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6.17 수 15:38

[443호/기자칼럼]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이예림 기자l승인2020.06.1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몇 년 전부터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 하나 있다. ‘프로불편러’ 우리는 세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을 이렇게 부르곤 한다. 이 단어는 남에게 훈수를 두거나, 어떤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의도로 쓰인다. 그들은 어째서 세상을 불편하게 바라볼까?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우선 현재의 세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6년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기억하는가? 한 남성이 서울특별시 서초구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불특정한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충격적인 것은 화장실에서 대기하면서 6명의 남성은 그냥 보내고, 여성이 지나가자 살해한 점이다.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페미니스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들은 현재 사회를 불편하게 바라보았다. 이 사회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소위 ‘프로불편러’라 비하받는 이들은 여성 인권을 위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사회를 바꾸려 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회실험 영상이었는데, 여성 가출 청소년이 한 남성에게 성상납을 대가로 숙식을 얻는 이야기를 카페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실험이었다. 카페라는 성별 관계없이 모이는 열린 공간에서, 여학생을 구하려고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아이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느냐.”, “부끄럽지도 않냐” 여성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남성에게 불만을 제기하며 여학생을 구해오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나도 굳이 따지자면 프로불편러인 한 사람이다. 여성임금이 남성임금 대비 64%,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국가에서 난 프로불편러가 될 수 밖에 없다. 남교수, 남의사, 남직원이라는 단어보다 여교수, 여의사, 여직원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사회에 난 불만을 제기한다. 이는 남성은 한 개인으로 보고, 여성은 개인이 아닌 다른 분류로 구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어머니와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며 다툰 적이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남아선호사상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다른 남자 형제들을 남자라는 이유로 나보다 더 우월하게 대우해줬기 때문이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도 여성인 내가 싫은데, 어떻게 너를 좋아할 수 있겠냐”라는 말을 했다. 어머니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얽매인 채 자기 자신조차 혐오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여성임에도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어머니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기도 했다. 한 친구는 “페미니즘이 어머니의 지금까지의 인생을 부정하는 사상이라서 거부감이 드시는 거일 수도 있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이 말에 납득을 하고, 어머니와 언쟁적인 방식보다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도했다. 내가 여자이기에 겪은 차별과, 어머니가 여자이기에 겪은 차별을 공유하면서 점점 어머니를 이해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페미니즘을 알려줘서 고맙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현재, 현실이건 웹상이건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 싸움은 과연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까? 아니면 더 나은 우리로 나아가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 세계의 역사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투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곤 했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과거에서 지금까지 사회는 발전해 왔다. 지금의 싸움 역시 역사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분명히 지금 이 싸움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필수과정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불편한 용기가 지금의 세상을 천천히 바꾸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예림 기자  yearim9911@blue.knue.ac.kr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예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김종우   |  주간: 김석영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동건/한지은/박예솔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20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