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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호]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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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 때로는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 동안 우리 대학에서 평의회 구성과 관련되어 전개되었던 여러 논란을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각 분야에서 권위주의적 문화를 청산하고 합리적, 민주적 의사결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지도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립대학이 대학 정책의 수립과 운영에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평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사회 전반의 이런 상황에 발맞추어 우리 대학에서도 평의회 구성은 2007년부터 역대 총장 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평의회 구성을 약속하고 총장으로 당선되었던 역대 총장들은 모두 취임 후 이 약속을 초개처럼 저버리고 말았다. 그 동안에도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학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 교수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심의의결기구를 상설화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최근 들어 전교교수회의의 실효성과 효율성이 문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상설화된 대의기구 구성의 필요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현 총장은 후보자 시절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교수평의회> 즉시 구성’을 핵심 공약으로 설정하여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39개 국립대학 중 9개 교육대학, 한국방통대와 한국교원대를 제외한 28개 대학이 심의의결기구로서 <교수평의회>나 <대학평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대학이 전반적으로 규모가 영세하고 한국방통대가 개방대학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우리 대학에서만 평의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평의회를 구성한 28개 대학 중 23개 대학이 <교수평의회>를, 5개 대학이 <대학평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개 대학은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회>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고, <대학평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5개 대학도 <교수회>를 학칙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또 다른 중요한 구성축인 <총학생회>는 학칙에 의해, <공무원직장협의회>는 1999년에 발효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법>에 의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교육연구기관인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교수들의 단체가 아직도 임의단체로 남아 있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대학 정책의 수립과 운영에서 교수들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타 대학의 사례를 굳이 인용할 것도 없이 납득하기 어렵다.

교수단체가 임의단체로 남아 있는 현 상황에서 교수들은 대학 운영에서 배제되어 한갓 객체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권한도 임무도 갖지 못한 교수단체는 말 그대로 ‘임의’단체여서, 지금껏 대학본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책임 있는 단체로, 때로는 임의단체로 대해 왔다. 임의기구인 교수단체는 어떠한 행정행위도 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본부의 관계자들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들을 권한조차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여러 번거로운 일이 생겨 공연히 대학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에서 전교교수회의는 교수들의 의사를 직접 대학행정에 반영하는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교수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교교수회의가 실효성 있는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여 대의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어떤 방식이 우리 대학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의 전반적 상황과 우리 대학의 고유한 문화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절대다수 국립대학이 평의회를 단순한 ‘소통’기구가 아니라 교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의’기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은 전교교수회의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유지하면서도 실효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 총장은 <교수평의회> 구성 외에도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구성원 간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수평의회> 구성과 별도로, 대학본부, 교수, 학생, 직원 등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강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합리적 결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우리 대학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함께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국교육의 중심’으로서의 우리 대학의 미래를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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