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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교육현장엿보기] '인생 제자'를 만난다는 것

김문형 파견교사(중국어교육 전공)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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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선생님 따라서 중국어 전공하려구요.”

6년 전 우리 반도 아니었지만 우리 반 학생들보다 나를 잘 따랐던, 이제는 고 3 수험생이 된 재연이의 작년 연락이었다. 대입을 앞두고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좋아하고 또 잘하는 중국어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옆 반 학생이었던 재연이는 지금 생각해도 참 많이 부족했던 나의 수업을 매 시간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어주었다. '샘, 저 중국어 시험 꼭 100점 받을 거예요!' 하며 매 시험에서 호언장담을 하더니 결국 1년의 4번 시험 모두 100점을 받기도 했다. 시험 100점이 전부가 아니라, 나의 수업에 귀 기울여주고 최선을 다해 임해주는 학생이 있다는 건 교사로서 참 행복한 일이다. 재연이는 수업 시간 외에도 내 자리에 종종 와서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참 귀엽게 굴었다. 중국어에 대한 감도 좋고 흥미도 있어 하길래 3학년 때 HSK 시험을 권했고, 뭔지도 모르면서 내가 권하니 해보겠다고 했다. 시험을 권했으니 책임감이 느껴져 좋은 문제집을 골라 주고, 모르는 문제 알려주고 그렇게 3급 시험을 준비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그것도 굉장히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자신감이 생겨 이번에는 5급에 도전 하겠다고 하더니 그것도 결국 해냈다. 그렇게 여러모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은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 교무실로 찾아와 엉엉 울며 샘도 중국어 수업 시간도 참 좋았다고, 감사했다고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던 중, 벌써 3학년이 되어 대학 고민을 시작하더니 결국 나를 따라 중국어 전공을 하겠다고 한다.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학생의 인생에 깊이 관여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참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재연이는 수시전형으로 서울 모 대학의 중국어 전공에 입학했다. 코로나로 대학 입학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울상이면서도, 배우는 내용이 기초라 너무 쉬워 따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는 녀석이 짠하면서도 기특하다.

학년 초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 이렇게 많은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이 존재하는데 한 학교 한 교실에서 만났다는 것, 이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면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진다. 이렇게 만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무사히 상급학년으로 잘 올려 보낸 후 다음 해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평범하지만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가능한 그 일이 내 교직생활의 목표이고 바람이다. 또 나를 만났던 학생들이 훗날 학창시절을 추억할 때 혹 나를 떠올린다면 '그래 그 선생님 괜찮은 사람이었지' 하는 감정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내 본다. 그 정도만 돼도 만족하고 감사할 것 같은데 재연이는 그 흐름 속에서 톡 튀어나와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인생 제자'가 되어버렸다. 남은 교직생활에서 또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제 2의 재연이가 또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항상 긴장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담이면서 긍정적인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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