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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교육현장엿보기] 첫순간의 설렘과 고민들

민유리 파견교사 (중국어교육전공)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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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는 처음이 참 많다. 매년 처음 보는 학생들을 만나고, 몇 년 주기로 학교를 이동해 그 학교로 ‘첫’ 출근을 하는 등 비교적 변화가 많은 직업이다. 많은 ‘처음’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첫 발령 날 아이들과 대면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201x년 3월 2일 교무실에서 담임 교실로 걸어가 25명의 아이들을 처음 만난 그 짧은 시간은 여전히 떨림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처음을 위해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할 때는 임용시험만 통과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를 가보니 정말 새로운 시작이었다. 수업, 담임, 업무 모두 처음 해보는데 수업과 담임은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는 원론적인 수준이라 교과서와도 차이가 크다. 교과 특성 상 학교에 동 교과 교사가 없어 곁눈질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전공으로 공부했던 햇수가 있으니 수업은 어찌 하겠는데 담임과 학생 지도는 정말 어렵다고 느껴졌다. 
담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여쭤봤을 때 많은 선생님들은 처음에 아이들의 기를 제압해야 한다고 하셨다. 학생들에게 계속 잘해주다가 한 번 못하면 그 한 번으로 욕을 많이 먹지만, 100번 화내다가 한 번 잘해주면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선생님을 봐가며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3월에 아이들을 잘 다스려야 1년이 평안하다고 강조하셨다. 근데 ‘기를 제압한다’는게 어떤 표현이지? 애들한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라는 건가? 표현이 너무 모호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선배 선생님들이 말씀하신대로 학생들 앞에서 웃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망의 첫 날, 입 꼬리를 꽉 부여잡고 아이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안내사항을 전달하는데, 그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웃음이 비실비실 나왔다. 한 명씩 상담을 할 때도 웃음을 잘 참지 못했고,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임용 첫 해라 너무 행복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 때문인지 아이들만 보면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짓기 어려웠다. 학교 3년 동안 처음 보는 선생님이라 눈치만 보던 아이들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의 실체(?)를 알아버렸고, 나는 무서운 선생님 모드를 해제했다. 결국 우리 반은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평안한 반은 되지 못했다. 학년에서 제일 시끄럽고 말썽 많은 반이었다. 그래도 항상 하나로 똘똘 뭉쳐서 신규인 게 다 티 나는 담임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캠핑도 가고 교실에서 다 같이 하룻밤을 자는 등 신규교사의 패기를 기회로 삼아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수많은 고민을 하고 마음을 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해는 돌아보면 너무 부족해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해이다. 그래서 첫 제자들이 더 애틋하게 남는다.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면 좋을 텐데. 발령장을 받을 때는 초심을 잃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현실에 치인다는 핑계로 무뎌지는 것 같다. 경력 교사로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좋을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대답을 시원하게 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학년이 종료될 즈음에는 ‘이렇게 대해야 하구나’라는 깨달음이 잠시 들었다가도, 또 새로운 학년도에서는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매년 하나씩 스킬(?)을 키워가는 중인 것 같다. 
사실, 교원대에서 학교 현장과 관련된 어떤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이 글을 이끌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일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교원대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학교에서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자체 삭제되어 기억 저편을 헤집는 중이다. 부족한 글이지만 교지에 올리는 ‘첫’ 글이므로 ‘처음’을 주제로 작성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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