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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의미 있는 진지함

한건호 기자l승인2015.10.05l수정2016.09.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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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참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 ‘진지충 극혐’. 진지해 보이는 게시 글이나 댓글이면 여김 없이 ‘진지충’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과거 웃자고 한말에 눈치 없이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칭했었다면 점점 맥락과 상관없이 진지하면 진지충이 된다. 진지한 거 싫다더니 왜 이렇게 진지하게들 ‘진지충’을 색출해내는 건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이쯤 되면 생사람도 ‘진지충’되는 건 십상이다.

물론 단순히 재미로 쓰는 인터넷 용어다. 이에 대해 진지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진지충이라 불릴 일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별 생각 없이 쓰는 말이기에 ‘별 생각 없이’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냥 넘기기엔 진지충이란 말이 진지함이 필요할 상황에도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걸린다.

사람들이 진지충을 싫어했던 이유는 간단히 말해 눈치가 없어서이다. 그냥 웃고 끝내야 할 문제를 정색하고 물고 늘어지니 싫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진지함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세상만사 웃고 농담 까먹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대상이 무엇이든 문제가 생기면 진지하게 접근해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바로 진지충의 의미가 점점 우리에게 필요한 진지함에 대한 경시의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그렇다. 쉽게 말해 싫어하면 안 되는 사람들을 싫어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인기를 의식해 ‘재미는 있지만 문제도 있는’ 아이템들이 쏟아지며, 인터넷이든 현실 세계든 마음 속의 진지함과 재미가 충돌하는 순간들이 자주 연출되는 것이 문제였다. 애매한 상황에서 문제를 제시하는 사람들을 진지충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게시 글의 흥미가 게시 글이 불러올 문제의식을 희석시킨다는 것 역시 진지충의 의미변화에 한 몫을 한다. 문제의식이 마비된 채 흥미만을 쫓기 시작하는 한편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나서는 사람들에겐 ‘진지충’의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문제의식을 숨기게 됐다. 기껏 한마디 해봤자 돌아오는 소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의 마비가 문제가 됨은 자명하다. 작년 7월, 다수의 이스라엘 주민이 팔레스타인 폭격 장면을 마치 폭죽놀이 구경하듯 구경한 사진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사진을 SNS에 올렸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미사일 폭격 현장을 재미있는 폭죽놀이인양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한 무리의 집단이 미사일이 터지고 있는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그 상황에 발생한 것은 다름 아닌 문제에 대한 자발적인 문제 인식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점점 진지해야할 타이밍을 놓쳐가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있는가. 사회로 확장돼 재미 대신 다른 더욱 유혹적인 것을 가지고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감추려 할 때 과연 진지해야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그 사회가 문제의식을 갖고 헤어나올 수 있을까?

진지해질 필요가 있는 상황들을 점점 구분하지 못하게 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더 진지충이란 단어에 속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당당하게 진지해 졌으면 한다. 진지충이란 낙인이 더 이상 고리타분하고 눈치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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