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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이주의 영화관] 영시 & 퀸 앤 슬림

현정우 기자l승인2020.05.19l수정2020.05.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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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 영화 <영시> 포스터

◇ 작은 화면으로 볼수록 더 좋은 영화

<영시>는 특이한 공개 과정을 거쳤던 영화입니다. 맨 처음 영화가 공개된 것은 2018년 11월 전후였습니다. 오오극장이나 인디스페이스, 영화의 전당 등 주요 독립영화 상영관을 통해 <영시>의 상영 소식이 알려졌고 감독과 배우 몇몇이 참여한 GV가 있을 것임이 예고되었습니다. 상영은 전국의 독립영화관을 돌면서 두~세달 가량 이어졌습니다.

관객과 직접 만나 질문을 하고 답변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자연스레 <영시>의 차후 공개 계획도 다뤄지게 되었습니다. 한 GV에서 최시형 감독은 <영시>를 극장에서 개봉할 생각은 없으며, 왓챠플레이나 네이버 스토어, IPTV 서비스 등 2차 매체를 통해 공개할 예정만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는 그 이유를 인스타그램같은 작은 화면으로 볼수록 더 좋은 영화라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여름의 습작

영화 제목인 <영시>의 뜻은 Young Poem, 젊은 시라는 뜻입니다. 묘한 센스의 작명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납득이 가는 이름입니다. 시를 쓰는 주인공 상수는 어찌저찌 아는 동생 사이인 권철과 같이 삽니다. 오랜 투병 끝에 어머니를 잃은 권철이 먼저 상수에게 연락했고 오랜만에 둘은 만나 축구를 합니다. 상수는 시를 쓸 때마다 권철에게 읽어주고 보여주지만 권철은 무심하게 좋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어느 날 예전에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던 유정이 권철의 집에 오면서 셋은 같이 살게 되고 많은 날을 같이 보냅니다. 계곡으로 놀러간 어느 날 셋은 폐가를 발견하고 상수가 그 안에서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합니다. 불이 꺼지고 영화는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은 여름입니다. 그리고 마치 조각이나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이어붙여서 만든 듯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삐딱한 구도로 화면을 찍어서 일관되었다는 느낌을 주지만 모자이크 같은 감각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영시>에는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찾을 수 있을 법한 레퍼런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힌트와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 이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감독인 최시형은 국내 독립영화계에서 배우 일을 하면서 인지도를 쌓은 인물입니다. 그는 2012년 <경복>이라는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처음 감독으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경복>을 만든 이후에도 <농담>, <연무>, <영시>(여기에서 소개하는 장편영화와는 전혀 별개의 영화입니다) 등의 단편 작업을 이어가며 배우로도 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영시>는 그런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자 6년만의 신작입니다.

이전 작들에서도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한 철에 있었던 어떤 이야기들이 주가 되어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바뀔 때마다 인물들도 더 깊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시>는 각종 VOD 서비스로 공개 중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스타일리쉬한 느낌의 화면을 좋아하시는 분들, 우울하지만 행복한 영화가 보고 싶으신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영화를 꺼리시는 분들, 배우들의 연기나 세부적인 것에 집중해서 보시는 분들

 

 

<퀸 앤 슬림>

▲ 영화 <퀸 앤 슬림> 포스터

◇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보니와 클라이드’

영화 <퀸 앤 슬림>은 작년 11월 27일에 북미에서 처음 개봉했었고 국내에는 올해 처음 수입되어 2차 매체로 공개된 드라마 영화입니다. 미국에서 공개 당시 흑인 버전의 ‘보니 앤 클라이드’라고 알려지기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은행털이범인 한 남녀가 경찰과 끈질긴 추격전을 벌이며 사랑을 싹틔워 간다는 내용의 70년대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합니다) 인종차별을 주제로, 과잉진압을 하던 백인 경찰을 실수로 총으로 쏘아 죽인 흑인 남자가 데이트 상대였던 여자와 함께 최대한 멀리 달아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감독의 연출에서 드러나는 뮤직비디오적 특징들

감독인 멜리나 맷소카스 감독은 본디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감독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에도 그런 특징들이 자주 드러나는 편입니다. 영화에는 힙합은 물론 블루스, 재즈, 펑크(funk)까지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를 상징할 만한 장르의 음악들이 대다수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음악들은 각자의 분위기에 따라 장면을 더 감정적으로도 만들게 하고 긴장감 넘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삽입되는 빈도가 늘어감에 따라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고 영화를 산만하게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어떤 장면은 미리 무슨 장면일지를 예상시키는 정도로만 등장해서 분위기를 살려주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변해 어느 정도 추격전의 형태를 띠어야 할 이야기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기도 합니다. 특히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인종차별이란 주제를 드러내고자 복잡하거나 과잉, 자극적인 장면을 넣고(시위를 진압하는 흑인 경찰과 그를 쏘는 흑인 아이의 구도) 결론 내리려는 듯 연출을 하는데 이런 것 또한 뮤직비디오 연출의 특징이 영화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불필요하고 장황한 사건들

극이 진행됨에 따라 두 남녀는 같은 흑인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백인 경찰들의 과잉진압에 대항한 영웅으로 한편으로는 말없이 응원하고 도와줍니다. 남자가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영상은 흑인 커뮤니티는 물론 뉴스와 전국에 퍼지게 되고 이들의 행방에 전미의 관심이 쏠립니다.

영화의 결말 또한 이런 부분에 맞게 치우쳐 있는데 사건에 비해 그 스케일을 지나치게 넓혀서 찍으려는 태도가 영화 전반에 깔립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추격전을 채워야 할 요소들을 조립해 긴장감을 유발시키기보다 자극적이고 광범위한 이미지들을 이것저것 넣어서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런 방식이 앞서 말한 태도와 어울려 보면 볼수록 영화에 사건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추격전 도중에 말을 쓰다듬거나 민가에 들어가 대접을 받는 장면 등은 영화에 분위기를 줄 수는 있지만 가닥이 잡혀져 있지 않은 채 자꾸 건드려 보려고만 하는 인상이 더 강합니다. 주제 전달은 되었지만 접근법이 아쉬움을 유발하는 영화, <퀸 앤 슬림>은 VOD 서비스로 공개 중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뮤직비디오스런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들, 힙합이나 흑인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영화의 정치적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깊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영화제목 : <영시>

제작년도 : 2018

제작국가 : 한국

개봉일 : VOD 공개

상영시간 : 1시간 36분

감독 : 최시형

주연 : 최시형, 조현철, 유이든, 서은수 外

 

영화제목 : <퀸 앤 슬림>

제작년도 : 2019

제작국가 : 미국

개봉일 : VOD 공개

상영시간 : 2시간 12분

감독 : 멜리나 맷소카스

주연 : 다니엘 칼루야, 조디-터너 스미스, 보킴 우드바인 外


현정우 기자  jungwoohyun@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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