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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가요?"

한국여성의전화 조재연 국장을 만나다 이민아 기자l승인2016.04.11l수정2016.09.2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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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 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전국 25개 지부가 함께 활동하는 전국조직으로써 1983년부터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하는 등 지금까지도 남녀의 평등한 인격관계 수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섹션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 본부에서 인권정책국 국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조재연 국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여러모로 바쁘실 텐데 특히 주력을 두고 활동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여성 폭력을 근절하고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시대 국회에서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정책들을 모은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정당에 전달하는 유권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또 총선 후보들에게 정책과제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묻고 결과를 취합하여 화요일에 보도 자료와 카드뉴스 형식으로 게시할 예정이에요. 정책 제안서는 ‘성 평등 기본법’과 ‘차별 금지법’의 제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스토킹 및 가정폭력 관련 문제 해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후보자들의 응답 결과는 http://www.hotline.or.kr/의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정당들의 여성정책, 양성평등 정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여성운동이 만들어 왔던 정책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요.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저희가 ‘성 평등 기본법’으로 개정하기를 원하는 ‘양성평등 기본법’이에요. 먼저 성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구분한다는 점에서 명칭에서부터 성소수자를 배제한다는 오류가 있고 기계적이고 양적인 평등을 지향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여성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차별들이 성별의 권력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지 남성에 비해 어려움을 겪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생각에서 양성평등을 내건 정책들이 수립된다는 말이죠. 또 여성 폭력 근절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을 때 응답률은 30%에도 채 미치지 못했어요. 그리고 응답한 후보자들마저도 대부분이 무응답이나 대답을 회피했죠.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고 답변을 유보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여성에 대한 대우 측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 했다고 보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예전에는 폭력으로 이름붙이지 못했던 것들이 ‘성폭력’, ‘가정폭력’등으로 명명된 것이죠. 이전에는 지적되지 않거나 쉬쉬했던 일들이 이름을 가지게 됨으로서 법의 심판을 통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 여성운동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해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피해자에게 더욱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죠. 또 많은 사람들은 폭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 대한 당위는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폭력의 구체적인 발생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온정적이고 폭력에 무감각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인식적인 부분도 우리가 개선시켜나가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 여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해오는 분들은 주로 어떤 사연을 갖고 계신가요?

대부분 여성 폭력과 관련된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오세요. 법에서 규정하는 범죄로서의 폭력은 굉장히 협소하지만 여성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부당한 일들과 어려움들도 여성 폭력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상담을 진행해요. 그런데 전화 상담을 하다 보면 사례들이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되요. 그럴 때 마다 여성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거나 피해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지 못한 낙인으로 남게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분들이 자신이 받고 있는 피해가 폭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인지하는 데에서 부터 문제해결이 시작됩니다. 이후에는 필요하다면 면담이나 법률 상담 등 후속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도 해요.

 

여성의 전화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문화 활동들을 소개해 주세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여성인권영화제’는 매년 10월에 진행되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강사의 수업이라고 하더라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큼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된 행사에요. ‘페스티벌 킥’은 올해에는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되는 행사에요. 사회 여기저기에 산재해있으면서 우리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언젠가 반드시 없애야 하는 먼지와 같은 차별을 ‘먼지 차별’이라고 정의하고 이것을 타파하고 맞서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장이에요. “여자라면 화장은 예의지”와 같은 말들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데이트 공작소’는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아래 학생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연애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강의에요.

 

양성평등을 위해 대학생들이 더욱 힘써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성 차별적인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의 근본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에는 교육의 영향이 크죠. 머지않은 미래에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사람들인 만큼 여성뿐만이 아니라 성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내 위치에서, 내 일상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최근에는 실업문제로 많은 청년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들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해요. 혼자 지나치게 고군분투하다보면 오히려 좌절이나 실패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여성주의 공부에 꼭 도전해봤으면 해요.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젠더 권력이 작동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줘요. 여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까지 그 시각을 적용시킬 수 있게끔 하는 학문이자 운동이기 때문이에요.


이민아 기자  mingao_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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