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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사설] 다양한 목소리에 공명하는 대학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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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말, 비행기 추락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미 공군은 4천 명이 넘는 조종사의 신체 치수를 조사하였다. 신세대의 체구에 맞게 표준 조종 시스템을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기존의 생각 자체를 흔들었다. 모든 조사 항목에 대해 평균치에 해당하는 ‘평균적 조종사’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미 공군은 개인을 시스템에 맞추기보다는 시스템을 개인에게 맞추기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그 결과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조종석의 조절 가능한 시트, 가속페달, 헬멧 등이 개발되었다. 『평균의 종말』의 저자 토드 로즈는 개인에게 시스템을 맞추는 변화를 단행한 미 공군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평균적 인간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하였다.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구성원의 다양성에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을 시스템 차원에서 하고 있다.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고유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Equality and Diversity Unit을 통해 포용적 문화를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학칙과 규정들이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담는지 모니터링하고, 학내 위원회 구성에서 쿼터제를 통해 이러한 가치가 확산되도록 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Diversity Committee를 통해 국적, 인종, 민족, 모국어, 성별, 연령, 장애, 종교, 성적 지향성,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 형태 등에 따른 다양성을 고려하고자 한다. 다양성, 포용성, 공평성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의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 외의 여러 대학에서도 유사한 기구를 갖추고 있다. 이 기구들이 담당하는 일은 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양성과 관련한 객관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학내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제안한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나 포용적 문화 조성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 학교에 다양성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본부, 학과, 총학생회, 자치회 등과 같은 집단의 구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 집단에서 규정하는 용어나 원칙에 있어서 얼마나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는지 검토함으로써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다양성’이란 무엇일까? 조직 구성에서의 남녀 비율이나 취약계층의 비율을 통해서만 다양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고유성과 다양성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다양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이나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목소리를 가진 구성원이 침묵하거나 익명의 공간에서만 불만을 말한다면, 우리 대학이 적어도 그들에게는 목소리를 내기에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대학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소통의 공간이 학내에서 자주,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컨대 〈다양성 리포트〉와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발간하여 학내에 다양한 경험, 가치관, 행동이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노력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동일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개인의 신체적⋅경제적⋅사회적⋅심리적 조건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경험이 발생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드러내는 것이다. 다양성 위원회는 이런 역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평균적 의견 수렴을 통해 작동하는 대학이 아니라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명하는 대학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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