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9.15 금 01:43

[375호] 세금낭비와 자원외교

김예슬 기자l승인2015.04.13l수정2017.03.25 16:1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참으로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3·4월 우리네 사회도 너무나도 차가운 일들 투성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또다시 차가운 길바닥으로 나가야 했고 이것으로도 부족해 그들은 머리카락을 전부 잘라내야 했다. 무상급식이 중단된 경상남도의 한 초등학생은 어머니께 “엄마, 나 집에가서 저녁 안먹을테니까 돈이 없어도 급식비 좀 내 줘”라는 문자를 보내야만 했다. 위의 두 사례가 나오게된 배경은 같다. 돈, 세금, 혈세.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 없기 때문에, 세금은 귀중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재물을 헛되이 헤프게 쓰다는 뜻을 가진 ‘낭비’가 이러한 두 이야기에 쓰일만한 단어인지 의문이다. 진정 혈세 낭비라 칭할 수 있을 법한 일은 최근 비리 논란에 휩싸인 자원외교가 아닐까. 자원외교를 위해 석유·가스·광물 세 분야의 해외자원개발에 들어간 돈만 해도 혈세 27조 원. 심지어 앞으로 34조 원이 더 지원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지원금 회수액은 4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 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해 징수하는 성공불융자에서도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해 혈세 낭비로 보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자원개발협회 석유개발사업 융자심의위원회에서 심의된 209건의 사업 중 통과된 사업은 205개이고 이러한 사업들에 1조가 넘는 돈이 지원됐다. 물론 정부가 개발 가능성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기업성장에 있어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국가가 자선단체가 아니고서야 사업과 그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기업에게 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함이 마땅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성공불융자 회수금을 살펴보면 2004년부터 지원돼 2011년 성과를 거둔 SK이노베이션의 회수금을 제외하면 단지 11%에 불과하다. 과연 정부에서 진정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제대로 된 사업인지에 대한 검토와 성공 가능성을 심의해 결정된 일인지 의문이다.

  이렇게 혈세 수십조 원이 공중분해되던 당시 총책임자 자리에 있었던 제17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당연히 어떤 자리에라도 나와 이에 대한 해명이나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는 해외자원개발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 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증인 출석 요구에 대해 “전직 대통령 예우에 어긋난다. 이는 정치적 보복으로 굉장히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라며 그의 증인 출석 거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조특위 증인 출석 요구와 검찰 조사 둘 중 어떤 것이 더 전직 대통령 예우에 어긋나고 정치적 보복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진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해외자원개발 비리가 낱낱이 밝혀져 그 비리의 덩어리가 들어내지길 바란다. 또한 자원외교와 관련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 운명을 달리한 故 성완종 전 회장의 메모에 적힌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은 정부가 두려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힘을 잃은 국민이 되지 않도록,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비리가 밝혀져 깨끗한 사회가 되도록, 우리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잊지말고 기억하자.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관심으로 표명하자.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김예슬 기자  yeaseul7185@daum.net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예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7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