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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호] 국립대학 연합체, 통합을 위한 초석은 아닌가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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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한 주요 일간지를 통하여 국립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구상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같은 권역의 국립대를 묶어 연합체를 만든 후에 각 대학을 전공별로 특성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서 예측이 쉽지 않지만, 충북권에서 연합체가 만들어진다면, 충북대학교는 인문, 사회, 예술, 한국교통대학교는 공과대학, 한국교원대와 청주교대는 사범대학 혹은 초등교육으로 특화시킨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특성화를 통하여 재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졸업장에 여러 대학의 이름이 표기될 수도 있다 한다.

그런데 이번 구상을 보고 있자면, 기시감이 든다. 지난 정부에서도 같은 권역의 대학을 세 개 이상 연합하고 몇 년 뒤 하나의 국립대 법인으로 통합하려는 구조개혁을 계획하였으나 대학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구조개혁 구상은 동일 법인으로 대학을 통합한다는 핵심 내용이 없고, 각 대학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개별적으로 운영하면서 분야별로 특성화한다는 점에서 지난 정부의 그것에 비해서 더 유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 때문에 대학 연합체가 굳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현재의 대학을 그대로 둔 채로 특성화하더라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굳이 연합체까지 구성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구조개혁 안에 놀란 국립대 입장에서는 이번 구상이 대학 통합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의 계획이 3~5년 뒤에 통합이라는 시기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큰 반발에 부딪혔던 반면, 이번 구상에는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난히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교육부는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립대를 통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 연합체 구성에 대해서 거점국립대학은 대체로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지역 대학들은 대체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대학 통합 상황을 살펴보면, 거점국립대도 통합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다른 대학을 흡수한 거점대학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대학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경우가 많다. 흡수되어 제2캠퍼스로 전락한 대학 입장에서도 낮은 입시경쟁률, 열악한 교육 및 연구 환경, 본교 구성원과의 이질감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통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껏 대학 통합은 국립대의 수를 줄이는 효과를 제외하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대학 비중이 대략 20%인 반면, OECD 가입국의 국립대 비중은 평균 70~80% 수준이고, 유명한 사립대가 많은 미국도 그 비중이 70%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대학 구조조정을 통하여, 국립대의 비중이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에 참석한 교육부 차관 역시 국립대학의 비중 감소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국공립대가 불리하게 평가받는 부분이 없도록 사립대와 다른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정부의 각종 법령과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국립대는 구조조정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반면, 자율성이 더 큰 사립대는 어떻게든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고 있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기준이 국립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국립대 연합체 혹은 국립대 통합으로 대학의 수가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국립대의 학생 정원수는 감축된다. 세계 최저 수준의 국립대 비중을 가진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절대적인 입학생 수의 감소에 대처하는 것보다 국립대 비중을 늘리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립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과 연구의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설립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때문에 국립대학은 학문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처지의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 쉽게 따라가고 변화할 수 있는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현 상황에서 다소 세련되지 못할지라도 현 체제에서 다소 불리할지라도 공공성의 기반 위에서 학문과 교육의 가치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가치라도 자본의 논리에 부합하지 못하면 배제되고 도태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정부는 국립대의 존재 가치를 경제성이 아닌 공공성에서 두고, 그에 합당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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