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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호] '기억 교실’을 마주하고

편집장l승인2016.02.22l수정2016.02.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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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의 ‘기억 교실’을 두고 학교 구성원 사이에 입장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새 학기를 일주일 남짓 앞둔 지금까지도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재학생 학부모 측은 학생들이 우울함, 죄책감을 느낀다며 기억 교실을 돌려놓아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대부분의 유가족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상황에서 기억교실을 정리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재학생 학부모 역시 지난 2년간 가까이에서 생생히 아프고 슬펐을 게 분명하다. 한 학년의 학생과 교사를 거의 통째로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는 가라앉았고, 이젠 모양새를 바꾸어 이를 정상화시켜야겠다는 결정에 이르렀을 터다. 못나기만한 이해(利害)를 둔 주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것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억 교실’ 기사엔 ‘유가족의 욕심이 지나치다’, ‘이젠 질린다’, ‘정치 집단화된 지 오래다’는 댓글만 무성하다.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최선을 다해 구조하라’는 상급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밑의 123정 정장은 최종 책임자가 되어버렸고, 2차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걱정한 그는 다른 선박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 ‘수학여행 시 여객선 이용 요망’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교육청과 문제의식 없이 이를 따른 학교는 학생을 여객사업의 수요자로만 보았다. 제16대 대통령 시절 구성돼 훌륭히 기능하던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그 다음 정권은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없앴고, 현 정권 역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선박업자, 선장, 해경만 잘못해서 일어난 참사가 아니다. 책임 의식과 생명존중 의식의 결여, 정부 재난대처 매뉴얼의 부재와 같이 명확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이 세월호를 낳은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책임자이며 최고 권력을 가진 정부가 항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외치는 희생자 가족을 정치 집단입네 하는 모든 말이 모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가장 힘들고 아픈 사람의 처지를 들여다보기 전에 행위의 잘잘못을 따지며 이제 그만 양보하라는 건 굉장한 폭력이다. 고통 앞에 신사는 없으며, 중도는 방관일 뿐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입학한 이들의 다수를 차지할 97년생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세월호의 넋과 같은 또래들이다. 아픈 마음은 온 국민에게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정축년 같은 해에 같이 났던 인연끼리는 또 모를 연대감이 있을 터. 야멸차게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리던 배를 바라보며 그 가슴들은 얼마나 무너졌을지, 무얼 느꼈을지, 어떤 다짐을 했을지···.
‘아직도 우리의 교육 현실은 아득하기만 하다’며 ‘사회 구석의 약자 편에 서며 참교육을 실현하는 모범을 보이겠다’는 내용의 참교육 선언을 낭독하던 잠잠한 누군가의 목소리는 세월호 또래로서의 남다른 다짐을 말하는 듯했다. 새터 첫날 밤 정든 내기들을 바라보고 앉은 그 얼굴에서 그렁그렁 커다란 소의 눈이 보였던 건 착각이겠지. 앞으로 1년, 2년, 이곳 교원대에서 시간을 보낼 소중한 그 사람들이 다부지게 살아가길, 나머지 우리 역시 그날에 붙잡혀 울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곳저곳에 있음을 기억하고 힘을 보탤 수 있길.


편집장  disney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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