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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부정부패 척결의 첫 단추, 김영란법

교육계와 언론계의 내부 목소리는 갈려 한건호 기자l승인2015.05.27l수정2016.09.2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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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빈부격차 해소도 경제발전도 그리고 문화융성도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법은 우리사회를 맑고 투명한 선진사회로 바짝 다가서게 할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 3월 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통과된 후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법안 제안자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이 법률은 이 날 재적 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됐다.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취지가 반영된 법, 김영란법이 탄생한 것이다.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잉 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적용 대상을 두고 일부 교육계 단체와 언론계 단체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부패의 척결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국민들의 환호를 받는 동시에 논란이 되는 부분도 많은 김영란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김영란법의 등장 배경 및 기존 ‘뇌물법’과의 차이점
2010년 부산지역 검사들이 건설업자로부터 돈과 성접대를 받은 ‘스폰서 검사 사건’과 내연 관계의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받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두 사건 모두 검사의 뇌물 수수 의혹이 문제가 됐지만 무죄로 판결이 나서 기존의 뇌물 및 부정청탁에 관한 법률의 허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장이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안’을 제안했다. 이후 이 법안은 2012년 8월 22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입법을 예고함으로써 속칭 김영란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기존 뇌물법의 허점을 보완하여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인 만큼 뇌물법과 김영란법은 내용상의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김영란법은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금품수수 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뇌물법은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 과 ‘벤츠 여검사 사건’역시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못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무원 행동강령’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가 금지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는 점 역시 김영란법을 통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및 처벌 가능한 행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국회 ▲법원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초․중․고등학교 및 유치원 ▲사학 교원 및 사립 유치원 ▲언론사의 임직원 ▲ 해당 대상의 배우자이다. 김영란법의 기존 원안에서는 공공기관의 임직원 및 민법상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이 포함됐었지만 그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에 따라 적용대상을 당사자와 배우자로 한정했다. 이와는 반대로 언론사의 경우, 법률 원안에서는 정부기관인 KBS와 EBS만 포함이 됐지만 타 민간 언론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공익적 기능을 담당한다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언론사들 역시 법률 적용대상에 포함됐다.
김영란법은 처벌받는 부정청탁 유형으로 ▲인허가·면허 등을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부과에 관하여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 ▲채용·승진 등 공직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 또는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등 총 15가지 유형의 행위를 규정했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한 15가지 부정청탁을 행하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형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해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에 한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와는 별개로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성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 교육계의 엇갈리는 의견
대표적인 두 교원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은 김영란법에 있어서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가장 쟁점이 되는 점은 사립학교의 임직원까지 법의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으로 이에 대한 입장차이가 극명하다. 전교조 충북지부 이은성 정책실장은 “지금껏 사학 비리가 터지면 사립학교가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유재산이라는 궤변을 들먹이며 면피하려고 했다”며 “사학 이사장과 이사 및 교직원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영란법의 위헌 소지에 대해서도 “사립학교법 제55조 1항에 따라 사립학교의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사학을 김영란법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 아닌 것으로 생각 한다”라는 의견을 전하였다.
한편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김영란법에 대해 “김영란법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근본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립학교 임직원을 공직자 개념으로 포함하는 것은 국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공무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라며 김영란법의 위헌 가능성을 표명하였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교육계를 부정의 온상으로 인식시키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교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하였다.

◇ 엇갈리는 언론계의 의견
언론계에서도 김영란법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영란법에 대한 성명서에서 “김영란법이 위헌 소지가 있는 문제투성이 법안이라는 각계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이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통과시킨 것은 헌법재판소에 공을 넘긴 것이자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김영란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더불어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당한 취재와 보도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언론노조 강성남 회장은 지난 1월 20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에 의해 언론 자유가 침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근거인지 정서적으로 인정할 수는 있으나 공식적으로 법이 제정되면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계내에서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수정되고 바로 세워져야 할 부분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자체 자정능력에만 기대하기는 좀 막연하다”며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계와 언론계의 일부 단체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과잉 금지의 원칙’이다. 실제로 ‘과잉입법’은 법률 제정 과정에서도 또 법률의 통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육계와 언론계의 또 다른 단체들이 주장하는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척결해 나갈 수 있는 기념비적인 법률이다. 이처럼 사회의 다방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법이 바로 김영란법이다. 이러한 ‘김영란법’이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1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법률의 기본 취지를 잃지 않는 선에서 이에 대한 보다 지속적인 대책 논의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건호 기자
borish3198@daum.net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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