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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역사를 기억하는 것

박지란 기자l승인2015.04.27l수정2015.04.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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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종종 ‘승자의 기록’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는 지배자가 권력을 쥐게 되면 역사마저 그 권력의 입장을 반영하여 기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역사가 당시 권력의 입장에서 씐 것은 아닐 것이나, 다만 분명한 건 역사가의 의견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명명백백한 사실만을 역사로 남기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권력의 영향을 받은, ‘승자의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한 진실의 탐색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역사란 사람들이 살아온 것을 기억해 놓은 것, 그 자체다. 이 ‘기억’이라는 것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기억을 지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부단한 노력은 실제 있었던 일을 없애기도 하고, 자그마한 일을 과장하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려고 한다. 35년 전 광주에 대한 기억이 이른바 ‘빨갱이들의 반란’과 ‘민중항쟁’으로 나뉘는 것, 55년 전 3·15 부정선거에 반발하며 시작됐던 4월의 기억이 ‘폭동’과 ‘혁명’으로 나뉘는 것 또한 그 영향 속에 있다.
  그리고 ‘기억’을 독점하려는 시도는 1년 전에 일어난 불행한 사고였던 세월호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유가족들이 정부가 수정한 세월호 시행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자녀들의 목숨을 더 큰 물질로써 보상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후에 이 사건을 기억할 사람들이 ‘제대로’ 자녀들의 희생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언론 통제가 가능할 정도로 지배자의 힘이 강했고, 떨어진 지역 간의 일을 전달할 만한 통신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이때껏 몇몇 사건들은 지배자들의 의도대로 역사 속에 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21세기, 근대를 넘어 현대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시대와 사회에서조차 정권의 기억 독점 욕구는 계속될지 모른다. 하지만 사건들을 기억해야 할 당사자인 우리가 과거를 독점하여 왜곡하려는 시도들을 알고, 그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면 결코 정권이 기억을 독점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맞선 상황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알 권리가 있고, 우리의 자녀 세대에게 진실에 입각한 기억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눈앞의 중간고사와 임용시험에 혈안이 된 우리들에게 ‘기억하자’고, 제대로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박지란 기자  jirah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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