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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호] 법은 사람의 자리를 지켜주는가

편집장l승인2015.11.30l수정2015.12.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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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권한까진 아니더라도 상부와 하부 사이에 끼어 둘 사이의 입장을 조율·전달하는 자는 본인이 얼마나 큰 권한을 지녔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을 관료제 사회 안의 한낱 부품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거치지 않곤 상부에 자기 입장을 전달할 수 없는 민원인에겐 그는 충분한 권력자이다.

그 어떤 제도, 자본, 사상도 사람 위에 존재 하지 않으며 법 역시 사람의 편의와 권리 보장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노조의 이야기를 들으며 법과 제도에 대한 회의가 다시금 들었다. 현재 우리학교는 정부기관에서 발표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라 25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고용승계 또한 문제없이 해 나가고 있다. 노조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실제 노동량에 적합하진 않다며 지급한도인 400%까지 상여금을 지급해 근로조건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담당 직원은 “주어진 지침을 모두 준수한 상황에서 요구를 모두 받아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규정상 문제가 없는 상황. 사실 한낱 사무직원인 그라고 무엇을 더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우리도 안타깝지만 상황이 어렵다’가 아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 ‘잘못된 일’이라며 인상을 쓰는 담당 직원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는 여태껏 노동자가 전한 현장의 모습을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고, 얼마나 가까이 귀를 기울여 들었을까.
노점상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정상 테두리에서 밀려나 길이라는 생활의 최전선에서 하루를 꾸리는 그들에게 행정청은 근사한 도로교통법, 식품위생법을 들이대며 잘잘못을 따진다. 불안정한 고용구조, 허술한 사회복지 안전망 등 그들이 거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선 함구한 채 말이다. 결국 노점상의 생존권에 우선되는 것은 국제 행사, 각종 개발 사업, 시민의 보행권이었다.
각자가 맞닥뜨린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다른 이의 입장을 제대로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법으로, 규정으로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려 든다. 그러나 법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그럴듯한 용어들로 점철된 법과 제도 안에 ‘사람’의 자리가 있었는지, 사람의 삶을 지원해야 할 법과 제도가 정작 사람을 비껴나가고 있진 않았는지 다시 바라볼 때이다. 허울뿐인 법과 제도에 기대기 전에 우리 모두는 부품이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편집장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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