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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교육] 교육현장 엿보기

강지연 파견교사 (교육공학 전공)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6.15l수정2020.06.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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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나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은 왜 그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 교사가 되셨어요? 선생님들 힘들어 보이시던데.”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질문 치곤 꽤나 성찰적인 내용이었다. 그때는 “그러게. 나 왜 교사가 됐더라?”라며 웃어 넘겼던 것 같다. 대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뭐라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잠시 학교 현장에서 벗어나 있는 지금, 나는 이제 진지하게 그 답을 찾아가야 할 때임을 느낀다. 나는 왜 교사가 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딱히 원하는 것이 없어 그 당시 인기가 많았던 사범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즈음에는 특별히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해 본 적이 없어 그냥 친구들과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나는 철없게도 '별 생각 없이' 대세를 따라갔던 것이다. 때문에 나의 초임 시절은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보니 교사가 된 내 앞에는 3개의 큰 산이 놓여있었고, 이것들을 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첫번째는 '무대공포증'이었다. 나는 모둠활동에서 발표자 역할은 늘 친구에게 양보하는 편이었다. 어쩌다 발표를 맡은 날은 전날 밤부터 배가 아파왔었고, 발표 시 내 목소리의 진동 폭은 어마어마했더랬다. 이런 내가 교사가 되어 첫 수업 끝내고 돌아왔을 때 동료교사가 건네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쌤, 어디 아파? 얼굴이 체리색이야!" 
두번째로 넘어야 할 산은 '잘못된 발성'이었다. 나는 친구와의 수다 1시간만으로도 바로 쉬어버리는 목을 소유하고 있다. 마이크를 쓰더라도 스피커 소리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교사가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목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학기 시작 2개월 차부터 시작되는, 목에 모래가 걸려 있는듯한 느낌.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기관지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나와서 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했던 경험...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은가? 나름 사설 스피치 학원에서 발성 훈련까지 받아보았지만 단기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인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목 건강은 내가 가장 예민하게 챙기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마지막 산은 '낯가림'이었다. 교사는 모름지기 교과에 능통하고, 그것을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었다. 임용고시 또한 교과전문성 위주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 준비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교사가 되고 보니, 교사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붙임성이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과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친해지는 데 필요한 기간은 다르지만, 어찌됐든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소극적인 타입이었다. 따라서 교사가 된 나에게는, 래포 형성을 위해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담임이라는 자리 막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어렵사리 아이들과 친해질 즈음이면 다시금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어 아이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만 커졌다. 학생들에게 익숙하고 편한 존재가 되기에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

​ 교사가 학생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 지, 내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했었다니! 이 외에도 수많은 난관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깊은 고민 없이 교직에 들어온 것에 대해 많은 후회를 했다. 수업 할 때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달래느라 힘들었고, 환절기마다 한 달 넘게 기침으로 고생하면서 우울했고, 학년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했다. 나의 고됨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들었다. 나를 좋아해 주는 학생들도 ‘좋은 교사’라서가 아닌, ‘젊은 어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기에 막연히 교사로서 한살, 한살 나이 들어가는 일이 두렵고 근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 5년차에 만난 학생의 편지 속 한 구절이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선생님께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제 꿈을 찾아 이루고 행복해져 언젠가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교사로서의 무너진 자존감을 반등시키기엔, 지난 5년의 세월이 제자리 걸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비록 서툴고 모자르더라도 아이들에 대한 마음만 진심이라면 그 마음은 전해지는구나. 참 다행이다. 비로소 나도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교사가 되어보고 싶단 힘이 생겨났다. 
돌이켜보면 교사가 되어 마주한 모든 난관들이 내게는 생산적인 실패였다. 비록 처음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나는 이렇게 조금씩 느리게 교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지금은 부족해도 한 해, 한 해 더 좋은 교사가 되어가는 일 역시나 당장 좋은 교사인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고나니 조심스레 지금 이후의 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10년차가 된 지금, 비로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교사인가? 종사하는 직업이 교사인 것은 맞다. 지난 10년 동안 교사라는 직업의 틀에 맞춰 나를 갈고 닦아 왔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어야할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는 진정한 교사인가? 에 대해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겠다. 
현장에서 만난 ‘좋은 교사’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넘치는 열정으로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던 분, 학생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던 분, 쉬는 시간마다 담임반 교실에 가시는 분, 기억력이 좋아 학생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분... 
이제 남은 교직 인생은 어떤 유형의 교사가 되어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찾아보아야겠다. 때마침 이 시기에 교원대학교 대학원으로 파견을 오게 되었고, 이는 나의 교직 생활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정한 교사가 되는 일은 나만의 고민인 아닐 것이기에 나는 나의 동기들과 함께 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끈기있게 성장해 나아가고자 한다. 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나의 직업은 교사임을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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