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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외모지상주의 속의 우리

하주현‧박소연‧최수아 기자l승인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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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lookism)란 외모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외모와 상관없는 사항에서도 그것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사상을 말합니다.

  그 유래는 매우 깊은데 유교 사회였던 당(唐) 시기부터 관리 채용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기준이 존재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신(身)은 신체가 건강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수(身手), 즉 외모를 의미하는 것인데요, 외모가 언변, 필력, 판단력보다 중요한 자격이었습니다. 고대 바빌론에는 일생에 한 번 여신에게 성의를 보이기 위해 여자들이 매춘을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미인과 그렇지 않은 여자가 매춘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차이가 났습니다. 또 소크라테스는 외모지상주의가 심했던 아테네에서 외모로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고대 탈무드의 ‘공주와 학자’ 일화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는 특정한 국가, 민족, 시대, 성별, 나이, 교육수준, 종교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차별이 아닌, 본능적인 현상입니다. 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추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을 이루는 근간 중에 하나였던 것이고요. 그러나 근대에 와서 외모지상주의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이로 인한 병폐는 매우 큽니다. 그 원인은 자본주의와 상업의 발달로 볼 수 있는데 사람 사이의 정까지도 가치로 환산하여 사고파는 자본주의 시대에 겉으로 빤히 드러나는 외모는 너무도 쉽게 상품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입니다. 일반인 1000명 중에 한 두 명 있을까 말까한 미남 미녀들이 보통 사람처럼 등장하는 드라마는 보는 사람이 자신의 외모를 폄하하게 만들기 십상입니다.

  외모지상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3가지 예가 있습니다.

1. 오빠5대장

  인터넷상에서 ‘오빠5대장’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장준우, 임유, 임찬호, 안리환, 송대환 어린이가 그 구성원인데 여기서 ‘오빠’라는 단어에는 이들을 단순한 아이가 아닌 남자로 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납니다. TV에 출연하는 수많은 아이들 중 상대적으로 더 외모가 출중하고 매력적인 행동을 하는 몇 명만 꼽아 오빠라고 부르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외모지상주의가 적용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2. 취업성형

  ‘취업성형’이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생기며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위한 성형수술이 유행하며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2014년 9월,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4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모 관리와 성형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34.3%가 취업이나 이직을 위해 성형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면접에서 떨어지는 원인을 ‘외모’로 돌리게 되고 그 해결법으로 ‘성형’을 찾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의 사회 풍조가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

2012년 11월과 12월에 걸쳐(304, 305, 306회) 방영된 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은 외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을 초대해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 축제에 초대되어 참석한 이들은 권오중, 이적, 김C, 고창석, 윤종신, 하림, 조정치, 김영철 등 이었습니다. 못난 외모로 웃음거리가 되지만 이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실력파들입니다. 못·친·소 페스티벌은 표면적으론 출연자들의 못난 외모를 희화화하고 놀리는 형식이었지만, 그 취지는 그럼에도 잘나가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즉, 외모가 사람의 가치와 능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과 알게 모르게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것입니다.

 

인터뷰

기자 :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경험이 있으세요?

A : 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이유를 외모로 돌려요.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예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거야.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예뻤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능력이 외모 때문에 저평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B : 특정하게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고 생각해요. 예쁜 사람이 공부를 잘하면 ‘공부도 잘하네’라고 생각하지만 못생긴 사람이 공부를 잘하면 ‘공부라도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외모의 차이 때문에 같은 사실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저도 모르게 외적인 요소로만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어요.

C : 이런 것도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잘생긴 애면 ‘반전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못생긴 애면 ‘어휴, 저 덕후’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봐요.

D : 저는 예쁜 사람이 식당에 가면 서비스로 에이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엄청 예쁜 사람이긴 했어요.

C : 저도 봤어요. 술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예쁜 사람이 오니 시키지도 않은 음료수를 인상이 좋다며 가져다줬어요. 그 분 테이블을 제외한 나머지 테이블에는 주지 않았어요.

D : 고등학교 때 강동원을 닮은 선배가 있었는데, 외모만으로도 인기가 많았어요. 빼빼로데이가 돼도 잘생긴 친구가 많은 빼빼로를 받았죠.

C : 고등학교 때 통통한 외모로 놀림을 받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하루는 그 친구가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는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남자애들이 넘어진 애를 잡아주는데 그 친구가 넘어지니까 엄청 야유를 보내더라고요.

E : 저도 고등학생 때 일이에요. 한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의 외모를 놀렸어요. 그리고 학교생활 중에 서로의 외모 지적을 많이 했었죠. 외모 지적은 매스미디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주변 사람 중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본인보다 조건이 좋지 않지만 외모가 더 좋은 사람에게 밀려서 떨어졌다는 사람도 봤어요.

F : 저는 고삼 때 살이 많이 쪄서 식당에 혼자 못갔어요. 살찐 애가 혼자와서까지 밥먹으려고 한고 말할까봐 두려워서요. 그리고 졸업사진 찍으려고 원피스를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절 보자마자 맞는 사이즈가 없다고 가라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비만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최대한 싫은 티 내지 않고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자 : 그런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A : 제 능력이 외모 때문에 평가 절하된다고 생각해서 불쾌했어요.

B :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외적인 요소로만 판단했다는 것을 알아채면 많이 부끄럽고 창피해요.

E : 처음엔 기분이 좋지 않았죠. 선생님께서는 장난으로 하시는 말이긴 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기분이 나쁠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 또한 외모와 관련된 농담을 친구들에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외모지상주의적인 행동이 있기 때문에 마냥 선생님을 욕할 수는 없었어요.

C :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각자의 자손이 건강해야 하기에 건강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진화심리학적 근거도 있을뿐더러, 사람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측면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나쁘다고 하는 건 우리의 본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식욕, 배변욕, 성욕 이런 것과 비슷한 본능이 아닐까요?

D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F : 저는 살이 찌니까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써서 힘들었어요. 피해의식 때문에 자꾸 자신감이 없어져서 몸을 움츠리고 걸어다녔어요.

 

기자 : 그렇다면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A : 저는 혼자서 속으로만 끙끙 앓아요. 그리고 외모지향적인 현실에 반감이 생겼어요. 주변에서는 외모 탓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저는 자꾸 외모를 이유로 생각했죠.

B : 당연한 거지만 저부터 사람을 외적인 요소로만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E : 저는 이상적인 외모의 기준에 제 자신을 맞추려고 해요.

F : 저도 이상적인 외모의 기준에 제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수능이 끝나고 한 달 동안 먹고 싶은 것 참고 울면서 운동해서 20kg을 뺐어요. 옷도 사이즈를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좋았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게 돼서 행복해요.

 

기자 :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것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A : 심각도를 1부터 5까지 단계로 따지자면 5단계라고 생각해요.기업에서 직원 채용 시 외모를 평가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런걸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이 개선돼야 하지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E : 저는 3~4단계로 문제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취업을 위해 성형은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모지상주의가 단순 조롱이 아닌 현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저는 외모지상주의가 최소한 현실적인 문제에는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종 매체들은 외모지상주의 조장을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C : 저는 외모지상주의가 문제가 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여자들이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D : 저는 외모가 호감도를 높이는데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모만으로 호감도를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면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기자 : 항공운항과로 진학을 준비 할 때 외모가 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B : 승무원하면 예쁜 미소와 얼굴, 날씬한 몸매를 흔히 연상하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어느정도 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항공운항과는 지나치게 외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것 같아요. 한 항공과 면접 반영 채점지를 본적이 있는데 외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항목에 치열이 고른지, 다리 모양이 예쁜지, 피부가 깨끗한지 부터 코 모양, 얼굴형까지 있었거든요. 실제로 외모가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저는 항공운항과가 지금의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적 평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 : 성형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 성형 전보다 외모가 괜찮아 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럴 때 기분이 좋았어요. 이전보다 사진을 자주 찍게 됐어요.

 

WANNABE, I WANT Not to BE ‘I'

  누구나 그 자신의 마음속에는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욕망이 내재합니다. 자신의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것을 갈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워너비(wannabe)'라는 말이 신드롬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wannabe', 즉 ‘want to be'는 말 그대로 ’무언가가 되고 싶다‘, 즉 지금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가고 싶다는 뜻으로 흔히 유명인을 동경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단점에서 벗어나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만일 그 방향을 ‘외모’로 삼는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극화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 이와 동시에 워너비의 대상과 자신을 나란히 비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그 대상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존재로 인식하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의 전제는 ‘현재 내가 무언가의 상태가 아니다’라는 일종의 자기 비하가 함의돼 있는 것이니까요.

  외모와 관련된 신조어는 대중매체와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됩니다. 그리고 그 생산의 중심에는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연예인을 알게 모르게 워너비의 대상으로 삼으며 동경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자아 속에는 워너비의 대상만이 존재할 뿐 정작 나 자신 또는 타인에 대한 인식은 저만치 밀리게 되죠. 외모가 최우선의 가치인 양 판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외모의 기준은 엄정해져만 가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 자신이 ‘워너비’가 되지 못한 자들은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얼굴도 스펙’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비일비재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학점‧학력뿐만 아니라 외모 역시 스펙이라 여기며 각종 성형 및 사진 보정을 당연스레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를 지칭하는 신조어인 ‘페이스펙(Facepec)'이란 말도 등장했습니다. 페이스펙이란 Face(얼굴)와 Spec(스펙)의 합성어로서 얼굴이 학력과 비등비등한 스펙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사실 신조어는 그 자신이 만들어지게 된 사회상을 충실히 반영하며,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사회의 부정적인 일면을 풍자하기 위한 의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페이스펙‘이란 신조어의 등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뛰어난 외모가 경쟁력을 갖춘다는 인식이 담긴 우리 사회의 풍조를 반영합니다.

  우리 사회는 외모에 유독 민감합니다. ‘얼짱’ 또는 ‘얼꽝’과 같은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은 벌써 옛날 일입니다.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지 않는 남성을 ‘안여돼(안경 쓴 여드름 난 돼지)’와 같은 용어로 부르거나 학벌‧집안‧능력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나 외모가 아쉬운 여자를 ‘버터페이스(But her face)’로 지칭하는 등 노골적인 외모 비하 발언은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납니다.

  그러나 정말 외모야말로 최고의 스펙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미국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인정받는 오프라 윈프리는 상사로부터 너무 못생겼으니 외모를 꾸미라는 질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주눅들지 않고 외모가 아닌 다른 장점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빼어난 외모 대신 자신감과 말솜씨를 내세웠고 결국 대중으로부터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례를 하나 더 들자면, 캐나다 출신 톱모델인 위니 할로우(Winnie Halrow)는 까만 피부색 사이에 백색 반점이 나는 희귀병인 백반증(vitiligo)을 앓았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외모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어딜 가든 놀림의 대상이 됐으나 그녀 자신은 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직업인 모델이 돼 당당히 그 자신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위니는 자칫 평생의 콤플렉스로 이어질 수 있었던 특이한 피부마저 자신의 모습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오히려 이를 강점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물론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이 뛰어난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앙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모든 사람이 빼어난 말솜씨를 지니고 있지 않듯 모든 사람이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마다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다른 상황에서 대중매체로부터 쏟아지는 엄정한 미의 기준에 몰두해 이를 가치관으로 삼는다는 것은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다양한 특성 중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함으로써 다른 가치를 모두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모도 하나의 특성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외모를 차치하고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항목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거죠.

  오프라 윈프리, 위니 할로우처럼 아름다운 외모 이외의 것으로 자기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개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운관에서 벗어나 ‘워너비 신드롬’에서 탈출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의 가치는 다른 누군가를 추앙하고 모방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인지가 선행된 후에야 비로소 워너비의 대상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워너비’ 그 자체는 맹목적인 추종 혹은 자기 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외모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변적인 존재입니다. 지금 외모가 10년 뒤에도 똑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건 당연할뿐더러, 모든 공간에서 외모가 동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변적이고 외면적인 가치에 대한 몰두는 내면적 중심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 ‘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외모지상주의적 세태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본인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가치를 지닌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나 스스로 이 답을 내리긴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타인이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 즉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의존해 스스로를 판단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렇기에 만일 타인이 자신의 외모를 지적할 시 큰 상심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는 비단 외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과 말솜씨, 자신감과 대인 관계 등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특성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매우 큰 타격을 입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솜씨 지상주의’, ‘자신감 지상주의’ 등이 아닌 ‘외모지상주의’란 용어가 횡행하는 이유는 앞에서 밝혔듯 다른 그 무엇보다도 외모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사회의 세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외모를 가장 우선시하는 경향이 만연한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고 단언할 순 없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표출되지 않은 적은 없었으니까요. 외모가 뛰어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외모에 대한 ‘호감’을 너무 우선시한 나머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외모를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군가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그와 반대인 외모를 소유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여성민우회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비난도, 칭찬도.

누군가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또 다른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 되기도 한다. ‘외모품평 프리 데이’를 실천하자.」


하주현‧박소연‧최수아 기자  happy_sisyph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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