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9.15 금 01:43

[382호] 갑(甲)질 단상

박은송 기자l승인2015.11.02l수정2016.09.21 07:2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백화점 주차 아르바이트생을 무릎 꿇린 일, 땅콩 포장을 뜯지 않은 이유로 항공기를 돌린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등 우리는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부를 이용해서 약자를 괴롭히는 이른바 ‘갑질’들을 많이 보아왔다. ‘갑질’은 계약주체와 상대를 계약서에서 ‘갑’과 ‘을’로 일컫는 데서 온 말로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한다.

대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모 대학의 교수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자기 딸의 결혼식에 오지 않으면 결석 처리를 하겠다고 공언하면서학생들을 결혼식의 주차요원으로 부리려 하였다. 그러나 이후 학생들이 반발하고 언론에 알려지자, 문자 메시지로 (결혼식에) 오지 않아도 되며 추후 공지를 통해 보강을 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우리와 맞닿아 있는 조직 내에서도 위계질서, 계급으로 대변되는 수직적 구조에 바탕한 부당한 관계가 만연해있다. 선후배 간의 학교 내 군기문화도 개선되고 있지만여전히 많은 대학교에서는 옷차림과 교통수단에 제한을 가하고 인사와 복종을 요구하는 일명 ‘똥군기’ 잡기가 행해지고 있다.

본인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기분을 과시하고 싶을 때, 그리고 자신이 ‘을’의 입장에 있을 때 당한 것을 다시 돌려주고자 하는 보상심리에서 ‘갑질’이 발생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면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갑질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화가 아니다. 윗사람들에게 예의와 공경을 표하는 형식이 강조되었던 유교 문화에서 시작됐을수도 있고,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권력자에게 복종하면서 더욱 고착된 문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원보다 중요한 건 변질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손님은 왕이라고 받아들여지던 전통적 관습을 깨고 손님의 갑질로 힘들어하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이 추진되고 있다. 고객 응대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 폭력 등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직무로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직무전환 관련 규정과함께 고객 응대 근로자를 위한 스트레스 예방교육도 의무로 되었다. 하지만 이는 예방적 차원의 대책일 뿐 실질적인 해결법이 되지는 못한다. 봉사 및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본인의 편의를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삼아 이용하는 마음부터 바뀌어야 한다.
‘을’을 보호할 법을 제정함과 더불어 그 법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정부 차원의보완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하며 개개인의 권위주의적 사고를 버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무심코 내가 가진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지는 않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박은송 기자  knuepress@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은송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7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