려 군대를 가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5) 황유진 (교원대 초등교육과 16) 긍정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연한 사회적 질서가 존재하는데 자기 가치관보단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게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 법원의 잇단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입영 후 군형법상 항명죄에 의해 처벌돼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졌는데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엔 반복처벌·가중처벌로 7년 이상 복역하는 사례와 감옥 내 구타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쟁점이 된 후, 2002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 규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와 배치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즈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항명죄가 아닌 병역법위반으로 처벌돼 재징집이 면제될 수 있는 1년6월의 실형을 받게 됐다. 법원의 무죄판결은 2004년 서울남부지법(3건)과 2007년 청주지법 영동지원(1건)에서 있은 뒤, 8년간 사례가 없다가 2015년 5월 광주지법에서 다시 무죄판결이 나왔다. 이후 올해 8월까지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은 모두 9건이 나왔고, 가장 최근의 무죄판결은 지난달 9일 청주지법 이형걸 판사에게서 나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88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4년 합법의견에 의하면,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해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분,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가 도출되지는 않”으며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경일,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삼아 “국방의 의무가 집총병력 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의 기간과 부담을 고려해 이와 유사하거나 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 이행의 형평성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지난해 7월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 번번이 실패하는 대체복무제 입법, 20대 국회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대한 입법은 17대 국회의원이던 임종인이 처음 법안을 발의한 뒤 같은 17대 국회의 노회찬, 이후 18대 국회의 김부겸·이정희가 각각 대표발의 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처리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권과 종교계 보수 측과 부딪쳤기 때문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 등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소홀함, 안보에 대한 해이감 등은 사회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에 반대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 19대 국회의 전해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국방위원회의 계류 중에 있다가 국회가 끝나 자동으로 폐기처리 됐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당선된 전해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대체복무 법안에 힘쓸 예정이다. 전해철 의원실 이은정 비서관은 “의원님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의 인정에 관한 것”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난 뒤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안의 통과 여부는 정부, 즉 국방부가 얼마만큼 의지를 갖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정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끝으로 대체복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한 병역법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청주지법 이형걸 판사가 말했듯 ‘대안 마련의 노력 없이 형사 처벌만을 감수하도록 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국가는 사회 곳곳에 적합한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국방력을 높이는 진짜 방법이라는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통찰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헌재의 결정이 소수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동시에 병영 문화의 개선도 꾀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하주현 기자  disney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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