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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기획] 5·18; 기억넘어 기억으로

김다은, 정화정, 정예인 기자l승인2020.05.18l수정2020.05.1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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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유한하며 한시적이다. 그래서 기억은 무한한 시간 속에 존재하지 못하고 망각된다. 기억의 유한성에 저항하며 기억 넘어 기억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은 현재, 40년이라는 세월의 기억을 넘어 영원한 시간 속에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제441호 기획은 그때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참혹했던 광주와 시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과거기억을 넘어 미래기억으로 만들어 가는 통로이다. 과거의 기억을 발판삼아 미래기억을 위한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 80년 5월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한시적이며 유한한 기억이 영원한 시간 속에 숨 쉬게 되길 기대한다.

 

◇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5·18 민주화운동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존엄성을 유린하고 권리를 짓밟을 때, 그것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반인권적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이러한 광주 민주화운동의 발발과 진압, 이후 진상 규명과 보상 등의 과정과 관련해 정부·국회·시민·단체 그리고 미국 정부 등에서 생산한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기록물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관련 기록물과 함께 그때의 참상을 느낄 수 있다.

◇ 옛 전남도청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항쟁거점으로, 시민들이 계엄군을 시내 밖으로 몰아낸 5월 21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대동공동체를 실현한 시민자치의 중심이었다. 당시 전남도청 서무과 자리로, 계엄군 퇴각 이후 5월 22일부터 시민군 본부이자 상황실로 사용되었다. 상황실에는 방송장비가 갖춰져 있어 시민군의 활동 상황들을 광주 전역으로 전파했다. 27일 새벽, 계엄군의 무력진압에 맞서 싸웠으나 다수의 시민군들이 희생됐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2시 30분. 시민군이 머물고 있던 전남도청 1층 상황실 옆 방송실에 앉아 있던 박영순은 마이크를 켰다. 그의 목소리는 계엄군의 진압작전 소식에 숨죽이고 있던 광주시내 곳곳에 파고들었다. 세 차례 이어진 방송은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말로 끝났다. <경향신문(2014.12.03.) 中>

◇ 상무관

상무관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과 집단 발포로 희생된 주검을 임시로 안치했던 장소이다. 광주시민들은 상무관 앞에 줄지어 분향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였다. 5월 24일, 상무관에서는 가족에 의해 일부 확인된 시체 60여구 정도가 입관된 채 태극기로 포장되어 있었다. 반쯤 열린 관 뚜껑을 젖히고, 시민들은 죽은 사내들의 피 묻은 얼굴을 씻겨주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조의를 표하는 검은 리본을 받았다. 5월 29일, 5·18을 무력으로 진압한 계엄군들은 상무관에 모셔져 있던 시신 126구를 청소차에 싣고 가 망월동 시립묘지에 매장했다.

◇ 5·18 민주광장

5월 18일 이전 3일 동안, 군부통치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민족·민주화 대성회가 5·18 민주광장에서 잇달아 열렸다. 5월 21일 계엄군이 물러난 뒤 시민들의 자유로운 공론장으로, 민주주의 사수를 결의하는 등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밑거름이 되었다.

◇ 전일빌딩 245

전일빌딩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생생한 목격자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에 대한 진실의 흔적을 안은 채, 40년이 지난 2020년 5월 ‘전일빌딩 245’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과거로 인도하고 있다.

현재 시민복합센터인 ‘전일빌딩 245’는 2017년 8월, 5·18 사적지로 지정된 옛 전일빌딩의 도로명 주소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45’이고 5·18 당시 헬기사격에 의해 건물외벽과 10층 내·외부에 남겨진 최초의 총탄자국이 245개가 일치하는데서 착안한 명칭이다. 전일빌딩은 곳곳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을 품고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 광주를 지나간 시간들

#1 일요일의 아우성, 5월 18일

5월 18일, 광주 곳곳에서 시민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온다. 아우성에는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담겨있다.

#2 21일 오후 1시의 애국가

5월 21일, 금남로에서 시민군들을 향한 폭격소리가 들려온다.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집단발포를 한 것이다. 무자비한 총격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시민들은 당당하게 맞섰다.

#3 환희: 22일~26일

5월 22일부터 26일까지의 5일 동안, 시민 공동체가 형성된다. 사회가 어지러운 만큼 치안이 약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도덕성과 자치능력으로 인해 범죄율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낮았다.

◇ 광장: Beyond The Movement

‘광장: Beyond The Movement’는 5·18 민주광장을 모티브로 당시와 현재의 기억들을 재해석한다. 5·18 민주광장 분수대를 상징하는 ‘웜홀(오브제)’을 중심으로 미디어 꽃잎들은 과거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와 화해의 이미지로 재현해낸다. 관계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빛과 꽃잎들은 개인들이 가지는 5·18의 기억들과 공명하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통의 ‘광장’으로 안내한다. 이 전시를 본 시민들은 시공을 초월하는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상처를 의미하는 모노톤의 라인과 갈등을 의미하는 파티클이 궤적을 그리면 계속하여 움직이고 관람객을 피해 라인(상처)과 파티클(갈등)은 치유와 화해를 거부하듯 갈라진다. 하지만 파티클이 뭉쳐 꽃잎으로 변하고 진정한 치유와 화해를 이뤄낸다.

◇ 교사, 기억을 넘어 실천으로

5.18 민주화 운동 이후 40년이 흘렀다. 우리는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비극으로 여기고,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민주주의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앞 세대가 쟁취해온 민주주의는 지켜가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독재정권과 맞선 민중들의 노력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만 남겨두어선 안 된다. 당시 민주화를 향한 열정과, 그 열정을 행동으로 옮겼던 민중의 힘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이 현재 세대까지 이어져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지금 당장, 혹은 가까운 미래에 닥친다면 이런 힘은 그때처럼 발휘될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열의에 불을 지피는 것은 학생들의 깨어 있는 민주 정신이다. 오늘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의미한 정치교육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유의미한 정치교육이란 학생들이 한국 정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교육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사실 나열식으로 한국 정치와 역사를 가르치며, 학생들이 정치적 행위자로 활동할 수 있는 경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우리가 장차 교사가 되었을 때,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교육을 진행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현재의 정치교육을 보완해 학생들의 민주 정신을 길러 줄 수 있을까?

정보기술 사회가 도래하면서 변화하는 학습 양상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나 온라인 공간에서 수많은 학습을 경험하고, 정치적 경험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 정치면 기사를 읽는 것부터, 국민 청원에 참여하여 실제로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이 열려 있다. 이렇듯 온라인 공간은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정치의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면을 학습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동시에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정치 학습은 주의하고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정치적 속보들은 단편적 사실의 나열이기에, 학생들이 이 정보를 흡수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폭넓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장점이, 학생이 그 정보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의 소화를 돕는 것, 즉 학생들이 사건의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교사는 큰 사명을 안고 있다. 교사들은 과거의 민주 정신을 현재의 조건을 활용하여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주어야 한다. 즉,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최적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형식적인 정치교육을 탈피하고 정치를 학생의 삶과 밀접한 방식으로 교육하는 의무가 오늘날 교사들에게 있다. 이 의무가 실천되어야만, 우리는 과거 국민들의 힘을 오늘날로 끌어올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항쟁했던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은 지금, 교사로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실제 기획 면>


김다은, 정화정, 정예인 기자  allsilver57@blue.knue.ac.kr, 112yenj@blue.knue.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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