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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교수의 서재] 발자취를 따라 부는 바람, 그리고 바람

여정흠 기자l승인2020.09.28l수정2020.09.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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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지리교육과 홍성찬 교수를 만나보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까지, 지금의 홍성찬 교수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책들로 발자취를 남겨왔을지 생각하며 글과 마주해보자.

 

- 교수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2020년 3월부터 지리교육과에서 자연지리와 기후학을 강의하게 된 홍성찬이라고 합니다. 부임하자마자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보지도 못했네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사태가 이번 학기까지 영향을 받게 되어 한국교원대 학생 여러분들께서도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일이 힘들지만 앞으로 피할 수 없는 큰 시대 변화의 현장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학교와 강의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데 책을 추천해달라는 신문사의 부탁을 받게 되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제가 인상적으로 읽어 본 책을 추려보았습니다.

 

◇ 첫 번째 도서, ‘수학없는 물리(폴 휴이트 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입니다. 당시 부활동으로 과학연구부라는 모임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활동을 한 것은 기억에 남지 않는데, 딱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이 ‘수학없는 물리’라는 책을 나누어 읽고 그 내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맡은 부분은 지구에서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로켓을 쏘아야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학생 수준에는 뭔가 복잡한 내용이고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실제 이 책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하는 바람에 물리나 수학 같은 이과 분야의 과목을 심도 깊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물리, 수학 등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책입니다.

제가 공부했고, 강의하는 자연지리라는 학문은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지리학의 세부분야이긴 하지만 물리, 화학 등 기초 과학에 대한 지식과 과학적 표현 방법을 많이 활용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연지리학을 어려워하는 것도 수식으로 표현되는 일부 물리학의 표현 방법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구체적인 공식보다 이 식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은 하지만 일단 수식을 보는 순간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하는 수강생들의 생각이 들리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이 책을 제가 속해 있는 지리교육과 뿐만 아니라 특히 문과로 분류되는 전공의 학생들이 한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앞으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 나아가 학문간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학문간의 융합이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서 타 학문에 대한 접근성, 심리적인 거리감이 가장 현실적인 장벽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 드립니다.

 

◇ 두 번째 도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저)’

이 책은 학부생 때 대학원 선배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지형학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지리학의 자연 과학적 접근 방법에 대한 관심, 지구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을 때여서 더 재밌게 읽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문간의 융합은 전통적인 학문의 분류와 경계를 허물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융합된 학문은 어떤 형식으로 나타나게 될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겠지만 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내용과 구성이 학문 간 융합의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 외에도 우주에서 원자까지 너무나도 다른 스케일을 넘나들며 인류가 쌓아 온 지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반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꽤 머리가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우주와 지구라는 역사에 비추어 봤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약함과 더불어 인간이 쌓아 온 학문적 성과와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 능력에 대한 위대함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 세 번째 도서, ‘기후와 역사(허버트 램 저)’

이 책은 대학원에 처음 진학하여 첫 학기 기말 보고서를 준비하며 접한 책입니다. 처음에 읽어보곤 그림이나 표가 올드한 편이라 막상 책의 내용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죠. 이후 시간이 흘러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다시 한 번씩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과거 기후에 대한 견해가 늘었는지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사실 책이 출간된지는 꽤 오래된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다양한 연구와 연구 방법은 지금봐도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경외스럽기까지 합니다.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는 방법은 크게 지질·지형학적 자료를 이용하는 ‘고기후학’과 문헌으로 남아 있는 역사 자료를 이용하는 ‘역사기후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록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역사 문헌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겠죠. 실제 조선왕조실록을 보시면 생각보다 사소한 일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어느 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거나, 바닷물이 범람해서 농경지에 피해가 있었다는 둥의 기록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은 세계 최초의 강우계를 만들었던 나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측우기’가 바로 그것이죠. 측우기를 발명한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은 매년 측우기에 측정된 강우량을 단순히 파악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역사 자료가 남아 있는데 반해 역사기후학의 연구는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수록 과거 기후에 대한 이해가 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그 동안 발생했던 기후 변화가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특히 역사시대 동안의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인간 생활의 영향은 앞으로 우리 혹은 우리의 다음 세대가 겪어야 할 변화이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 추정할 수 있어 더욱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환경 자체와 변화로 인한 인간 생활의 영향이 기후학이라는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이 책은 그런 목표에 매우 잘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 인상은 별로일지 모르지만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이 책의 진가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어 이 책과 같은 연구결과물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추천합니다.

 

여정흠 기자  jmh2679@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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