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10.1 목 20:27

[443호/교수의 서재] 스승과 제자로서의 꿈을 탐독하다

허지훈 기자l승인2020.06.15l수정2020.06.15 08:4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교육학과 최성욱 교수를 만나보았다. 학부 시절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교육학과 최성욱 교수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 ‘플라톤 대화편’, ‘The I Ching’을 소개했고 그에 대한 독서 경험을 공유했다.

▲ 교육학과 최성욱 교수가 학부 시절 읽었던 당시의 책을 보여주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Q. 먼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유명한 과학철학자 Karl Popper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1권, 2권으로 되어있는데 1권은 ‘플라톤과 유토피아’, 2권은 ‘헤겔과 마르크스’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어요. 학부 때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나는데,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사람들을 사상의 포로로 만드는 경우가 있음을 직시했던 그런 사상서예요. 어느 시대에 사상가가 나타나서 자기 생각을 체계화하고 역사의 종말을 예언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뛰어난 그러한 사상가의 이야기를 흠모해 마지않고 또 거기에 빠지다 보면, 마치 족쇄처럼 사람들이 사상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저자 포퍼는 과학철학으로 보면 반증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한 이론이 타당해 보이지만 단 한 번의 반증으로 그 이론의 부당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이론이 반증주의예요. 그러니까 어떤 위대한 사상이나 이론도 그것에 반증 되는 사례가 나타날 때까지만 타당하다는 거죠. 위대한 사상이 있더라도 그것에 반증 되는 역사적 사례만 있으면, 그것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그런 의미예요. 
반증주의를 역사적 사례에 대입해본 것이 플라톤과 유토피아라는 1권이에요. 2권도 비슷한 내용인데 플라톤이 아니고 헤겔과 마르크스를 다루어요. 플라톤은 유토피아 사상과 이데아의 위대한 관념의 세계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고, 도달해야 한다고 하죠. 플라톤 당시 무너져가는 아테네에 대해 그 영광을 재건한다는 플라톤의 꿈이 있었지만, 아테네는 힘 한번 못 쓰고 멸망했거든요. 이처럼 역사는 허무하게 끝났어요. 이데아라는 어떤 완전한 유토피아를 꿈꾸고 그것이 마치 실현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역사는 그 예언을 뒷받침해주지 않았죠. 
헤겔은 역사의 종말에는 절대지가 있고, 절대정신이 자기를 구현하는 과정이 역사라고 하면서 단계적으로 역사의 마지막인 절대지를 향해서 나아간다고 하죠. 그것도 일종의 역사적 예언이거든요. 마르크스도 또한 마찬가지예요. 부르주아지 사회의 불평등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뒤집어엎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지배하는 완전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예언이거든요. 플라톤이든 헤겔이든 마르크스든 그들은 다들 다가올 미래의 역사의 완성을 꿈꾸었던 사람이에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는 자신의 사상체계로는 위대한 역사를 예언했고 현실적으로 그것은 증명된 것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 세 사람의 사상에 취한 사람은 역사가 그리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모든 현실을 그쪽에 맞추려고 해요. 그래서 사상의 포로가 되는 거죠. 플라톤주의자가 있고, 헤겔주의자가 있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있죠. 따지고 보면 이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의 희생물이라는 거예요. 역사에 대해서 거창한 예언한 것을 포퍼는 역사주의라고 하는데 역사주의의 병폐를 질타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굉장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Q.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이나 훌륭한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너무나 썩 와닿는 거예요. 그 말이 진리 같고 그야말로 의심해보기 어려웠죠. 그러면서 “아 저게 정답이야. 나도 저것을 내 생각의 기초로 삼아서 저것대로 살아야겠다.”라고 일종의 생각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혹은 표본으로 받아들였단 말이에요. 대학에 오면 많은 경우에 위대한 이론을 배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까 포퍼가 말했듯이 반증 가능성이 있기에 어느 이론도 완벽하지는 않죠. 위대한 사상가 본인조차도 모르는 지적인 오류가 있고 사상가조차 빠졌던 함정에 후대 사람들이 또 빠지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이야기든지 그것을 내 나름으로 거르고 여과하고, 허점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비판하는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준 것이 이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다음으로 ‘The I Ching’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학부 4학년 졸업 시절에 역경을 읽었는데 한문 원문도 읽었지만, 그 당시에 독일에 빌헬름이 번역한 The I Ching이라고 하는 번역서를 구해서 읽었어요. 영어로 역경(易經)이 I Ching인데 설마 역경을 읽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역경은 유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경전인데 불과 학부 4학년이 읽어봐야 얼마나 알겠어요. 지금도 역경을 읽으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데, 그 당시 이홍우 은사님께서 역경을 읽자고 하셔서 읽었어요. 읽어보면 여기에는 이른바 64괘가 나와요. 음양의 합, 조화로 이루어진 총 64개의 괘의 형상이 세상의 삼라만상을 분류해 놓은 것이라고 해석하죠. 64괘 하나하나를 풀이해 놓은 책이에요. 그러니까 그 당시에 처음에는 이 책을 도대체 왜 읽지? 이런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역경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실제로 그 책을 읽는 것은 전혀 다를 것이고, 실제로 역경을 접하고 읽은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Q. The I Ching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모두 양으로 되어있는 괘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제일 좋다는 뜻은 역경에 없어요. 설명 자체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요. 모든 게 다 갖춰진 건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모든 게 너무 잘 되어있으면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거죠. 정점에 서는 위치에 가는 게 좋은 것 같지만, 꼭대기이기에 추락하는 일만 남은 거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세상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위치에 가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우환과 하락과 추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죠. 일이 잘 풀리면 옷깃을 여미고, 그런데 반대로 하는 일마다 안되고 다 죽을 맛이면 그때는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이제는 역전이 시작되고 희망이 있고 앞으로 올라갈 일만 있다는 거예요. 그게 저에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역경의 메시지인데, 인생에 반전과 변화가 있다는 그런 삶의 지혜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플라톤 대화편’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라톤의 대화편은 대부분 사람이 탐독하는 애독서일 텐데 이 책은 제가 개인적으로 따로 읽었다기보다는 우리 학부 전공 과정에서 한 학기 동안 플라톤 대화편을 읽었을 때 다루었어요. 당시에 플라톤 대화편을 매주 하나씩 읽고 강의에서 세미나 식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어요.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영어책인데, 이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 전부를 실어놓았어요. 대략 20편 조금 넘는데 이 중에서 읽었던 게 연필로 체크되어있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여기 보면 그 당시 읽었던 게 고르기아스, 프로타고라스, 메논, 파이드로스, 심포지엄, 리퍼블릭 이런 정도를 그 당시 10여 편 읽었어요. 
이 대화편을 지금도 저는 정말 명저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대화편을 기록한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를 흠모해 마지않아요. 대화편 리퍼블릭에서는 자기 스승 소크라테스는 한평생 남이 보거나 말거나 항상 바르게 살려고 했다고 하고, 대화편 심포지엄에서는 스승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의 화신이라고 하죠. 스승의 훌륭한 영향을 받았던 제자가 스승의 사후에 이것을 기록한 이유는 스승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고 스승이 못다 한 말을 기록으로 후대에 전하겠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플라톤과 같은 훌륭한 제자를 둔 소크라테스는 비록 생을 마쳤지만, 정신적으로는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거예요. 좋은 제자를 만난다는 것은 스승의 삶이 또 연장되는 면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제자의 훌륭한 필치를 통해서 2500년 넘게 서양의 학문에 큰 영향을 주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스승으로서 바른 삶을 살면 좋은 제자를 얻고 그 제자가 스승을 위해서 훌륭한 기록을 남기고, 또 스승이 남긴 업적을 더 발전시키는데 우리 교원대가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하죠. 이것이 청출어람의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가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Q. 플라톤 대화편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플라톤 대화편은 제자인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플라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화편 초기에는 스승에 대한 연모의 정을 가지고 소크라테스의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기록을 남겼어요. 중기·후기부터는 자신의 사상을 형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플라톤이 위대한 스승을 만나서 그로부터 큰 영향을 받음을 느꼈어요. 나도 훌륭한 스승을 모신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생각하며, 스승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할 때 나도 그에 못지않게 보답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해요. 당시 많은 젊은이가 소크라테스를 흠모했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플라톤이잖아요. 스승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스승의 업적을 더 발전시키려고 하는 제자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나도 그런 제자가 되어야겠고, 또 나 또한 그런 제자를 두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Q. 오늘 말씀과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기 인생에서 분명한 목표를 가지는 것은 참 중요하다고 봐요. 어떤 면에서는 미리 정한 목표는 그것을 이루고 나면 허망해지죠. 교육학과 학생들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교원대학교 학생들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 것 같은데 그러면 교사가 되고 나면 더 이상이 없잖아요. 단기 목표로서는 교사가 괜찮지만, 장기 목표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교사가 되기 위해서 경쟁해야 하기에 학생들은 열심히 시험공부하고 있는데, 교사 되는 사람의 최종 꿈은 교사가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게 중요하지 내가 교사가 되는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 아이들을 도울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교원대학교 프로그램도 충분치 않고 또 각 개인도 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여러 가지 자신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다양한 경험을 하되, 무엇보다도 훌륭한 스승을 찾아서 그분들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애쓰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것은 한 사람의 교사에게도 필요하지만, 교사 아닌 어떤 직업의 어떤 모양으로 일하더라도 교원대학교 학생으로서 필요할 거예요. 훌륭한 스승을 만나서 훌륭한 제자의 삶을 살면 다른 사람에게도 빛이 되어주는 삶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허지훈 기자  hjh8497@blue.knue.ac.kr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지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김종우   |  주간: 김석영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현정/권수지/유대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20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