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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대표의 책무

편집장l승인2016.03.14l수정2016.03.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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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학생총회가 무산됐다. 자포자기한 듯 “책임지지 못 하겠다. 사퇴하겠다”며 백기를 든 회장단은 당장 그 모습을 지켜보는 총회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학우들은 빠르게 자리를 뜨며 항의를 표했다. 텅 빈 장내를 가리키며 “이것이 정말 민주주의의 장이냐”고 묻던 누군가는, 그간 수많은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국민을 내버려두던 모습과 당시의 총회가 겹쳐져 더욱 화가 치밀었을 수도 있겠다.

새터비로 70만 원의 점심 값을 미리 계산해 놓고, 필요를 넘어선 책을 구입하는 등 총학은 업무에 미숙했다는 이유만으론 두둔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공금을 유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본래 새터 비용에는 감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기대어 씀씀이를 가볍게 생각했다면 괘씸한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 학생회장단을 공금을 횡령한 파렴치한 정치인에 그대로 대입시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선 학생 대표에게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고, 설사 활동비 명목이 존재해도 학생들의 눈치가 보여 잘 쓰지 않는다. 공적 업무를 행할 때 학생회비에서 교통비와 식비를 지원받지만, 학우들을 위해 발품을 팔수록 업무는 늘고 그중 미처 승인을 받지 못한 일은 허다하게 벌어질 것이다.
지난 새터가 끝난 뒤 만난 회장단은 사흘 밤을 새워 기력이 없는 모습이었다. 차림새에도 신경을 쓰지 못해 인터뷰 사진을 찍기를 거부하면서도 새터 참가자들의 90%가 만족했다는 소식에 기뻐했고, 학우들 사이에서도 이번 새터가 재밌었다는 평이 자주 들려왔다. 새터 프로그램의 진행만큼 예산 사용내역 역시 깔끔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이미 일은 틀어진 뒤다.
학생대표들은 학우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마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대표로서의 행동은 봉사 정신과 책임감에 기초한다. 베푸는 마음을 근본으로 삼는 그들이 얻는 것은 학생들이 보내는 고마움, 존경 그리고 본인이 느끼는 보람 혹은 성취감이다. 그러나 뒤에 말한 대가는 피로에 지친 한 인간에게 당장 활력을 주지 않으며 고달픈 업무가 끝난 뒤 기어코 따로 여유를 챙겨 돌아보았을 때에야 간신히 주어지는 보상일 터다.
지난 2013년, 2014년의 연이은 총학 공석 사태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당장 학과의 학년 대표, 회장단의 자리도 기피 대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학생들을 위해 대표직을 맡겠다며 발 벗고 나서는 이는 그 자체로 영웅 소리 혹은 바보 소리를 듣게 되고, 대표 자리에 오른 당사자는 혹여 일을 잘 못해 배신자 취급을 받진 않을까 사력을 다해 자기 삶의 많은 것을 희생하며 대표의 굴레에 얽매이게 된다.
우리의 표를 얻어 선출되었으니 힘들더라도 책임을 다해달라는 요구가 더 크게 들리는 지금이다. 슬프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학생 자치는 영웅 또는 배신자의 경계를 위태롭게 걸으며 출사표를 던진 지난날을 후회하는 하는 바보들을 드물지 않게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얼마 안 있어 비상대책위원회든, 확대운영위원회든 총학을 대리할 체제가 마련될 것이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다시금 총학의 역할을 할 것이다. 서툴고 미흡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하겠다. 그른 행동에 책임을 묻는 엄중함과 더불어, 대표의 노고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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