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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그들의 고통, 기업의 관심

한건호 기자l승인2016.05.09l수정2016.09.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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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별다른 검사 절차 없이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판매한 옥시를 비롯한 수많은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시켰다. 기업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돈에 대한 욕심이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병들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사건이 5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기업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주위 사람이 억울해하든, 눈물을 흘리든,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순간 우리를 향한 그들의 호소는 완벽히 차단된다. 물론 그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함께 슬퍼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곳에선 이러한 관심의 양상이 조금은 다르다. 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물건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을 선택한 것은 소비자들의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5년이란 시간동안 자신들의 살균제로 죽어간 피해자들의 눈물에 무관심할 수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처음으로 그 문제가 표면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당시 임산부 5명이 동일한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여러 뉴스들이 연일 보도해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 알게 된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도 잠시 문제는 이내 잠잠해진다. 2년 뒤 2013년 MBC ‘PD수첩’을 통해 다시 한 번 공론화되기 시작했으나 이 역시 찰나에 머물 뿐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이에 대한 기업들의 모르쇠 태도는 그대로였다. 
문제가 발견된 2011년으로부터 5년이라는 긴 시간 후에야 큰 파장을 일으키며 해당 기업들이 화해의 무드로 돌입하게 된 데에는 물론 뒤늦은 검찰의 수사라는 요인이 작용했다. 이제야 그들의 관심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사태의 후유증은 이미 상당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상자는 221명으로 그 중 9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에 ‘과실치사죄’를 적용해도 공소시효가 7년에 지나지 않아, 94년에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생겼음에도 2008년 이전의 피해자들은 보상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뒤늦은 정부의 대처와 검찰의 수사에 대한 비난도 우리는 이미 의미 없는 되풀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2011년 5월, 문제가 발생하고 6개월이 지나서야 해당제품들에 대한 판매 정지 조치를 행한 정부와, 4년이 지난 후에야 검사 한 명을 수사에 배치한 검찰의 태도는 분명 문제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옥시’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형식적인 사과를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행태가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옥시의 행태가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옥시의 경우 2011년 처음 문제가 제기 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덮기 위해 갖은 수를 써왔고, 2016년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야 포괄적 보상을 약속한다. 그야말로 철저히 ‘기업적’인 마인드에 충실하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뜻이 내포된 사과란 단어에 ‘형식적’이란 단어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편 문제가 된 제품이 하필 ‘가습기 살균제’라는 점이 문제를 좀 더 감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옥시가 회피한 책임들이 고스란히 자식들을 위했던 부모님들의 죄책감으로 옮겨 가는 것, 이 문제를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가장 큰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의 제품이 옥시의 제품이다. 피해자 대표들이 영국의 본사까지 찾아가 대표이사를 만났지만, 그들을 만나준 건 단 5분의 시간. 그들의 5년 동안의 고통과 맞바꾼 5분 동안 피해자들이 들은 말은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늦지는 않았다. 사과하라.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 살균제를 구입한 부모님들을 더 고통 받게 하는 것은 5년의 시간이면 족하다.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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