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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호/세상의창] 여기가 정말 병원이 맞나요?

의료영리화 논란으로 본 병원의 실태 최수아 기자l승인2014.12.01l수정2015.04.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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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4. 12. 1.

영화 ‘하얀 정글’ 참고‧인용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을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은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를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지목해 법안 제정을 당부하기도 했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법안이 제정될 경우 복지사업이 서비스화 됨으로써 공공성이 침해되고 영리화가 촉진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움직임을 펼쳐 왔습니다. 그러나 2012년 7월 발의된 이래 여러 반발에 묶여있던 법안 논의가 최근 들어 다시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7년 병원에 대한 광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우리는 버스·지하철·게시판 등에서 쉽게 치료를 권장하는 광고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규제가 풀리니 새로운 시장이 생겨납니다. 심지어 광고 업체가 병원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를 블로그에 쓰고, 이러한 게시물의 개수를 점차 늘려 가는 방식의 광고 의뢰도 존재합니다.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블로그에서마저 ‘눈속임’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네요. 병원 광고가 여기저기 난무하게 된 이유는 하납니다. 환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더 나아가 환자들을 통해 부수적인 수입 효과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병원 내에서 환자들이 약자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있어 의사의 처방은 마치 신의 계시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허위로 처방을 내려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해도 환자들이 이를 알아내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개업을 한 의사들은 치료를 통해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면 병원을 운영해 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무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눈속임을 하고자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의사는 불필요한 시술과 검사를 권장함으로써 수익을 올립니다. 3차 병원(대학병원·종합병원)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환자들에게 필요치 않은 고가의 검사를 권유합니다. 실제로 영화 ‘하얀 정글’에서 한 의사는 종합병원의 건강검진에 전신 PET와 같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가 포함된다고 고백합니다.
  3차 병원은 비슷한 급의 병원들과 수익 실적을 비교해 경쟁할 뿐 아니라 의사 개개인의 실적을 파악해 등급을 매긴 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이를테면 환자로부터 고가 검사인 MRI를 요청받은 의사에게 건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외래 진료 횟수와 수익 기여도를 판단해 내부적으로 순위를 매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과주의적 운영으로 인해 3차 병원의 많은 의사들은 진료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 많은 환자들을 진단하는 것 그리고 환자에게 고가의 검사비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의사들로 하여금 ‘장사’를 하게 만든 주체는 국가입니다. 1977년 건강 보험이 탄생한 이래, 1989년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2000년에는 공동 보험이 단일화됩니다. 그러나 국가는 건강보험의 의무를 역설함과 동시에 이를 적용시키는 주체를 민간 의료기업에 내맡겨 버립니다. 사실 공공 의료기업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민간 의료기업과 비교해봤을 때 그 수익성이 확실히 떨어져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부는 민간 의료 기업과 손을 잡은 채로 공공사업을 시작한 걸로 모자라 이제는 민간 의료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도록 제도화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한편 현대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 대형 계열사가 건축한 병원 등에서는 종종 과도한 시설 투자와 병상 증축이 이뤄집니다. 따라서 병원의 운영진들은 이미 투자한 자본금을 뽑아내기 위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치료를 권유하도록 의사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결국 의료 사업을 복지 사업이 아닌 서비스 사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하게 되고 이에 따라 병원 자본은 무한 경쟁의 덫에 얽힌 여느 사업들과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3차 병원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의사들의 행태는 사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병원 상위 관계자의 압박과 성과를 요구하는 병원의 행정적 구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의료 민영화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의료 영리화는 정부가 제안한 의료 선진화 정책을 그 토대로 합니다. 지금까지는 의사에게만 개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으나 의료 선진화 정책이 수용되면 의사가 포함되지 않은 법인 단체도 개원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는 병원이 그 자신의 수익을 다시 내부에 투자하게끔 법으로 정해 두어 비영리 법인병원의 설립만이 허용됐으나 이마저 폐지돼 영리 법인병원 역시 허용되게 됩니다. 그럼 외부 투자가 가능해지고 자본을 모아 세운 병원은 결국 ‘주식회사’가 돼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해 주겠죠. 결국 병원은 이윤 추구에 정신이 팔려 수익이 적은 진료와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원을 줄여 배당금의 수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껏 의료 영리화를 반발하는 목소리에 대해 ‘검토 중일 뿐이다’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영리화 그 자체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영리화를 공표할 적절한 때를 검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건의료 산업을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지목할 이유가 없겠죠. 심지어 대한병원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병원을 진료 수익만으로 운영할 순 없으며 이에 따라 수익을 다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 병원은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을 위해 호텔을 운영할 수도 있다는 예시를 들었죠.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된 자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3차 병원들은 혜택을 많이 제공해야 하는 의료 급여 대상자들을 받지 않으려고 하죠.
  의료 산업이 시장에 던져지고 이에 따라 복지가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모하는 상황은 쉽사리 믿기 힘든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 중병에 걸릴 위협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갑작스레 병이 찾아와 몇십 년간 모은 돈을 한순간에 다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건의료 사업은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의료 산업은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공공재이며 따라서 ‘자본’에 국한시켜 바라봐선 안 됩니다. 오히려 국가가 이에 개입해 규제함으로써 의료비의 폭등을 막아야 하며 이와 더불어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평생 치료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각지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최수아 기자  sooah451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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