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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교수의 서재] 책이 건네는 삶의 길

이희진 기자l승인2020.06.01l수정2020.06.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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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힘이 있다. 때로는 단 한 권의 책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지리교육과 김영훈 교수의 길잡이가 되어줬던 책 세 권을 소개한다. 김영훈 교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인생은 행동이다’, ‘월든’, 그리고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를 통해 독자의 삶에도 하나의 길잡이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 교수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 제가 유난히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한 존재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수의 서재’이지만 학문적으로 혹은 지리학적으로 저의 학문관에 영향을 미친 책들을 소개하기보다는 저의 삶과 인생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미치고 있고, 앞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책 세 권, ‘인생은 행동이다’, ‘월든’,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를 소개할까 합니다.

 

◇ 인생은 행동이다(데일 카네기, 고려원, 1992)

이 책을 읽은 때는 1992년 가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한창 서울에서 대기업의 컴퓨터 회사의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로 헉헉거리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라 더 기억이 선명합니다. 외면의 대기업 신입사원의 모습과 달리 내면적으로는 말 못 할 황폐함과 공허함으로 심리적으로 매일 저의 마음이 메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지리적으로 사막화라는 용어가 있는데 저의 마음이 사막화된다는 것이 딱 맞는 표현입니다. 솔직히 그때가 저의 첫 번째 인생의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 자신의 해답이 필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즈음 이 책은 뭔가 깜깜한 동굴 저 끝에서 보이는 희미한 햇빛의 큰 자락을 보는 듯한 희망을 품게 한 책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경구는 이렇습니다. “만약 당신이 뭔가 새로운, 그렇지만 엄청난 용기와 대가가 필요한, 그리고 그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하기 전에 이 일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비참한 삶의 나락을 생각하고 그 나락에 빠졌을 때 그조차도 받아드릴 수 있다면 지금 진정으로 그 일을 하라.”입니다.

저는 그 당시 다시 대학원 진학, 그것도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생각에서 고민에 고민하던 시점에서 이 책을 통해 인생을 걸고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혼을 앞둔 대기업 사원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국 유학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내 자식이 그때의 나와 같은 결정을 한다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절박했고 큰 모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전히 지금도 저의 책꽂이 한편에 잘 있습니다. 이 책을 볼 때면 삶의 끝자락에 떨어지는 그 상황조차도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가치는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은행나무, 2015)

개인적으로 이 책은 학부생들에게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때 전반부는 재미있습니다. 콩코드 호수와 주변 동식물, 자연의 모습과 저자의 자연 속에 녹아 들어가는 저자의 자기 성찰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 아! 하는 순간이 옵니다. 이 책의 압권은 저의 경우 마지막 맺는말 부분입니다. 이 책을 미국 뉴욕 출장길에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는 순간, 자연에 대한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에 대한 성찰감이 지배한 그 순간의 느낌은 참으로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학부생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지식의 깊고 낮음 정도, 나이가 많고 적음보다는 그 책을 읽는 당시 독자의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무리 명저라고 하더라도 그 책을 읽는 독자 마음의 상황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온전한 책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없다고 봅니다. 전공 서적이 ‘지식’ 습득으로 머무르기 쉬운데, 아마도 절박함이 더해진다면 전공 서적 이면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은 내 삶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과연 내 삶은 어떤 모습으로 다듬어 가야 하는지를 성찰하려고 할 때 ‘월든’은 나름대로 해답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적어도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인간이 얼마나 겸허하게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요즘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인간의 불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우리 삶에 부질없는 것인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의 지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파커 파머, 한문화, 2019)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를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길이 닫힐 때 불가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하라! 길이 열릴 때 자신의 재능을 열고 인생의 가능성에 화답하라!’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로 정신적으로 무기력할 때가 있습니다. ‘삶’이라는 이 단어는 가벼운 듯 무겁습니다. 진정 ‘나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내 삶의 기둥 자체를 흔들 때 우리는 방황하게 되고, 나침반 없는 삶의 항해를 하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내 삶에서 가르치는 의미와 가치를 말하기보다는 소명 의식으로서 내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길을 찾도록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소명’, ‘자신’, ‘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을 만날 당시 저는 일종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실망과 미움, 나의 일과 학문에 대한 회의감, 학자로서의 삶 자체에 대한 갑갑함은 저의 내면에 심각한 꽈리를 틀면서 마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몸도 마음도 아팠습니다. 이 책은 이런 저에게 엄청난 마음의 위안과 우울감을 친구로 맞이하게 해준 책입니다.

현대 인문지리학에서도 ‘지리’적인 경험과 인식의 시작은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명 의식을 강조합니다. ‘지리적인 소명(의식)’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교사가 되면 어떤 점이 좋을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가르치는 일을 하나의 소명으로 나의 본성에 비추어 나의 내면에서 교사가 되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들이 얻을 수 있을지 스스로 대답해 봅시다. 안정된 직장에서 경제적으로 보장된 수입,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것 말고 진정으로 자신의 ‘소명’으로 어떤 것들이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혹시 교원대 학생 중에서 방황하거나 자기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느끼는 학생이 있다면, 그리고 온전한 여러분 자신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찬사 일부분을 인용합니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사는 것 같은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 괴로울 때 나의 온전한 모습을 찾고 싶을 때 이 책은 마음 챙김(mindfulness)’에 관한 책입니다.

 

이희진 기자  huijin@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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