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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기획] 아이들이 살기에 안전하지 않은 나라

김동건, 양세정 기자l승인2020.06.15l수정2020.06.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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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천안에서 한 아동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가 와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숨을 거두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아이는 계속해서 의붓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주일 뒤인 7일 창녕에서도 한 아이가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에서 탈출하였고 근처를 지나가던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아이의 온몸에는 폭행을 당한 자국으로 가득했다. 두 사건은 사전에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천안 아동학대의 경우 병원에서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다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게끔 했다. 창녕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피해 아동 가정이 올해 1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운영하는 시스템에 아동학대 고위험군으로 등록되었음에도 방문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두 사건 이외에도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은 아동 학대 사건이 수없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 16일 민간에 흩어져 분절적으로 수행되던 아동 관련 중앙지원업무를 통합하여 아동보호서비스를 통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아동권리보장원이 신설되었지만, 계속되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실질적 방안은 아직 미미한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등교 개학이 늦어지고 가정 방문 조사도 미뤄지고 있어 아동학대 정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아동학대란 무엇인가? 

아동복지법 제3조 7항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학대는 각 유형이 단일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 학대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2019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유형 중에는 중복학대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정서학대, 신체학대, 방임, 성학대가 그 뒤를 차례로 이었다. 중복학대 중에는 신체, 정서 학대가 함께 발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 출처: 아동권리보장원, 보건복지부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

 

▲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건은 24,604건이다. 2016년에는 18,700건, 2017년에는 22,367건이 아동학대로 판단되었고 이후에도 아동학대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처: 아동권리보장원, 보건복지부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

◇ 코로나 19로 더욱 어려워진 아동학대 현황 파악

현재 우리나라 아동학대 발견율(전체 아동 1000명당 피해 아동의 비율, 2018년 기준)은 2.98%로 해외 발견율 9.1%와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 아동학대 발견율이 낮은 상황에서 코로나 19는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는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아이가 집 안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웃 주민이나 교사가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들이 가정 현장 방문을 하는 것도 자제되고 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지난 12일 올해 3, 4월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9%, 17.2% 감소했다고 밝히며,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신고 의무자이자 전체 신고자의 70%를 차지하는 교사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대폭 줄었던 점을 꼽으며 우려를 나타냈다.

▲ 출처: 아동권리보장원
▲ 출처: 보건복지부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

◇ 학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동 학대

아동학대는 조기에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학대 발생을 알게 되었을 때 의무적으로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직군은 ▲의료인 ▲교사 ▲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직군이다. 보건복지부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한 비율 중 교사(교직원) 직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비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 직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교사가 아동 학대 사실을 알리는 경우도 많아 아동학대의 조기발견 및 대처에 있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아동학대 피해 아동 비율은 초등학생 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부모님 다음으로 학교에서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과 아동학대에 관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1.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아동학대 징후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시나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개 학교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교사에게 스스럼없이 잘 이야기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다가 아동학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이와 대화 하던 중, “엄마가 쇠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렸어요” 같은 신체학대에 대한 직접적인 증언을 듣게 되는 예도 있고, 아이가 학년에 맞지 않는 폭언이나 욕설을 하여 상담을 하던 도중 정서학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는 예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가 일주일간 같은 옷을 입고 등교를 하거나 냄새가 나는 등의 위생 상태가 불량할 경우 방임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2. 교직 생활을 하시면서 아동학대 징후가 있는 학생을 직접 발견하셨거나 다른 선생님이 발견하신 사례를 들으신 적이 있나요?
저는 직접적인 신체·정서적 학대 사례를 접해본 적은 없지만, 학군의 영향인지 현임 학교에서 방임 사례는 많이 접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일주일가량 도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을 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룩이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을 보고 아이의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3학년인데 한글을 익히지 못한 것을 비롯하여 아이에 대한 가정의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학교 내에서 TF팀을 꾸려 해결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가 지속해서 집이 어렵다·더럽다는 말을 하여 복지사님과 함께 가정방문을 해보았더니 쓰레기통 같았던 집을 발견하고, 동사무소와 협력하여 주거환경 개선 및 심리치료 지원을 시작하게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제 동기는 수영 체험학습 중 아이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여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아동학대를 해결하였는데, 아동학대 사례가 아예 먼 세상의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3. 만약 아동학대 징후가 있는 학생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경우 담임교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요?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우선, 아이를 일상적으로 대하며 상담을 진행하고 및 사진 촬영 등을 통해 학대가 의심되는 징후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아이와 상담할 때에도 녹음과 기록을 철저히 하고 상담 선생님과의 연계를 통해 상담일지를 모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후 교감 선생님과 생활부장 선생님을 포함한 관련 부서 선생님들께 사안을 보고하고, 아동학대를 112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합니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아동학대 조사절차에 협조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신변 보호를 위해 아이가 결석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에, 출결에 관한 점이나 기타 행정 사항을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4.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식했을 경우 이후 대처 방안과 학대 학생 지원체계가 잘 구성되어 있나요? 
감히 제가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굉장히 별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교육청에 문의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학교 관리자에 따라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 때도 있으므로 교사 개인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신고한다고 해서 아이가 바로 격리조치 되는 것보다 결국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아동이 오히려 교사를 원망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사가 쉽게 신고자로 지목받고, 협박 전화 및 문자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유일한 방패가 될 수 있는 어른은 교사이기에 교사는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신고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원체계의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그렇기에 앞에서 말한 증거 수집 및 확보가 정말 신중하게, 또,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구조적 문제

아동복지법 제4조 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해당 조항에 근거하여 아동학대 사건 종결 이후에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아동이 많다. 실제로 2018년에 발생한 아동학대사례 중 원가정보호가 지속된 경우가 82%로 가장 많았다. 재학대 사례가 발생한 이후에도 원가정보호가 지속된 경우는 69%에 이르렀다. 아동학대 사건 종결 이후에도 재학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에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숨지기 한 달 전에도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부모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가 아동보호기관에서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싶다고 말한 것을 이유로 분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동복지법 제4조 3항뿐 아니라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는 자녀 징계권에 대한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필요한 징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칫 아동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 법제화를 골자로 민법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동 학대 발생 때마다 관련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만, 법 개정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과 함께 시스템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아동보호기관은 총 62곳으로 하나의 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가 지나치게 가중되고, 적은 임금으로 인해 아동학대 전문 상담사의 경력이 1~2년으로 단절되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핵심인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안전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포함하여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22.3%가 사망 전 학대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초기대응 실패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경찰이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외 사건은 강제성이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일차적인 판단을 맡기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상에서는 빠른 초기 대응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대응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복합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매년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대책 마련을 외치지만 여론의 관심이 멀어져 가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가 증명하듯이 지금도 어디선가 한 아이는 폭력의 두려움에 떨고 한 아이는 목숨을 잃는다. 더 이상 아동학대를 누군가의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물러주기 위해서, 천안, 창녕 그리고 또 어디에서인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이다.


김동건, 양세정 기자  influence70, bay0325@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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